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29호
호르무즈해협에서 베링해협으로-북극안보의 활로 개척
지정학적 중심의 이동 ‘호르무즈해협에서 베링해협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 다시 회생의 기회가 주어질까? 현재 중동분쟁으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음 해협으로 주목받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의 생존전략은 어디를 향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 하는가? 21세기 중반이 되면 북극해는 완전히 자유로운 항로가 열리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고, 특히, 북극해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베링해협은 중요한 병목 지점(Chokepoint)이 될 것이라고 북극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이 약 80km로 러시아와 미국이 마주하고 있다. ‘협력’의 해상 길목이냐, ‘경쟁’의 조임목이 될 것이냐는 지정학적 변화의 시대에 중요성이 증대되며, 논쟁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북극은 과거에 미지의 세계, 탐사와 개척의 영역이었다면, 현재 북극은 국가이익을 위한 패권경쟁의 측면이 더 강해졌다. 북극이 세계의 지정학적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우리는 북극시대에 살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러 패권경쟁으로, ‘북극의 신냉전 돌입’,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북극지역으로’, ‘호르무즈해협에서 베링해협으로’. 북극 주변국(북극이사회 8개국)은 물론 옵서버 국가들조차 이러한 지각변동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북극전략’, 즉 북극에서의 ‘생존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북극전략 충돌: 미국 ‘견제단계 및 도전영역’과 러시아 ‘이행단계 및 생존영역’
북극의 중요성은 재선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1월초 그린란드를 매입하거나 점령하겠다고 선포하며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철회하는 대신 ‘골든 돔(미사일 방어망)’ 설치와 ‘광물 자원 접근법’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북극이 세계의 이슈로 다시 들어왔다.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헤게모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북극전략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북극전략이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은 2024년에 본격적인 북극 진출을 알리는 ‘북극전략’을 발표하며, 북극전략에서 북극을 새로운 ‘도전의 영역’으로 접근한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북극 경쟁이 증가하며 후속 주자로서의 경쟁국이 되고 있다. 북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북극 자원개발과 북극 항로개척, 북극 군사안보에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2020년에 『2035년까지 북극개발과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된 이후 3차례의 개정작업을 거치고 현재 2050년까지의 연장 논의가 진행 중이다. 5년 간격으로 총 3단계로 구분된 러시아의 북극전략은 ‘실천과 이행단계’를 지나고 있다. 단계별 추진전략에서 제1단계(2020-2024년)를 마친 2025년에 14개 이행 항목 중에서 6개 항목을 달성하고, 미달성 8개 항목을 2단계(2025-2030년)에서 달성 중이다. 러시아는 북극전략에서 나타나듯 북극을 지역발전과 확장의 영역으로 본다. 이것은 자국의 영해와 영토에서 미개발된 북극지역을 개발하여 삶의 영역으로 정착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인태지역’에서 ‘북극지역’으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러한 북극전략 개정과 발표에 대해 북극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향후 세계질서는 북극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중심 나토국과의 해양안보 경쟁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베링해협이 주목을 받으며 新무역항로로서 북극의 북동항로(러시아 중심)의 급부상을 전망한다. 북서항로의 시작과 끝이 GIUK 갭(북대서양에 있는 해상 병목 지점)이라면 북동항로의 시작과 끝은 베링해협이 된다. 북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길목은 동해로 연결되어 아시아로 이어지기에 우리는 베링해협을 주목해야 한다.
북극시대의 최대 수혜국, 러시아의 해양안보 역량
러시아는 북극시대에 최대 수혜국으로 등극할 것이다. 영해, 자원, 안보, 항로의 영역에서 북극이사회 8개국 중에서 러시아가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러시아 『2035 북극개발 및 국가안보전략』의 단계별 성과가 계획대로 달성된다면 그 결과물들은 온전히 러시아의 수혜로 돌아갈 것이다
< 북극지역에서 러시아의 영역별 역량 >
| 영역별 | 주요내용 |
| 영해 | • 북극 연안 대부분 러시아가 점유-서쪽에서 동쪽까지 7,000km 차지 |
| 자원 | • 원유 및 천연가스 : 러시아 전체 매장량의 20% 및 75%,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17% 및 83% • 희토류 : 러시아 전 매장량의 76%, 생산량의 100% |
| 안보 | • 핵쇄빙선 이용 해상훈련 실시 : 해양안보 능력 강화 기회로 활용 – 핵쇄빙선 8척 건조, 북부합동전략사령부에서 북극전담 작전운용 |
| 항로 | •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대표적인 ‘북동항로’를 러시아가 통제 |
북극의 해양안보를 위해 해군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서 북양함대와 북양함대 특별군관구(러-우 전쟁 이후 레닌그라드군관구로 개편) 내 북부합동전략사령부의 전력 증강을 중점과제로 두고 있다. 쇄빙선은 북양함대 군함의 북극 항해 지원을 위해 투사된다. 최근에는 쇄빙기능을 갖춘 순찰 쇄빙선이 북극의 도서지역에 상시 배치되었다.
