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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33호

호르무즈 해협, 누가 법을 등지고 있는가?

정삼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해양안보센터장

정삼만

2026년 봄,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한번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IRGCN)은 외국 상선을 나포하고, 기뢰를 부설하고, 미 해군 함정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했다. 이란은 이를 “주권 수호”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제법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이란의 행동은 주권 수호가 아니라 수십 년간 자국에 유리한 법만 골라 쓰고 불리한 의무는 기피해 온 ‘선택적 법 적용’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의 입장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사용 가능한 국제법 논거를 냉정하게 검토하면, 이란의 주장이 자기 모순적이며, 미국의 항행 권리가 얼마나 견고한 법적 기반 위에 서 있는지가 분명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란의 논리는 표면상 단순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영해(12해리)와 겹치므로, 외국 군함의 통항에 이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국제법적으로 상충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12해리 영해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확립한 현대적 기준이다. 이란은 UNCLOS에 서명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12해리 영해는 이미 관습 국제법으로 굳어졌다며 적극 주장한다. 문제는, 12해리 영해와 국제해협에서의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은 UNCLOS 협상에서 처음부터 분리 불가능한 하나의 패키지 딜(Package Deal)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진행된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UNCLOS III)에서 해양 강국들은 연안국의 12해리 영해 확장을 수용하는 대신, 그 영해가 겹치는 국제해협에서의 통과통항권을 보장받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란은 이 협상 과정에서 12해리 영해 확장의 수혜자였다. 그 대가가 통과통항권의 보장이었다. 이란이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한, 통과통항권을 거부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란이 12해리 영해를 관습법이라 주장한다면, 같은 논리로 통과통항권도 관습법이다. 이란은 편의에 따라 관습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는 국제법의 기본 원칙인 신의성실(good faith)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미국 또한 UNCLOS 당사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주 거론되지만, 이것이 미국의 항행 권리를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미국의 법적 근거는 세 층위에서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

첫째, 미국은 1958년 영해 및 접속수역 협약(Territorial Sea Convention)의 당사국이다. 이 협약 제16조 4항은 국제해협에서의 무해통항(Innocent Passage)은 연안국이 정지시킬 수 없다고 명시한다. 즉, 이란이 통과통항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최소한 정지 불가능한 무해통항권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의 통항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이 조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둘째, 통과통항권은 이미 관습 국제법으로 결정화(crystallization)되고 있다. 1982년 UNCLOS 채택 이후, 165개국 이상이 가입했으며, 통과통항권 조항은 광범위한 국가 실행과 법적 확신(opinio juris)을 통해 관습법적 지위를 획득해 가고 있다. 저명한 해양법 학자 처칠(Churchill)과 로우(Lowe)는 도버 해협, 지브롤터 해협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협에서는 통과통항에 유사한 관습법적 권리가 이미 확립되었다고 분석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가장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협이다. 이 해협에서 통과통항권이 관습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주장은 오히려 설득력이 없다.

셋째, 무력분쟁 중에도 통과통항권은 보장된다. 국제해협에서의 통과통항권은 무력분쟁 중에도 방해받을 수 없다(transit passage through international straits cannot be hampered even during armed conflict)는 주장이 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주장이 아니라, 미 해군 작전법 교범(NWP 1-14M), 뉴포트 매뉴얼, 산레모 매뉴얼 등 복수의 국제적 권위 문서가 일관되게 확인하는 내용이다. 이란이 전시를 명분으로 해협을 봉쇄하려 한다면, 그것은 국제법의 어떤 근거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는 보고는 단순한 군사적 도발을 넘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1907년 헤이그 협약 제8호(Hague Convention VIII)는 오늘날 관습 국제법으로 인정되며, 중립국 상선의 통항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의 기뢰 부설을 금지한다. 국제해협에서 중립국 상선의 통과통항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기뢰 부설은 이 금지 조항에 직접 위배된다. 이란은 기뢰 부설 위치를 공지하고 안전 통항로를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란 측은 미국의 군사 작전이 국제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적 현실은 다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외국테러조직(FTO) 지정에 근거한 국내법 집행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 법원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지정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도 도전받지 않았다. 미 해군의 이란 선박 임검·수색은 교전국의 적법한 권리인 임검·수색권(Right of Visit and Search)에 근거하며, 이는 1856년 파리 선언 이래 확립된 해전법의 기본 원칙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란과 달리 자국의 행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적 투명성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의 증거다.

호르무즈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이란이 국제 해양 질서의 수혜자이면서 그 의무를 거부하는 데 있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이란은 UNCLOS를 비준하거나, 최소한 통과통항권을 국제 관습법으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이상, 통과통항 의무는 그 논리적 귀결이다. 이란이 이를 거부하는 한, 국제사회는 이란의 12해리 영해 주장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할 의무가 없다. 이란이 12해리 영해를 포기하면 미국 군함은 3해리 밖에서 훨씬 더 광범위한 공해 자유를 누리게 된다. 이란에게 더 불리한 결과다.

미국의 UNCLOS 가입 또한 여전히 권고되고 있지만, 이것이 현재 미국의 법적 입장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미국은 1958년 협약 당사국으로서, 그리고 관습 국제법의 수호자로서 충분한 법적 근거를 보유하고 있다.

법을 선택적으로 쓰는 나라는 법의 보호를 주장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하고 있는 일은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행위다. 12해리 영해라는 혜택은 취하고, 그에 따르는 통과통항 의무는 거부하며, 무력으로 해협을 봉쇄하려 한다. 이것은 주권 수호가 아니라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법적 현실(Legal Realities)은 냉혹하다. 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국가는 법의 보호를 주장할 자격을 스스로 잃는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은 어느 한 나라의 이익이 아니라 국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다. 이란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날, 비로소 진정한 외교적 해결의 문이 열릴 것이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해양안보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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