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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64호

러시아의 무인 해양 무기체계 개발 –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나지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센터 연구원

나지원

러시아의 UUV 개발 현황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UUV 프로젝트 중 하나는 포세이돈 핵추진 자율 어뢰이다. 2018년에 공개된 이 전략 무기는 재래식 및 핵 탑재물을 모두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핵무장 UUV로 설계되었다. 전장 24미터, 지름 약 2미터의 크기에 탑재 무기 최대 사거리 10,000km, 최대 잠항 수심이 1,000m에 달하는 포세이돈의 제원이 실현된다면 이는 UUV 능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포세이돈을 근본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전략 핵무기라고 공언했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포세이돈을 “최후의 무기(doomsday weapon)”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다. 원자력으로 추진되어 사실상 잠항거리가 무제한이며, 최대 2메가톤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2018년 최초 공개 이후로 개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당초 예정대로 작전에 배치되었다는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세이돈을 탑재하도록 설계된 첫 번째 잠수함인 벨고로드(Belgorod,  Белгород) 역시 2019년에 진수되었지만 아직 시험 중에 있다. 러시아군의 계획상으로는 벨고로드함과 같이 특수개조한 잠수함 4척에 최대 32기의 포세이돈이 배치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작전 배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한편 타격용이 아닌 정보, 감시, 정찰(ISR) 임무를 위해 설계된 소형 UUV 분야에서는 좀 더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비티야즈-D(Vityaz-D) UUV가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 저점에 성공적으로 도달하여 러시아의 심해 UUV 기술 역량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티야즈-D는 전장 약 5.7미터, 전폭 1.3미터, 무게 약 5.7톤으로 최대 24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심해 탐사를 위한 소나 시스템, 비디오 카메라, 조명 등이 장착되어 있다.

러시아는 또한 해안 및 연안 작전을 위해 하프시코드(Harpsichord 또는 Klavesin) 시리즈 UUV를 개발했다. 이 소형 정찰 및 측량 무인잠수정은 작전에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나 배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초기형인 하프시코드-1R은 전장 5.8미터, 전폭 0.9미터, 무게 2.5톤이며, 최대 6,000미터 수심에서 최대 120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신형 하프시코드-2R-PM은 전장 6.5m, 전폭 1m, 무게 약 3.7톤으로 이전 급에 비해 더 커졌다. 하프시코드 UUV는 향후 러시아 해군 핵추진 잠수함 감시 및 정찰용 표준 장비로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UUV 기술, 특히 대형-고성능 무기체계 개발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하고 있지만, 실제 해군 작전 배치 및 기존 무기체계와의 통합은 당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보다 기술적 한계다. 포세이돈과 같은 대형 UUV를 위한 안정적인 장시간 동력 시스템, 그리고 자율 항법 기능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소련 시절부터 이미 전자공학과 기계공학 분야에서 서방세계에 뒤쳐져 있었던 데다가 소련 붕괴 후 혼란 속에서 이러한 격차는 더 커졌고 첨단 무기 생산에 필요한 부품 상당수를 유럽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중에서도 자율, 원격무기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은 말할 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문제와 군 내부의 관료주의도 심각하다.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달아 경제 제재를 당하면서 이처럼 불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신규 무기체계의 신속한 배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러시아 해군은 무인무기 체계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교리 수립과 부대 개편에도 지지부진하다. 막상 첨단 장비가 배치되더라도 작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된다는 점에서 이는 작지 않은 문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 가지 방편은 외국과의 기술 협력일 것이다. 러시아 또한 UMV 기술 개발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모색해왔지만 성과는 엇갈리고 있다. 우선 러시아 잠수함 설계의 중추라 할 수 있는 루빈 중앙 설계국(Rubin Design Bureau, Центральное конструкторское бюро “Рубин”)은 인도와 UUV 기술 분야 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과도 정보 공유 및 공동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지만 세부 사항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이란과도 소형 무인수상정(이하 USV, Unmanned Surface Vehicle) 설계에 대한 기술 이전 및 협력 징후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협력 시도에도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서방의 경제 제재다. 특정 이중용도 기술 및 부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거의 모든 UUV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창의적 해양 드론 활용과 러시아의 악전고투

이와 같이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UUV와 USV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지만 투입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실적은 아직 초라하다. 반면, 러시아와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장인 흑해에서 러시아 해군을 상대로 무인 해양 무기 기술을 실전에 배치하고 활용하면서 괄목할 만한 전과(戰果)를 거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양 드론을 운용함으로써 러시아와 달리 실전에서까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첫째, 실전 경험을 무인 무기체계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를 조정하여 마구라 V5(Magura V5) 및 씨베이비(Sea Baby)와 같은 USV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전장에 배치했다. 또한 대형, 다기능, 고성능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해양 드론은 대체로 소형이고 개발 및 생산 비용도 기존 해군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대당 약 25만 달러)하여 대량 생산 및 배치가 가능했다.

