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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4호

필리핀-중국 남중국해 중재재판의 전망과 함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 수

    

남중국해 해양 분쟁을 둘러싼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의 본안 판정이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이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개시한 중재재판은 본질적으로 필리핀과 중국, 양국 간의 법적 분쟁해결절차이다. 하지만 중재재판이 남중국해 해양 분쟁의 주요 사안들을 다루고 있으며, 역내 강자이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이 재판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다른 아세안(ASEAN) 회원국뿐 아니라, 역외 국가(미국·일본)들도 중재재판의 결과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가의 해양활동을 규율하는 가장 중요한 해양법규범으로서 현재 필리핀과 중국을 포함한 157개 국가가 협약의 당사국이다. 필리핀은 이 협약 제7부속서 상의 중재재판에 중국과의 해양 분쟁에 대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필리핀의 청구는 총 1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이다. 필리핀은 중재재판소에 첫째,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주장하는 소위 ‘구단선(九段线)’과 역사적 권리(historic rights)가 유엔해양법협약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둘째, 남중국해의 해양 지형(maritime features)의 법적 지위에 대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셋째, 인공시설 건설을 포함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행위들이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임을 선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본안 판단에 앞서, 중재재판소는 2015년 10월 29일 관할권 판정을 내렸다. 동 판정에서 재판소는 필리핀의 15개의 청구 중 7개에 대해서는 관할권 있음을, 다른 7개에 대해서는 본안에서 관할권 존부를 다루기로 결정하고 1개의 청구에 대해서는 필리핀에 내용을 명확히 할 것을 지시하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중재재판 개시 때부터 지속적으로 중재재판소는 이 분쟁에 대하여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재재판 불참을 선언하였다. 관할권 판정 직후에도 중국 정부는 판정이 “무효 (null and void)이며, 중국에 대하여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해 11월 중재재판 본안에 대한 구두변론이 중국의 불참 하에 진행되었으며, 조만간 중재재판의 본안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청구 중 8개에 대해서는 아직 관할권 존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고, 중재재판에 회부된 사항 중 일부(예를 들면, 유엔해양법협약상의 군사활동)는 국제재판에서 다뤄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재재판소는 자신이 관할권이 있다고 판정한 7개 사안―즉, 자연 지형의 성격 규명 및 Scarborough Shoal 영해 내에서의 중국 행위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만약 구단선에 근거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과 Mischief Reef 등에서의 중국의 매립 및 인공시설 건설의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에 대한 실체적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중재판정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남중국해 주요 해양 분쟁의 운명은 법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정이 내려질 경우 남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재판 보이콧트’로 인해 중재판정이 실질적으로 남중국해 분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법상 소송 당사국 일방이 재판에 불출석 하더라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며, 중국의 반대 의사와 상관없이 중재판정은 재판의 양 당사국 모두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또한 중재판정을 전면 무시하는 행위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구축하고자 하는 ‘大國’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 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은 중재재판 판정에 전면 배치되는 행위를 섣불리 하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중국은 중재재판의 당사자도, 남중국해 연안국도 아닌, 외부자인 미국이 자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남중국해 판도는 중재판정 결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재재판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필리핀은 중재판정 내용에 따라 미국과의 공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베트남을 비롯한 기타 남중국해 연안국들은 중재판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매립 및 인공시설 건설에 대하여 본안 판단을 할 경우, 남중국해에서 유사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은 중재재판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미해결된 관할권 문제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필리핀-중국 중재재판 본안 판정은 향후 남중국해 분쟁 전개에 ‘키 플레이어’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재판정의 결과에 주목하는, 그리고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김현정 교수(hjkim23@yonsei.ac.kr)는 프랑스 파리 제1대학(Université Paris I Panthéon-Sorbonne)에서 공해 자유원칙에 관한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해양법·분쟁해결·국제기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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