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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50호

남중국해 중재판정의 주요 내용과 함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박 영 길

마침내 7월 12일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사건에 대해 중재재판소가 판정을 내렸다. 2013년 1월 22일 필리핀이 소를 제기한 후 약 3년 반, 그해 7월 중재재판소가 설립된 지 3년 만이었다. 국제법원이 다룬 사건 중 이번만큼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은 필리핀이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재판소의 판정을 수개월 앞두고서는 결과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고, 판정을 내린 지난 화요일 이후 며칠간은 관련 기사가 홍수를 이루었다. 이처럼 이 사건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게 받은 이유는 ‘남중국해’와 ‘중국’이라는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남중국해는 동아시아의 주된 해상교통로로서, 석유·가스 자원과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미국과 중국이 항행의 자유를 두고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며, 무엇보다 아세안 5개국과 중국 간에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서 영유권 분쟁이 전개되고 있는 곳으로, 한마디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이다. 중국은 이런 남중국해의 약 90%에 이르는 수역을 자신의 관할수역으로 주장해 오고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집행관할권을 더욱 강하게 실행하면서 필리핀·베트남 등과 갈등을 빚어왔다. 국제사회는 G2로 부상한 중국이 최초로 국제분쟁의 당사자가 된 남중국해 사건에 대해 중국의 반응과 대응에 주목했다.

  필리핀이 2013년 1월 중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직접적 배경은 필리핀 연안에서 약 116해리(중국 본토로부터 약 448해리) 위치에 있는 Scarborough Shoal(중국명 황옌다오) 인근에서 발생한 양국 간의 어업 갈등이었다. 2012년 Scarborough Shoal을 점거한 중국이 인근 수역에서 조업 중인 필리핀 어선을 나포함으로써 분쟁이 격화되었다. 그리고 필리핀이 일부 점유하고 있는 남사군도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필리핀으로선 큰 부담이었다.

  중재재판 절차는 전적으로 유엔해양법협약과 중재재판에 관한 제7부속서 규정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 협약의 큰 특징은 협약 당사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대국의 동의 없이도 일방에 의해 국제법원 제소가 가능한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 제도인데, 당사국은 분쟁해결을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국제사법재판소 및 중재재판소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중재재판소에서 다루게 되어 있다. 국제중재재판소는 중재재판관을 당사자가 각 1인씩 선임하고 나머지 3인은 합의해서 선임함으로써 총 5명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상대방이 지정하지 않거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ITLOS 소장에게 선임을 요구할 수 있다. 남중국해 사건에서는 중국이 처음부터 재판 참여를 거절함으로써 중국 측 재판관과 나머지 3인의 재판관을 ITLOS 소장이 임명했다. 이렇게 해서 중재재판소는 유럽 국가 4인과 아프리카 국가 1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었다.

  중국은 처음부터 중재재판의 참여를 거절하고 재판의 결과도 이행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선언했다. 하지만 협약 제7부속서의 중재재판에 관한 규정은 궐석재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재판소 출정 여부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필리핀은 총 15개 사항에 대해 재판소의 판단을 구하였는데 본안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관할권 성립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중국은 외교부 성명 등을 통해 본 사건의 본질은 남중국해 도서의 영유권 분쟁과 해양경계획정 문제로, 해양법협약은 도서 영유권 분쟁을 다루지 않고 중국이 2006년 해양경계획정 등의 사안에 대해 강제관할권 배제선언을 해두었기 때문에 중재재판소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재재판소는 2015년 10월 29일 재판소의 관할권 존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정하였고(15개 사항 중 7개는 관할권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본안에서 판단하기로 함), 본안에서도 군사활동을 이유로 한 관할권 부정과 중국의 장래활동에 대해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할권을 인정함으로써 다시 한번 관할권 인정에 대해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관심이 많았던 중국의 9단선 주장과 관련해서 재판소는 이를 도서 영유권 및 해양경계획정 문제와 분리해서 다룸으로써 관할권을 인정했다.