둘째, 이러한 소형, 저비용 드론에 알맞은 전술을 개발하고 사용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대량의소형 USV를 대규모로 활용하는 이른바 군집(swarming) 전술과 함께 USV와 UAV의 공조 하에 공격을 실시함으로써 파괴력을 극대화하고 러시아군의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작은 크기 덕분에 러시아군이 탐지, 요격하기 어렵다는 비대칭적 이점까지 십분 활용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 자산을 타격하기 위해 국내에서 개발한 다양한 USV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2022년부터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먼저, 2022년 10월 29일에는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흑해 함대 기지에 7대의 USV와 8대의 무인정찰기를 동원하여 합동 공격을 개시했다. 이 공격으로 호위함 어드미럴 마카로프(Admiral Makarov)를 포함하여 최소 3척의 러시아 군함이 피해를 입었다. 2023년 7월에는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주요 보급로인 케르치 해협(Kerch Strait) 교량을 파괴했다. 이 공격에는 850kg의 TNT를 실은 씨베이비 USV가 사용되었다. 이어서 2023년 8월 4일에는 우크라이나 USV가 노보로시스크(Novorossiysk, Новоросси́йск) 인근에서 러시아 해군 상륙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냑(Olenegorsky Gornyak)을 공격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이 공격에는 450kg의 TNT를 실은 드론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2023년 한 해 동안 다수의 러시아 해군 함정 대한 우크라이나 해양 무인무기 공격이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러시아 해군은 방어태세를 강화해야 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성공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자국 해군 무인무기체계 역량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앞서 언급한 포세이돈 UUV와 같은 대형 해군 드론 프로젝트는 계획 자체는 원대하지만 실상은 개발 지연과 기술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수년간의 개발 노력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UUV나 USV를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무인 무기체계가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러시아 해군은 자체 무인무기 체계 활용에는 거의 손도 대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 해군 드론에 대한 방어와 함대 재배치, 항구 방어 강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례가 한국에 주는 교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조적 사례는 무인 무기체계 도입을 통해 해군 역량과 해양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여러 나라에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해군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먼저 현재 안보 요구에 맞게 기민하게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의 해군 드론 성공 사례는 특정 작전 요구 사항에 맞춘 비교적 단순하고 저렴한 플랫폼을 빠르게 개발, 도입, 사용, 평가하고 이 순환을 일관되게 지속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작전 경험을 설계에 반영하여 마구라 V5나 씨베이비 같은 USV을 신속하게 전선에 배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빠른 의사결정과 도입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최전방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우리 해군도 우크라이나의 접근 방식이나 미 해군의 “유령 함대 오버로드(Ghost Fleet Overlord)”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무인 해양무기체계의 신속한 시제품 제작 및 전력화 프로그램 수립을 고려해야 한다. 군, 연구 기관, 민간 산업 간의 긴밀하고 상시적인 협력을 통해, 안보 소요에 맞는 무인 무기체계의 활용 방안, 현실적으로 가용한 기술, 투입 가능한 자원 및 시간적 제약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부합하는 무기체계를 설계함으로써 개발, 도입, 작전 배치 주기를 앞당겨야 한다.

다음으로 두 나라의 사례는 비대칭 전쟁의 효율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해양 드론이 보여준 성과는 소규모 해군이 대규모 재래식 해군 전력에 도전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즉, 우크라이나는 고가의 러시아 해군 자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USV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해군 전력에 드는 비용의 일부만으로도 그와 유사한 규모의 타격능력을 보여주고 적의 작전을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역내 경쟁국 및 잠재적 적국의 위협을 고려할 때, 우리 해군 또한 기존 함대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1회 또는 수회 사용 후 처분가능한) 소모성, 저비용 무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 특히 공격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 감시, 정찰(ISR)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상 및 수중 드론 또한 이러한 개념에 따라 개발과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러시아 해군 전력에 대한 우크라이나 소형 드론의 공격 사례를 참고하여 적의 무인무기 체계 침투 및 공격 대한 대응책도 개발해야 한다. 센서 시스템 고도화, 소형 표적에 최적화된 근접 무기 체계, 드론 통신 및 항법을 교란하는 전자전 능력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끝으로 잊지 말아야 할 요소는 무인 무기체계를 기존 전력 및 전략과 원활하게 통합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 해군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있었지만 해양 무인무기체계를 사용하여 지상의 대함 미사일 및 대함 항공 자산과 같은 기존 전력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강력한 적에게 맞서 선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기적, 통합적 전략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재래식 해군력에도 불구하고 보다 포괄적인 해양 방어 및 억지 태세를 구축할 수 있었다. 우리 해군 역시 무인 해양 체계를 기존 수상함 및 잠수함 함대와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교리와 작전 개념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형 유인 함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방 정찰, 기뢰 대응, 대잠전 등에 USV와 UUV를 활용하고 기존 유인 전력에 이러한 자산을 고정적으로 탑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지원(leora1769@gmail.com)은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안보센터 연구원이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연구분야는 무인무기체계, 신흥 안보, 에너지 안보, 무기체계와 안보이론이다. 최근 연구성과로는 “러시아 군용무인기의 과거, 현재, 그리고 향후 전망 -UAV 독자 기술 개발 및 해외 군사개입 과정의 교훈과 한계를 중심으로-”(2024), “실력과 위신 사이 – 일본의 경항모 개장(改裝) 결정 배경에 관한 국제정치적 고찰-”(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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