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17호
중국 군부의‘레드팀’ 소멸과 대만 해협의 위기 불안정성 진단
- 지휘통제 메커니즘의 구조적 붕괴
2026년 1월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PLA) 내부에서 확인된 일련의 사정(司正) 태풍은 단순한 반부패 투쟁의 차원을 넘어선다.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와 국방부장 리상푸(李尚福)의 낙마에 이어, 최근 중앙군사위원회(CMC) 내 서열 1위이자 시진핑 주석의 오랜 ‘군사적 조력자’로 불리던 장유샤(張又俠) 부주석, 그리고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劉振立)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공식화된 것은 중국 군부 권력 지형의 근본적 붕괴와 재편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시진핑 3기 체제의 권력 공고화 과정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안보 전략적 관점에서 이는 현상을 과소평가한 진단이다. 클라우제비츠(C. von Clausewitz)가 통찰했듯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나, 그 실행에 있어 군 최고 지휘부의 인적 구성은 국가의 ‘결심 메커니즘(Mechanism of Resolve)’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특히 핵무기와 항모 전단 등 전략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조직에서 실전 경험을 갖춘 지휘부의 급격한 소멸은 지휘통제(C2) 시스템의 자가 교정 능력을 상실케 하고, 국가 전략의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이에 본 고는 중국 군부 내 합리적 제동 장치(Rational Brake), 즉 조직 내부의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을 수행하던 ‘레드팀’의 소멸이 가져올 의사결정 구조의 왜곡을 심층 진단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권위주의적 결정 구조의 경직성이 대만 해협의 위기 불안정성(Crisis Instability)을 어떻게 고조시키는지 분석하고, 이것이 한국의 해양 안보와 서해 작전 환경에 던지는 함의를 고찰했다.
- ‘평화병’ 치유의 역설과 실전파의 퇴장
1) 경험적 억지력의 상실: 장유샤와 류전리의 퇴장
장유샤 상장과 류전리 상장은 단순한 고위 장성이 아니었다. 이들은 각각 1979년 중월전쟁과 1986년 라오산 전투(Battle of Laoshan)에 참전하여 현대전의 참혹함과 불확실성, 이른바 ‘전장의 마찰(Friction)’을 몸소 체험한 ‘실전 세대(Combat Generation)’의 마지막 보루였다. 이들의 존재는 최고 결정권자의 군사적 모험주의나 정치적 조급증을 제어하는 강력한 내부 견제 기제(Internal Check)로 작동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초기부터 군의 나태함을 질타하며 ‘평화병(和平病·Peace Disease)’ 척결을 강조해왔으나,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전장의 두려움을 아는 베테랑들을 숙청함으로써 군 내부의 건전한 면역 체계마저 제거해버린 셈이다.
2) 관료정치 모델의 붕괴와 ‘충성 경쟁’의 위험성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T. Allison)의 ‘관료정치 모델’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중국 군부는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건전한 안보 결정은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의 타협과 견제 속에서 도출되나, 현재의 PLA는 오직 최고지도자를 향한 ‘충성 경쟁’만이 유일한 생존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경고한 ‘집단사고(Group Think)’의 함정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싸우면 공멸한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보다 “당이 원하면 싸울 수 있고, 반드시 이긴다”는 맹목적 과신이 지배할 때,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푸틴의 정보기관들이 범했던 ‘정보 환류의 실패(Information Feedback Failure)’가 중국에서 재현될 구조적 위험성은 극대화된다.
- 대만의 비대칭 억지와 ‘발전의 역설’
1) 거부적 억지를 넘어선 보복적 억지 전략
중국 군부의 오판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만의 억제 전략 또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대만군이 실전 배치한 ‘슝펑(雄風, Hsiung Feng)-2E’ 순항미사일의 타격 범위 확대 논의나 비대칭 전력 강화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억지 이론에서 말하는 방어적 성격의 ‘거부적 억지(Deterrence by Denial)’를 넘어, 중국 동부 연안의 핵심 기반 시설(Critical Infrastructure) 및 고가치 표적(HVT)에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히겠다는 ‘보복적 억지(Deterrence by Punishment)’ 전략의 구체화다.
