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60호
인도네시아 해양전략을 주목해야 할 이유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0월 취임하면서 새로운 해양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우리 언론은 이를 불법 조업하는 외국 어선들을 나포·폭침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단순한 ‘이야깃거리’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한국이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요소들을 많이 함축하고 있다.
필자가 이 해양 전략을 주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인도네시아 해군력 증강 계획이다. 남중국해 분쟁 여파로 인도네시아를 포함 동남아 국가들은 해군력 증강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을 건조 중이다. 둘째, 미국·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전개하자 이 나라는 독자적 해양 전략으로 이에 대응하려고 한다. 다른 나라들이 미·중 대립을 두고 편승전략·등거리 외교 등 소극적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강대국의 힘겨루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 호주 및 대만의 잠수함 건조계획을 포함하여 해군력 증강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1척을 창정비(廠整備)하였고, 신규 3척을 건조중이다. ‘유도요노’ 전임 대통령은 잠수함 추가분 12척도 한국으로부터 주문하여 기술력을 전수 받기를 희망하였다. 그의 발언이 나온 배경을 소개한다.
필자가 인도네시아 대사로 재직한 2006-7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주를 싸고 한국과 러시아가 치열하게 경쟁하였다. 러시아는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푸틴대통령이 자카르타를 직접 방문하였다. 우리가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한국 대사관은 업체와 협의하여 ‘공동 건조’방식 ― 특히 마지막 한 척은 인도네시아 현지 건조하면서 기술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결과 당초의 러시아 선호방침이 번복되고 한국의 공동 건조 방식이 채택되었다. 해군 소장급들이 강하게 한국 방식을 밀었다고 한다. 한국이 충실하게 위의 계약을 이행하면 동남아 방산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대륙세력 중국은 남중국해를 발판으로 태평양·인도양으로 진출하고 해양 세력으로 발전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해양 실크로드가 그 대표적 예로써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중 국회연설에서 이를 처음 제안하였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부터 중국의 진출을 저지하는 한편, 일본·인도 등 기존 해양 세력을 규합하여 아시아 태평양 안보 전략을 인도양까지 확대하고 있다. 금년 처음으로 동중국해와 인도양에서 미·일·인도 3국 해군합동 훈련을 실시하였고 인도와의 군사협력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도양·남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이자 또한 태평양-인도양의 연결고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은 전략적 거점에 위치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는 독자적 전략에 기초하여 대응하고 있다. 자카르타-반둥 고속 철도 사업을 중국에게 준 반면, 자국의 영해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해군함정을 투입하고 총격까지 가하였다. 독자적 전략과 원칙에 따라 주변 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조코위’의 해양 전략은 해양자원 보호·해양 안보 등 5개 핵심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나 우선은 자원 보호 및 인프라 구축에 치중하고 있다. 아직 해군력 증강 계획에 주력할 여력이 없으나 ‘조코위’가 재선되어 제2기 정부가 발족되는 2019년부터 5년간 군비 증강 계획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경제·외교·군사력 증강은 미·중 간 경쟁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은 ‘조코위’ 해양 전략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중견국(middle power) 외교의 한 방편으로써 미·중 전략경쟁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인니 양국 방산협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약력
이선진 대사(sunjinlee@hotmail.com)는 33년 이상 봉직한 직업외교관 출신으로서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 주 상하이 총영사 · 주 인도네시아 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동남아지역문제를 집중 연구하면서 서강대 동아연구소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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