북극 비젼과 정책 방향은 ① 2035년까지 북극항로 물동량 목표 2억 2천만톤, ② 쇄빙선 선단 증강(현재 쇄빙선 30척 보유, 향후 핵추진 쇄빙선 포함 40척 확보) ③ 북극지역 인프라 (항만건설, 철도, 위성배치 등) 구축 ④ 군사력 강화 및 북극기지 재가동 ⑤ 북극 자원개발 및 환경, 주민 중심으로 지속발전 ⑥ 국제협력과 주권강화로 요약된다. 특히, 프로젝트 22220(Arctic) 계획에 따라 2026년까지 원자력 쇄빙선(2.8m 쇄빙 가능) 최소 5척 건조, 프로젝트 10501(Leader) 계획에 따라 ‘27-33년까지 원자력 쇄빙선(4m 쇄빙가능) 최소 3척 건조, 구조선 16척 건조 등 쇄빙선단을 구축하는 것이다.
러시아 북극전략 실현을 위한 조직으로 ’국가해양정책국‘ 및 ’해양위원회‘를 신설했다. 2024년 6월 12일에 대통령령 №482호에 의거 대통령 행정실 산하 ‘국가해양정책국’을 독립기관으로 신설하고, 2024년 8월 13일에는 대통령령 №691에 따라 정부산하 ‘해양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해양위원회 예하 ‘해군전략발전 협의회’, ‘북극에서 국가 이익보호 협의회’, ‘러시아의 해양활동 발전 및 보장 협의회’ 총 3개 협의회를 두고서 북극개발과 국가안보전략을 추진 중이다. 북양함대는 1933년에 창설되어 북극의 작전영역은 물론 나토에 대응하여 대서양에서의 주도적 해양작전을 수행 중이다. 북극의 해양 헤게모니를 주도할 만큼 막강한 해군전력을 보유한다. 북극 주변국 중에서 북극해에 전개 중인 해군력만으로 보면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북극의 안보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북극전략은 현 북극안보를 공고히 다지는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극의 안보 위협요소: 군사적 및 비군사적 요소 인식 필요
북극에 존재하는 군사적 안보요소는 ‘북극 해안과 도서지역의 군사기지 건설’, ‘장기간 북극항해훈련’, ‘전략폭격기의 북극점 통과 비행훈련’,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북극도서의 가상적을 상정한 지휘-참모훈련’. ‘북극해상에서 러시아의 군함 해상활동과 나토국 군함의 항해작전 간 충돌문제’가 안보 위협으로 대두된다.
비군사적 안보 요소로는 ‘대형선박과 LNG 천연가스 운반선의 좌초와 충돌로 인한 기름 해상유출 문제’, ‘다수 선박의 항해에서 발생하는 해상사고(침몰·좌초)로 인한 선박 및 인명 구조 상황’, ‘군함 및 잠수함 활동을 위한 해양 지질 및 지형조사’ 등을 예로 들수 있다. 한국은 군사적·비군사적 안보요소 모두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한국형 북극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생존전략 : 한국형 북극안보
첫째, 해상 작전 범위 확대. 한미 연합훈련의 범위를 동해를 넘어 베링해와 알래스카 북극해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매년 중러 연합해상훈련은 북극으로 연결되는 베링해까지 항해하여 알류산 열도를 통과하는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한다. 우리 또한, 더 넓은 해상에서 확대된 해상연합훈련을 예상할 수 있다. 베링해를 통과하여 알래스카의 북극해상에서 연합훈련이 가능한 시기가 도래할 것을 예상하여 해상 작전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극지 선박 건조능력 강화. 북극해에서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강한 대형선박 건조가 필요하다. 2014년 해양경찰은 오호츠크해 및 베링해협 인근에서 조업 중 좌초된 우리 선박을 구조하기 위해 12월의 기상악화를 극복하고 구조지원을 위해 출동하였으나, 악기상과 선박의 한계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북극해에서 우리 선박의 조업활동이 증가될수록 해군과 해경의 구조함은 내구성이 강하고 단독작전이 가능한 선박 건조가 절실히 요구될 것이다.
셋째,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북극해의 해빙 시대를 대비해 장시간 수중 작전이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가 조속히 필요하다. 러시아 북양함대와 태평양함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북극과 대서양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활동했다. 미국은 세계 해군력 1위에 걸맞게 세계 대양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수중작전 중이다. 그들이 활동했던 바다는 연안이 아니라 북극을 포함하여 세계의 대양이었다. 미러 전략경쟁이 증대되는 북극해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항해가 가능해질 것이고, 그러한 시기에 대비 원자력 추진잠수함의 도입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진취적 해양안보 추진. 북극의 해양안보 위협요소로 군사적 및 비군사적 요소를 모두 해양안보로 인식하여 수동적인 해양안보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해양안보에 대비하여 ‘한국형 북극 안보’를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약력
정재호 박사는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제관계, 국제안보, 해양안보, 해양전략 관련 다양한 저서, 역서, 논문을 집필함.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아태지역 주요국의 안보협력 경향에 관한 연구, 21세기 동북아 해양전략, 러시아 해양력과 해양전략, 러시아 국가안보 등이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Bryan Clark. “Arctic Security in an Era of Global Competition: Safeguarding US Interests in Frigid Waters.” Hudson Institute, March 26, 2026.
- Jeffrey Kucik, and Veronica De Allende. “Can an Interagency Task Force Work in the Arctic?” Center for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IMSEC), March 4, 2026.
- Pavel Devyatkin. “Restraint and Diplomacy in Arctic Policy: Cooperation Amid U.S.-Russia-China Tensions.” QUINCY BRIEF NO. 91, January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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