2) 발전의 역설(Paradox of Development)과 인지 부조화
현대 중국은 1979년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했던 과거와 다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고도로 밀집된 동부 해안의 산업 시설, 원전, 그리고 양쯔강 유역의 인프라는 외부 타격에 극도로 취약해졌다. 기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의사결정권자의 인식(Perception)이다. 충성파들로 채워진 참모진이 시진핑 주석에게 ‘상하이와 광저우가 입을 궤멸적 타격’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가감 없이 보고할 수 있을까? 지도자가 자신의 ‘위험 감수(Risk-taking)’ 성향을 과신하는 순간, 억지는 실패하고 재앙적 전쟁은 시작된다.
- 동북아 해양안보에의 함의와 한국의 대응
1) 서해의 ‘법률전(Lawfare)’ 강화와 우발적 확전 위험
제동 장치가 제거된 국가는 멈추지 않는다. 중국 군부의 경직성은 한반도 서해와 이어도 근해의 작전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위기 시 미군의 전력 투사를 차단(A2/AD)하려는 중국의 의지는, 국내법(해경법 등)을 공해상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려는 공세적 ‘법률전(Lawfare)’ 형태로 표출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현장 지휘관의 행태 변화다. 합리적 통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해상 우발 충돌 시 현장 지휘관이나 상부 지휘부가 유연한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보다는 정치적 선명성을 증명하기 위해 확전(Escalation)을 선택할 개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 한반도 안보와 대만 위기의 연계(Coupling)
중국 군부 내 신중론의 실종은 한반도 유사시와 대만 위기가 분리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중국 지도부가 대만 침공을 결심할 때, 주한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 서해에 대한 봉쇄를 시도하거나 북한을 사주하여 제2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대만 해협의 위기는 시차 없이 서해의 안보 위기로 전이(Transfer)된다.
- 결론 및 정책적 제언
장유샤와 류전리의 퇴진을 통해 우리가 읽어내야 할 핵심은 ‘전쟁 임박설’이라는 공포가 아니라, ‘중국 군부의 자가 교정 능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위기다. 이에 우리 군과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비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첫째, 대중(對中) 정보 분석의 패러다임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해야 한다. 항모의 척수나 미사일 사거리를 넘어, 인민해방군 내부의 파벌 역학 관계, 엘리트 충원 과정, 그리고 ‘누가 시진핑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대중 전략의 선결 과제라고 본다.
둘째,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통업 억지(Integrated Deterrence)’ 태세의 확립이다. 중국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는 군사적 대비태세뿐만 아니라, 외교·경제·정보 자산을 통합하여 ‘현상 변경 시도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한다’는 명확한 신호를 발신해야 한다.
셋째,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위기 관리 소통 채널(Crisis Management Communication Channel)의 재점검이다. 역설적으로 중국 군부가 비합리적으로 경직될수록 핫라인(Hotline)의 중요성은 커진다. 해군 및 국방 당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여, 상대 현장 지휘관의 과잉 충성이나 오판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해서 교훈을 준다. 제1차 세계대전은 계획된 야욕보다는, 통제되지 않은 오판과 침묵하는 참모진의 방조 속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중국 중남해(中南海)의 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다가오는 폭풍 전의 불안한 고요임을 직시하고, 우리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그 폭풍에 대비해야 할 때다
- 악력
전창빈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47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국제관계)를 취득하고, 서울벤처대학원에서 박사학위(국방정책)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해군대학에서 주변국해양전략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국내외 추천자료
- Tang, K. Tristan. “Zhang Youxia’s Differences with Xi Jinping Led to His Purge.” China Brief , Volume 26 Issue 3. February 06, 2026.
- Niklas Swanström. “Command without Trust: Zhang Youxia’s Fall and the Crisis Inside the PLA.” Institute for Security & Development Policy. January 30, 2026.
- Zi Yang. “The Purge of Zhang Youxia and Liu Zhenli: Why and What’s Next for China’s Military.” The Diplomat. January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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