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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27호

국제해협 이니셔티브 (International Strait Initiative, ISI) : 글로벌 해상교통로상 국제해협 보호 레짐 구축 제언

정동조

예비역 해군 제독

정동조

Ⅰ. 제안 배경

미국-이란 간 휴전협상이 시작되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통항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부분의 분쟁은 협상 타결로 휴전에 합의하면 미사일, 화포, 공중폭격은 바로 멈추고, 그로써 지상과 공중에서의 안전이 확보된다. 하지만 해협 통항의 안전확보에는 시간이 걸린다. 기뢰라는 무기의 특성 때문이다. 어디에 몇 발의 기뢰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아 일정한 구역을 비질하듯 쓸거나, 한발한발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그 과정을 일반적으로 소해(掃海)라고 하는데, 해군 임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소해 후에도 시험 통항으로 안전 항해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6.25 전쟁 중에도 일본에서 온 소해시험선(Guinea Pig)이 주요 수로에서 운용되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기뢰 위협을 제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언제 안전한 항로가 확보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원유를 들여와야 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 무슨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니, 능력 있는 국가들이 상시 기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Ⅱ. 문제 인식

안보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 필요

해협 안전관리를 위해 연안국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능력이 부족하고 목표가 지엽적이다. <말라카 해협에 대한 경비규약(Malacca Straits Patrol: MSP, 2004년), 지부티가 만든 <동아프리카 해안에서의 행동지침(Djibouti Code of Conduct: DCoC), 2009년>은 해적과 마약거래 단속을 위한 것이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차단과 같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규약은 없다.

홍해, 남ㆍ동중국해, 세계 바다의 주요 길목(Choke-points) 뿐만 아니라, 해군 끼리의 충돌은 SLOC을 위협하고, 여파는 분쟁 당사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즉각적이고 방대하게 미친다. SLOC에 대한 위협을 최소, 최단화 하기 위한 만능의 국제 레짐 마련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점점 불가결한 일이 돼가고 있다. 그 중요한 변수가 미국의 태도 변화다.

차제에, SLOC 안보 레짐을 대한민국이 선도하여 제안함으로써 외교적 위상을 높인다면 관세 압박과 같은 외교 이슈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해로안전에 대한 미국의 기조 변화

제2차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브레튼우즈 체제가 발족하면서 자유롭고 안전한 국제 교역에 필요한 해상교통로(SLOC) 보호 역할을 자임해오던 미국이 의지와 역량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수혜국 주도로 해협의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는 발언에서 미국의 속내가 표출됐다. 이는 한국에 전략적 부담인 동시에, 미 해군의 투사 능력 위주 전력구조 변화에서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일회성 요구가 아니라 해양질서 유지에 대한 의지의 변화라고 보아야 한다.

경제대국들, 특히 중국에 ‘국제적 의무’ 부여

이번 호르무즈 위기에서 유럽 국가들과 중국도 SLOC 안전은 세계적 과제이면서저절로 확보되지 않음을 인식했다. 이를 계기로 호르무즈에서의 안정적 해상 교역을 위한 레짐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효과를 검증 보완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호응을 유도하는 발판으로 삼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위상 제고와 실리 확보

수출입의 거의 전량(99.7%)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이 국가의 생명줄을 두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인도-태평양에서 국가간 협력해야 한다’고 공론화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하며 인도-태평양을 하나로 묶는 전략구상이 공식화되었다. 일본의 외교 어젠다 선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해양국가로서 규범 제정자(Rule-setter)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

III. 기본 원칙 (Guiding Principles)

  • Pillar 1. 국제해협에 국제 공공재 지위 부여 및 보편적 통항권 보장

국제해협은 특정 국가의 배타적 관할에 둘 수 없다는 UNCLOS의 기본 정신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ILS를 통해 <국제해협은 공공재>라는 성격을 강조함으로써 군사적 갈등 상황에서도 해상 물류 흐름의 연속성이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Pillar 2. 국력에 상응하는 책임 분담과 능동적 주도권 확보

미국의 SLOC 보호 부담 경감 의지는 정권이 바뀌어도 상수가 될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감당할 각오로 선제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주요 해양 이용 국가들 속에서 설계자(Rule-setter)로서 당당한 지분을 갖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외교력으로 국익을 키우는 일이다..

  • Pillar 3. 정보공유 및 기술적 투명성을 통한 신뢰 구축

해저 지형 및 항로 정보를 표준화 및 공동 관리한다. 핵심은 소해와 관련된 해양정보를 디지털 트윈 체계에 연동하는 것이다. 항로 안전에 직결된 소해 구역(Sweep Channel) 내의 해저 클러스터 맵을 작성해두면 새로 부설된 기뢰를 찾아내는 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런 정보관리는 국제수로를 공공재로 인식하게 하는 강력한 장치로 기뢰부설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 Pillar 4. 해상교통로 안전을 인도적 차원으로 인식

 국제수로에서 활동하는 소해 자산에 ‘국제항로 복구임무 자산(가칭)’과 같은 특별 지위를 인정한다. 병원선처럼 공격 표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개념이다(1949년 제네바 제2협약 제 22조 및 24조). 소해 자산에 대한 정보 공유는 참여 국가 간 상호운용성 증진과 위기 발생 시 즉응성을 높인다. 이는 해운과 보험에서 실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말라카 해협 경비규약(MSP)이 나오자 최대 선박보험사 로이드는 보험료를 인하했다.

위의 네 가지 필라들은 예상할 수 있는 항목을 망라해본 것으로, 제정협의 과정에서 다듬어져야 한다.

Ⅳ. 조직 구조

필요한 조직과 기능을 개념적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해본다.

  • 국제해협위원회 (ISC, International Strait Council): 정책을 결정하고, 재원(ISI 기금)을 관리하는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
  • 소해 및 항로안전센터 (MCNSC, Mine Countermeasure & Navigation Safety Center): 참여 국가들의 소해 자산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고, 유사시 소해 실무를 집행 및 조정ㆍ통제하는 실행 기구
  • 해저정보관리국 (SMDA, Seabed Mapping & Data Authority): 항로 안전에 필수적인 구역의 데이터의 조사, 축적, 표준화, 공유 관리를 담당하는 지원임무 기구.

Ⅴ. 적용 대상

이 제안은 대략적인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더 전문적인 연구와 검토의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범 적용 대상 수로를 지정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당장, 그리고 자주 위기에 빠지는 호르무즈 해협과 통행량이 많은 말라카 해협을 파일럿 수로로 삼아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주요 초크포인트(Choke-points)로 확대한다.

Ⅵ. 기대 효과

미국의 해양질서 유지에 대한 책임과 의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미국의 외교 압력을 완화하고, 중국을 포함한 경제대국들을 이 새로운 국제 레짐의 주도국 의무를 이행하게 유도함으로써 국가 리스크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강화하면서, 사활적 국익이 달려 있는 해상교통로 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동조 해군준장(예)은 해사(28기), 미해군대학 지휘과정(1991), 충남대 행정대학원(2005)을 졸업했다. 소해함, 초계함, 프리깃함 함장 경력이 있다. 함대작전참모, 전대장(고속정/구축함), 제2전투전단장 등 주로 작전부대에서 근무했다. 2005년 해군대학총장으로 전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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