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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43호

해저전(Seabed Warfare)에 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조성민

해군
중령

조성진

해저전이란?

2022년 9월, 발트해를 건너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가스 파이프라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마비된 이후 해저전(Seabed Warfar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후티 반군은 홍해 해저 통신 케이블 공격을 시사하고 나섰는데, 2024년 2월 26일 홍해의 16개의 해저케이블 중 4개가 외부의 공격으로 끊어졌다.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과 홍해 해저케이블 사건의 배후는 러시아와 후티 반군이 유력하지만,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저에서 벌어지는 공격은 방어하기가 극히 어렵고, 주체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식별하기도 쉽지 않아 하이브리드 전쟁의 대상으로 활용하기 쉽다. 최근 우주, 사이버, 전자기스펙트럼 등 전쟁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해저전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해저전의 주요 대상은 해저에 부설된 통신용 해저케이블과 가스 파이프라인 등이다.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관련있는 것은 해저케이블이다. 해저케이블은 초당 200테라바이트의 속도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9%를 전송하고, 매일 약 10조 달러 상당의 금융거래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해저케이블에 대한 인류의 의존이 증가할수록 위협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해저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해저전은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정의된 것은 없지만 각국의 연구를 종합하면, “수중 및 해저에서 해저 파이프라인, 해저케이블, 해저 자원 등 해저 자산을 공격하고 보호하기 위해 수행하는 대잠전과 기뢰전을 제외한 모든 작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계 해저전 현황

각국은 해저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전력을 건설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시울프급 핵추진잠수함 1척을 해저전 플랫폼으로 개조하여 운용중이며, 버지니아급 잠수함 1척을 해저전을 위한 전용 플랫폼으로 건조하고 있다. 영국은 해저전을 수행할 수 있는 MROS(Multi-Role Ocean Surveillance) 군함 2척을 조달하기로 하고 이중 RFA Proteus함은 2023년 10월 취역하였다. 프랑스는 2022년 2월 14일 해저전 전략(Seabed Warfare Strategy)을 공개하였다. 이 전략에서 프랑스는 수심 6,000m까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저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Paltus, X-Ray, Kashalot, Losharik 등 4척의 특수임무 잠수함으로 구성된 독립 부대를 정보기구 산하에 운용하고 있다. 로샤리크(Losharik)함은 선체가 티타늄으로 제작된 소형 핵추진 심해잠수함으로 2,500m 해저까지 잠항해 해저케이블 도청이나 절단 같은 특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Yantar급 정보함 3척도 타국의 해저케이블 현황을 조사하는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심해에서 작전할 수 있는 ROV와 AUV가 탑재되어 있다. 중국은 이른바 해저 만리장성(Undersea Greatwall) 계획을 진행하여 중국 연근해와 남중국해에 수중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은 민간기업과 대학이 159개의 무인잠수정(UUV)를 개발하고 있는데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2016년부터 인도양과 남중국해에 무인잠수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Haiyan이라는 수중 글라이더는 141일 동안 남중국해를 탐사했다. 2023년에는 중국에서 불과 20km 떨어진 대만 마주(Matsu) 섬과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중국 선박에 의해 파손되어 약 2달 동안 주민 생활이 마비되었다.

서구권 국가들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특성상 해저전에 대해 대외적으로 방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공세적인 해저전을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남북관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하며 대남정책의 근본적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특히 “제2차 함선 공업혁명을 일으켜 해군의 수중 및 수상 전력을 제조할 것”이라 밝혀 해양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한,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관계가 급진전함에 따라 북한이 해저전 기술과 교리를 전수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우리의 전쟁 수행 의지를 무력화하고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기능과 기반시설을 파괴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천안함 폭침 사례처럼 주체가 불분명하고 신속한 사고 조사가 어려워 아군의 대응이 어려운 도발을 기도하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저전은 도발 주체와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방어가 매우 어렵다. 정보통신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구조상 해저케이블 파손으로 인한 정보통신 네트워크 마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사회경제적 혼란과 피해를 불러올 것이다. 또한, 해외와 연결되는 우리나라의 해저케이블은 <그림-1>과 같이 부산, 거제 근해에 집중되어 있으며 부산 국제 육양국(Cable Landing Station)에만 전체 해저 케이블의 70% 이상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해저전은 공격의 성공률과 효과를 고려했을 때 선택하기 좋은 방책이 될 수 있다.

<그림-1> 대한민국 해저 케이블 현황
* 출처 : submarinecablemap.com

해저전 대응 방안

해저전 대응을 위해 아래의 큰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기뢰대항작전 기반의 방어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해저전은 기뢰대항작전 환경과 유사하다. 다만, 수심이 더 깊어지고 기간이 늘어나는 등 작전환경이 더 가혹해질 수 있으므로 현재의 능력을 더 발전시켜야 하겠다. 둘째, 해저전을 위한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해저전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 해군의 여건상 어려우므로 기존 기뢰대항작전 신규전력을 개발할 때 해저전 대응 능력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간 심해에서 해저케이블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대형 무인잠수정(LUUV)과 같은 무인 전력이 더 유용할 것이다. 셋째, 정부, 해군, 해경, 민간산업체 구성원 간의 철저한 협업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방대하고 복잡한 해저인프라 감시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그리고 피해 상황 발생시 신속한 복구에는 다양한 기술과 원활한 협업이 필요하다. 때로는 해저전 상황의 맥락과 조건에 따라 정부·군·경·민간업체 등 대응 주체가 달라져야 할 수도 있으므로 정부 주도의 조직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넷째, 인근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해저케이블은 우리나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인근 국가들과 같이 사용한다. 따라서 인근 국가들과 국제 레짐이나 협의체를 구성하여 해저 자산을 감시하고 상황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간 협의체는 그 존재만으로도 외부의 공격 의도를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NATO는 2023년 2월, 해저 파이프라인과 해저케이블 보호를 위한 해저 기반시설 협조실(Undersea Infrastructure Coordination Cell)을 창설했다. QUAD 4개국은 2023년 5월, 해저케이블 보호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우리나라 역시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맺으며

이 글의 목적은 해저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해저전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해저 인프라에 대한 위협과 공격은 현실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저케이블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산업과 공공/민간 서비스 전반이 정보통신 네트워크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또한, 북한으로 인해 지리적으로 사실상의 섬나라이며 해외 인터넷 연결은 전부 해저케이블에 의존한다. 하지만 해저전을 연구하고 새로운 전력을 도입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해저전에 관한 관심이 현저히 부족하며, 해저전(Seabed Warfare)이라는 용어 자체도 보편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과 번영을 위해 해저전에 관한 연구와 대비가 절실하다.

조성진 중령은 해군사관학교 59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군사전략)를 취득하고, 경남대학교에서 박사과정(정치외교)을 밟고 있다. 현재는 해군 미래혁신연구단에서 작전능력연구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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