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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44호

해저전(海底戰) 실태와 대책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예비역 해군대령

최일

군용 잠수함의 작전에는 대수상함전, 대잠수함전, 기뢰전, 특수전, 유도탄전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추가하여 해저전(海底戰, Seabed warfare)이 부각되고 있다. 해저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수중 해저에서 이루어지는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적국의 해저자산을 사전 탐지해서 필요 시 공격하며, 자국의 해저자산은 보호하고 방어하는 작전이다.

해저전이라는 용어가 없을 때도 각국해군은 해저전을 해왔다. 예를 들면 해저에 기뢰를 부설하거나, 적이 부설해 놓은 기뢰를 찾아 제거하는 작전 같은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X-craft 잠수정은 해저에 부설해 놓은 일본 통신 케이블을 절단하기도 했다. 냉전시대 미국 잠수함은 소련의 영해까지 들어가서 해저에 설치된 통신케이블을 도청했던 아이비 벨 작전(Operation Ivy Bells)을 한 바 있다. 냉전시절까지 해저전의 대상은 해저무기나 군사용 통신케이블 같은 군사 시설이었다.

냉전 이후 해저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중요한 설비들이 많이 생겼다. 해저에는 전력 케이블, 통신케이블, 가스 파이프, 풍력발전기 들이 있고, 또 천연자원 채취를 위한 설비들도 있다. 이러한 해저자산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99%가 해저 케이블을 통과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해저케이블이 파괴된다면 사회적으로 생활에 불편한 정도를 넘어서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주며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해저의 이 주요한 설비를 적국은 파괴하려 하며 이러한 적의 공격을 방어해야만 하는 해저전이 오늘날 매우 중요한 작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공해의 해저에는 막대한 양의 희토류 광물과 귀금속이 묻혀 있기에 국가간 해저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2022년 9월 발트해 해저에 설치된 가스관 2개에서 잇따라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인데 길이가 약 1,200km나 된다. 아직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누군가 인위적으로 가스관을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가스가 얼마나 누출되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누출될 것인지 불확실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사고가 최악의 천연가스 누출사건이며 기후변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오늘날 각 국은 해저전 수행방안을 수립 중이다.

미국은 냉전시대부터 해저전을 적극 실시하였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성능의 핵추진공격잠수함인 시울프급 3번함인 USS Jimmy Carter(SSN-23)함을 수중비밀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SSN)중에서 1척을 해저작전용 특수사양으로 건조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오늘날 해저전을 수행하는 가장 강력한 나라로 꼽힌다. 해저전에 특화된 Paltus, Losharik, X-ray와 같은 소형 잠수함과 이를 탑재하는 잠수함모함들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SSBN이었던 K-411함, K-129함, K-64함을 소형 잠수함을 탑재하는 모함으로 개조했다. 포세이돈 핵어뢰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Belgorod(K-329)함도 소형 잠수함을 탑재할 수 있다.

영국은 전체 가스 수입의 77%를 노르웨이에서 북해 해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수입하고 있으며 해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해저의 중요한 국가 기반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했다. 2022년 11월 영국은 해저전을 수행할 수 있는 MROS(Multi-Role Ocean Surveillance) 선박 2척 조달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22년 2월 “심해에서도 주권을 지키고, 자원 및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드론, 특수 잠수함 및 첨단 수중장비를 사용하여 심해저를 감시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새로운 해저전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은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무인잠수정 HSU-001을 공개했다. 길이 5미터, 직경 1미터, 무게 3톤인 이 무인잠수정의 실제 성능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수중 정찰 및 감시, 해저광섬유케이블 도청 또는 절단 등 수중전에 최적화된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웨덴해군은 해저전을 중요한 해군의 임무로 지정하고 잠수함이 해저전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설계 개념에 반영하였다. 호주해군은 무인잠수정 GHOST SHARK을 2025년까지 3척 도입할 예정인데, 이 잠수정은 심해 해저작전이 가능하도록 최대 6,000미터까지 잠항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해저자산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해저케이블 배치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해저케이블 밀집도가 매우 높은 곳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개발중인 핵어뢰 ‘해일’은 해저자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해저전에 대비해야 한다.

해저전의 특징을 기술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해저전은 공격하기가 쉽고 방어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우리의 해저자산도 적으로부터 공격받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철저한 방어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둘째, 자국 해저자산에 피해가 발생해도 범인을 특정하기가 어렵다. 해저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을 설정하여 피해 발생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셋째,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국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해저 자산 보호를 국가 안보의 필수 과제로 선정하고 해저전 전력을 획득하고, 해저 자산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해야 하겠다.

넷째, 해저자산의 파괴는 한 국가뿐 아니라 타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인접국에 경제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환경적 피해를 줄 수도 있으므로 주변 우방국과 함께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다.

다섯째, 해저에 수천조원의 설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정할 명확한 국제법이 없다. 또 공해에서 발생하면 국제법으로 제재하기가 어렵다. 2023년 5월 호주, 일본, 인도, 미국의 동맹인 쿼드(Quad) 4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해저 고속 광섬유 케이블을 보호하고 건설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우리도 미국을 주축으로 한 이 협의체에 동참하여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하겠다.

최일 박사(Lgai2000@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독일해군지휘참모대·경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손원일함 인수함장·제95잠수함전대장·해군본부 장보고-3 협력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잠수함연구소장 및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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