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32호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전력화와 인력양성: 호주 AUKUS 사례를 통한 시사점
해군은 지난 5월 1일 핵추진잠수함 추진단을 창설했다. 바야흐로 한국 해군에 ‘원자력 시대’의 닻이 올랐다. 한미 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이 마침내 핵추진잠수함(SSN) 건조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추진단은 승조원 양성, 교육훈련 체계, 정비·안전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함정 건조”보다 “운용 가능한 인력과 제도”를 먼저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 운용 능력과 정비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핵잠수함 운용은 재래식 잠수함 운용과는 또다른 차원의 운용 능력과 정비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핵추진잠수함은 디젤 엔진이 아닌, 좁은 밀폐 공간에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싣고 심해를 누비는 무기체계다. 단 한 번의 실수, 단 1초의 판단 지연이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당장 건조 기술이나 예산 확보보다 더 뼈저리게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 즉 사전 교육훈련과 완벽한 원자력 안전 문화의 정착이다.
역사는 준비되지 않은 자가 핵잠수함을 다룰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참혹한 피로 기록해 두었다. 1961년 7월, 구소련의 최초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인 K-19호는 북대서양에서 원자로 냉각수 유출 사고를 겪었다. 설계 결함도 문제였지만, 사고 당시 승조원들은 원자로 과열을 막을 비상 냉각 시스템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결국 방호복도 없이 방사능 구역에 뛰어든 승조원 8명이 몇 주 만에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고, 이후 2년 내에 14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2000년 8월, 118명의 승조원 전원이 사망한 러시아 쿠르스크(Kursk)함 침몰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어뢰 폭발이 1차 원인이었으나, 훈련 부족과 부실한 안전 문화, 그리고 초기 대응의 실패가 전원 사망이라는 참사를 불렀다.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963년, 미 해군의 최신예 핵잠수함 스레셔(USS Thresher)호가 심해 잠항 테스트 중 배관 파열로 침몰해 12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뼈아픈 희생을 치른 후에야 미 해군은 원자력 안전과 잠수함 품질을 통제하는 ‘서브세이프(SUBSAFE)’라는 엄격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 해군 원자력 프로그램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먼 리코버(Hyman G. Rickover) 제독은 이렇게 경고했다. “발전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알고 있다는 환상이다 (The greatest enemy of progress is not ignorance but the illusion of knowledge).” “우리는 방사능의 아주 작은 양조차 존중해야 하며, 안전을 위해서는 무자비할 정도의 책임감과 끝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현재 미국, 영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인 호주의 오커스(AUKUS)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호주는 1960년대 중반이후부터 오베른급 잠수함과 콜린스급 재래식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온 해군 강국이다. 그럼에도 호주는 2023년 단계별 전환 로드맵인 “최적의 경로(Optimal Pathway)”를 발표했는데, 핵심은 2040년대 초 계획된 자체 건조 SSN-AUKUS 인수에 앞서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을 ‘인적 역량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전략은 철저하고 치밀하다. 첫째, 인력의 선제적 파견 및 교육이다. 호주 해군 장교와 부사관들은 이미 미 해군 원자력 훈련 부대(NPTU)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버지니아급 잠수함에 직접 배치되어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호주 국영기업의 민간 기술자들 역시 하와이와 노퍽 해군 조선소에서 방사선 통제 및 핵잠수함 정비 훈련을 받고 있다.
둘째, 순환 배치된 미·영의 핵잠수함을 통한 실전 감각 배양이다. 호주는 2027년부터 호주 서부 스털링기지(HMAS)에 미·영의 핵잠수함을 순환 배치하는 ‘서부 잠수함 순환부대(SRF-West)’를 운용할 계획이다. 남의 배를 우리 기지에 정박시켜 놓고, 우리 인력이 직접 유지·보수와 작전 지원에 참여하며 정비 노하우를 이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자체 건조 전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미국의 중고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먼저 구매하여 운용술을 완벽히 익힐 계획이다.
셋째, 독자적이고 엄격한 안전 규제 기관의 설립이다. 호주는 2025년 11월, 호주 해군 핵추진 안전 규제청(ANNPSR)을 신설하여 원자력 안전의 최고 국제 기준을 스스로 강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완성했다.
한국 해군으로선 ‘시간’이 아닌 ‘완벽’을 좇아야 한다. 한국 해군이 호주보다 유리한 점은 뛰어난 잠수함 운용능력과 조선업 인프라,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운영 경험이다. 그러나 이것이 해상에서의 원자력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심해의 극한 환경에서 원자로를 다루는 것은 지상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당장 내일 핵잠수함을 진수 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몰고 갈 승조원과 정비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은 바다 밑의 ‘시한폭탄’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 해군은 즉시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핵추진잠수함 인력 양성 특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우리의 젊고 유능한 장교와 부사관들을 미국의 원자력 학교로 보내고, 미 해군 SSN에 탑승시켜 실전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호주처럼 진해나 부산에 미 해군 SSN의 순환배치를 유도하여 우리 정비창 인력들이 직접 핵잠수함 정비 기술을 보고 배워야 한다. 물론, 향후 우리가 확보할 핵잠수함이 미국이 현재 운용 중인 잠수함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얻어진 능력을 바탕으로 실제 우리가 확보할 잠수함에서의 운용과 정비 능력을 추가함으로써 필요한 인적 역량을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핵추진잠수함이라는 강력한 힘을 얻는 기회를 갖게 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만심이 아니라, 심해의 압력과 원자력의 공포 앞에 고개 숙일 줄 아는 겸손함, 그리고 피를 말리는 사전 교육훈련이다. 그것 만이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지키고, 진정한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항로다.
- 약력
원태호 소장은 경기대학교 안전보장학과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안보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민국 국방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해군사관학교 제32기로 졸업했다.
군 경력으로는 해군제3함대사령관, 해군사관학교장, 합동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하였고, 전역 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과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그리고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Gabriel Dominguez. “South Korea’s Nuclear Sub Ambitions to Intensify Indo-Pacific Arms Race.” The Japan Times, June 9, 2026.
- Arthur, Gordon. “South Korea Goes Full Steam Ahead on Nuclear-Powered Submarines.” Defense News, June 1, 2026.
- Seong Hyeon Choi. “How Will South Korea’s Nuclear Submarines Alter Underwater Balance near the First Island Chain?” South China Morning Post, May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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