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81호
해양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한미 기술동맹
기술이 안보를 주도하는 시대, 동맹의 무게중심은 플랫폼 중심의 협력에서 시스템 중심의 통합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25년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해양전력 전시회인 Sea-Air-Space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에는 플랫폼의 공유와 무기체계 협력이 동맹의 표면적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반의 지휘통제(C2) 시스템 협력이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2024년부터 무인지휘통제 시스템을 한국과 공유하기로 협의하였으며, 이는 양국 간 해양 기술동맹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 해군본부 및 국방과학연구소와 미국 해군연구소(Office of Naval Research, ONR) 간 체결한 한미 해군 간 해양과학기술발전협의체(Maritime Science and Technology Cooperation Steering Group, MSTCSG) 협력각서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 협의체는 미래기술, 정보전, 다영역전, 플랫폼·무장 등 네 개 분과로 구성되며, 인공지능, 유무인체계, 수중기술 등 첨단과학기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 구도를 갖추고 있다. 이 각서는 단순한 의지 표명이 아니라, 한미 해군 간 과학기술동맹이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한국은 NATO와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무인체계 실험 훈련에도 참여하게 되었으며, 특히 2024년부터 포르투갈에서 열린 대규모 다국간 무인체계 해상실험에 한국이 처음으로 참가한 것은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 실험은 실제 해상 환경에서의 자율무인체계 운용능력을 검증하고, 연합국과의 상호운용성을 시험하는 자리였으며, 한국 해군의 기술적 신뢰성과 전략적 위상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해양 유무인 통합작전 영역에서의 협력은 실전 적용 가능성 면에서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유·무인 복합운용(Manned-Unmanned Teaming, MUM-T)은 이지스함, 구축함과 같은 유인 플랫폼이 드론, 자율수상정, 무인잠수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작전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이는 다영역 작전, 생존성 향상, 인명 피해 최소화 등 현대전의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과 공유하기로 한 무인지휘통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역시 이러한 해양 유무인 통합작전의 핵심 기반으로 작동하며, 한국형 플랫폼에 적용할 경우 우리의 작전역량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한미 기술동맹의 진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선언이나 형식적 MOU를 넘어서는 실질적 협업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의 C2 소프트웨어를 우리 해군 플랫폼에서 시험 운용할 수 있는 공동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고, 연합훈련을 정례화하여 상호운용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해군도 독자적 MUM-T 작전개념을 정립하고, 전술과 교리를 개발하여 미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해양 기술동맹은 미래의 해양패권 경쟁에서 단순한 기술 이상의 전략적 영향력을 갖는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자율무인체계의 융합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으며, 이러한 영역에서의 한미 협력은 주변국 등 전략경쟁국가를 견제하는 실질적 힘이 될 수 있다. 이제 해양안보는 무기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공유하고 연결하느냐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Sea-Air-Space 2025 전시회에서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TRV-150c, V-BAT 등의 무인항공기(UAV), 자폭형 드론, 고정익-회전익 결합형 항공기 등 다양한 자율무인체계가 소개되었다. 특히 Anduril의 신형 수중 무인체계 ‘Copperhead’, Leidos의 ‘SEA DART’는 해저 감시 및 정찰 작전에 특화되어 있으며, 전술적 자율성과 실시간 데이터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기술들은 미국과의 시스템(소프트웨어) 협력 기반에서 한국 해군 플랫폼에 적용될 경우, 유무인 통합작전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협력은 단기적 전력 강화를 넘어, 한미 기술동맹이 향후에도 지속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단지 양국의 해군 발전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제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제3차 상쇄전략은 경쟁국의 군사적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미국의 핵심 국방혁신 전략으로, 인공지능, 자율무기체계, 지능형 네트워크 등 첨단기술을 통해 기존 우위를 유지하려는 장기 비전이다. 즉, 인공지능, 자율무인체계, 네트워크 기반 작전개념을 중심으로 한 해군력 혁신에 있어 한국은 전략적 기술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유무인 전력의 통합은 반드시 실현될 방향이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정책적·기술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해군이 추진 중인 ‘Navy Sea GHOST’ 전략 역시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유인전력과 무인전력의 통합작전을 통해 해양전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이 전략은 유무인 통합전력 기반의 해양작전체계를 추구하며, 자율무인체계와 기존 유인전력 간의 전술적 연계를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미 기술동맹은 해양작전의 미래를 공동 설계하는 연합작전의 기반이며, 이는 동맹의 지속성과 실질적 상호협력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손자는 『손자병법』 「허실편」에서 “지혜로써 승리를 꾀하고, 이치로써 형세를 만들어야 한다(智者圖勝, 善者制勢)”고 하였다. 기술과 지휘통제, 전력의 연동을 통해 형세(전쟁판도)를 유리하게 바꾸어 미래 해양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 약력
양진호 중령(navyjino@gmail.com)은 서울대학교에서 핵 EMP 관련 석사과정을 마침. 합참 전략기획본부 핵·WMD대응센터, 해본 기참부 전략기획과, 서애류성룡함 전투체계관, 세종대왕함 부함장 등 역임. 현재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근무 중이다.
- 국내외 추천자료
- Kanishkh Kanodia. “The unpromising future of Japan–South Korea–US trilateral cooperation.” Chatham House. February 20, 2025.
- Darcie Draudt-Véjares. “Trump Isn’t Helping Korea’s Alliance Anxieties”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April 15, 2025.
- Patrick M. Cronin. “Strategic Alignment in an Era of Uncertainty: Next Steps for the US–South Korea Alliance.” Hudson Institute. March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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