  중재재판소의 판정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9단선과 역사적 권리에 기초한 중국의 남중국해 관할권 주장 부분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9단선은 남중국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는데, 중국은 9단선에 포함되는 모든 해역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기초로 관할권을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중재재판소는 이러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 주장은 해양법협약에 반하는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정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관할권 주장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다만 중재재판소가 남사군도 내 개별 도서의 영유권 문제는 관할권 부재로 인해 판단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남사군도를 포함한 9단선 내의 남중국해 전체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근거로 관할권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남사군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앞으로 중국은 개별 도서들에 대해 영유권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둘째는 남중국해 지형들의 법적 지위에 관한 부분이다. 필리핀은 중국이 점유하고 있거나 간척을 통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는 해양 지형들의 법적 지위의 판단을 구했다. 즉, 이들 지형들이 해양법협약 상 ‘도서’인지, ‘암석’인지, 간조노출지인지, 또는 수중 암초에 불과한지를 가려달라고 한 것이다. 해양법협약 상 ‘도서’는 12해리 영해뿐만 아니라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까지 가질 수 있는 반면, ‘암석’은 12해리 영해만 가질 수 있으며, 만조시 수면아래로 잠기는 간조노출지는 영해도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해양지형들의 법적 지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국가의 관할권 행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해양법협약은 ‘도서’와 ‘암석’의 구별 기준으로 인간의 거주 가능성과 독자적인 경제활동 유지 가능성을 들고 있는데, 중재재판소는 국제법원 최초로 이에 대해 상세한 검토와 더불어 나름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 결과 중재재판소는 남사군도에서 가장 큰 지형으로 현재 대만이 점유하고 있는 Itu Aba(태평도)를 해양법협약 상 섬으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 보다 작은 본 사건의 개별 지형들에 대해 모두 암석 또는 간조노출지로 판단했다. 특히 필리핀과 심각한 어업갈등을 겪었던 Scarborough Shoal이 섬이 아닌 암석으로 결정됨으로써, 이 Shoal의 12해리 바깥 해역에 대해 중국은 관할권 행사 근거를 상실하고, 필리핀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간척과 인공섬 건설, 타국의 어업활동 규제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중재재판소는 간척과 인공섬 등의 건설행위가 주변 해양생태계에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야기했다며 협약의 해양환경보호 관련 조항의 위반을 인정하고, Scarborough Shoal 주변 수역에서의 필리핀의 전통적 어업권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중재판정 직후 필리핀·미국·일본 등은 중국이 판정 결과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 반면 중국은 중재판정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과 다른 국가들의 지지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판정을 계기로 외교적 노력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중립적이고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중재판정의 정치적 해석은 지양하고 법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남중국해 분쟁 양상의 전환과 확대 가능성이다.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9단선과 역사적 권리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해양지형들에 대해 기껏해야 12해리 영해만을 가지는 암석이라고 판단함으로써, 공해 영역이 넓어지고 국가들은 그 만큼 항행의 자유와 어업 등에 대한 권리를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중재판정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이 도서 영유권 분쟁과 해양법협약 상의 각종 분쟁으로 정리된 것도 특징이다. 앞으로 베트남 등이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은 더욱 단단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석유 시추에 대해 소송 제기를 고려하지만, ‘섬’으로서의 오키노도리시마 주장은 더욱 궁색하게 되었다. 즉, 중재판정 결과는 단순히 분쟁 당사자인 필리핀과 중국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며, 양국이 정치적 타협을 하는 선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둘째, 중재판정에 대한 중국의 이행 여부 문제이다. 중국은 중재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판정의 무효와 결과 불이행을 거듭 공언하였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를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어쨌든 중재재판은 중국이 당사국인 해양법협약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고 판정 결과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거나 불공정한 재판이라는 이유로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을 때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선 중재판정의 여파를 최소화시키면서 ‘국제법 존중’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준수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큰 숙제라 할 수 있다.
  셋째, 중재판정의 한국에 대한 함의이다. 이번 판정은 특히 독도에 대해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중재재판소가 관할권 성립에 대해 매우 적극적 입장을 보인 점,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 ‘섬’의 기준에 의하면 독도를 ‘섬’이라 보기 어려운 점, 인공섬 공사가 해양생태계를 파괴했다고 하는 부분 등은 앞으로 우리 정부의 독도 정책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한다. 또한 도서 영유권에 대한 판단은 아니고 개념 사용이 다르긴 하지만,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역사적 권리 인정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한 부분도 독도와 관련해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남중국해 사건은 해양법협약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그 수단 중 하나인 국제법원에 회부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중재판정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분쟁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으로 확대 재해석됨으로써 분쟁을 더욱 악화 또는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사건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해양에서의 법의 지배가 증진되길 기대한다.

박영길 박사(parkyk220@gmail.com)는 서울대 법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전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독도·해양법 및 북극해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며 다수의 글을 국내외 저널 및 언론에 기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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