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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2호

남중국해 긴장과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

한국해양과학기술연구원
해양정책연구소장

양  희  철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근 남중국해 상황이 미국과 중국 간 군사작전 대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우려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남중국해와 한반도 긴장에 대한 역내 이해상관자들의 입장은 각기 다르며, 이는 지난 2월 16일 개최된 제1차 미국-아세안 정상회담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황하에서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에 서해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의를 재개하였으며, 이 역시 많은 이견을 노정했다.

  현재 동아시아 상황은 미국이 중국과의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법 범위 내에서 해소시킬 방안을 주도할 미국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비준하지 않아 역외 국가 및 제3자로 관망하는 가운데, 중국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어 국제법 적용에 의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과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일방적 행위를 억제시키기 위해 당사국의 해양안보 역량증대(예를 들면, 필리핀·베트남 및 말레이시아의 해군력 현대화 지원 등)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들이 중국에 대응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 한국 등 역내 이해상관자 국가들이 강도 높은 우려 표명 또는 미국과의 연대 형성으로 중국의 일방적 행위를 자제시키려 하고 있으나, 효과는 가시적이지 못하다. 실제적으로 남중국해에서의 아세안 당사국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한국 등 역내 이해상관자 국가들이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을 문제 삼아 공해상 자유로운 항해의 권리를 속박하거나 제한시킬 이유가 거의 없다. 실제 중국도 미국이 주도하고 보장해 온 공해상 자유로운 항해의 권리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군사적으로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분쟁을 계기로 남중국해를 경유하는 해상 운송로를 차단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전개는 극히 냉전적 사고이며,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논리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인사들이 “한국이 당장 실질적으로 무엇(예를 들면 자유로운 항해/비행 군사작전을 공동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논리이다.

  그 동안 한국은 ⑴ 공해상 자유로운 항해 권리 보장 ⑵ 분쟁의 평화적 해결, 그리고 ⑶ 국제법 존중의 3가지 기본적 원칙을 천명하였으며 이는 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한국의 입장은 아마도 다른 이해상관자 국가들의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상기 3가지 원칙에 추가하여 ⑷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위기관리 방안 마련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며, 역내 해양이용국이자 역내 이해상관자인 한국이 ‘Track 1.5’ 또는 ‘Track 2’ 차원의 역내 신뢰구축 방안·해양협력 증진 및 국제법에 의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 등을 구축하는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양국 간 서해 해양경계획정 합의가 ‘법에 의한 원칙(rule of law)’이 적용된 역내 ‘모범적 사례’로 시현될 수 있도록 인내와 상호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은 다음과 같은 남중국해 상황과 한·중 해양경계획정 간의 차별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남중국해에 대한 한국의 위치는 사용국가·역내 이해상관자이나, 서해 해양경계획정에서 한국은 당사자이다. 둘째, 중국과 아세안 연안국 간 남중국해 분쟁 해결방안에 대해 미국 등 제3자 개입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한국과 중국은 서해 활용에 대한 상호보완성이 높아 양국 간 상호이해도가 깊다. 셋째, 남중국해에서 현상유지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서해에서는 현상유지가 잘 관리되고 있다. 넷째, 남중국해에서는 당사국 간 정치적 결단이 미흡하나, 서해 해양경계획정은 정치적 결단이 선언된 상황 하에 기술적 문제 합의만 남겨두고 있다.

  그 동안 한국과 중국은 해양경계획정에 있어 존중되어야 할 ‘형평성’에 합의하기 위해 많은 과정과 절차를 거쳤는 바, 이에 대한 양국 간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작년 10월 3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시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조속한 실무회담 재개를 언급하여 12월 22일 제1차 차관급 협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중국의 관심을 보여 준 매우 고무적 현상이었다. 비록 지난 1월 6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이은 사드(THAAD) 배치 추진문제로 양국 간 충돌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북한 문제에 대한 이견일 뿐이다. 양국은 1997년부터 2008년 간 양국 간 서해에서의 배타적 경제수역 획정을 위한 16차례의 실무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므로 양국 주무부서 간 실무이해가 깊은 상황이다.  양국은 어느 당사국 일방의 국가이익 보다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증진을 위한 안정적이며 평화적 해양협력 증진을 지향하는 해양 공동이익 추구에 비중을 더 두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성숙시키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되어야 하며 과거지향적 갈등요인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양희철 박사(ceaser@kiost.ac.kr)는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이자 해양정책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중국의 해양경계획정에 관한 주제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관심분야는 해양경계획정과 심해저제도 그리고 한반도 주변수역 해양분쟁이다.

윤석준 박사(sjyoon6680@kims.or.kr)는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에서 선임연구위원이자 국제협력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주요 관심 연구분야는 군사전략∙지역해양안보 및 중국 해양전략과 군사력 현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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