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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69호

미 해군 신형구축함 ‘줌왈트’함이 주는 의미와 안보과제

― 볼티모어 취역식 현장에서

美 해군사관학교
교환교수

    

국제정치에서 국가의 힘(power)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 힘을 가장 잘 뒷받침하는 군사력은 해군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은 바다에서 힘을 현시함으로써 국가의 강력함을 증명해 보였다. 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미 해군은 최소한 항공모함 4척‧잠수함 30여 척 등 언제든지 세계 어느 바다에서라도 당장 군사작전이 가능한 수준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그 힘에 기초하여 미 해군은 미국의 국가 가치와 이념인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리더십 확장을 구현하고, 전 세계 다른 나라 해군과의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립을 성취하기 1년 전인 1775년 10월 13일 창설된 미 해군(해병대는 11월 10일 창설)은 242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미 해군 임무에 대한 공식 규정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침략을 억제할 수 있는, 그리고 해양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할 수 있는 해군력을 유지·훈련·정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미 해군은 항상 최첨단의 무기체계를 구비해왔다. 1907년부터 1909년까지 성공적인 세계일주 항해를 마친 거대 전함 16척의 백색함대,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항공모함, 냉전 시기 소련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보장할 수 있었던 핵잠수함과 이지스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변혁의 시대인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위협을 맞이한 미 해군은 과연 어떤 무기체계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질문을 품고 지난해 10월 볼티모어에서 치러진 현존 세계 최신예 함정인 미 해군 줌왈트함(DDG-1000)의 취역식에 직접 참석했다. 눈앞에 마주한 줌왈트함의 멋스러움과 웅장함은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위압감이 들었다. 줌왈트함의 소개책자 표지를 장식한 함정의 모토(motto)를 보는 순간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라틴어로 ‘Pax Propter Vim’ ― 즉,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Power)를 의미했다. 강력한 힘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미 해군의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다시 줌왈트함을 올려다보니, 그 힘의 위력이 압도적인 기운으로 전달되어 왔다. 특히 혁신(innovation)의 대명사로 불리는 줌왈트(Zumwalt) 제독(1920-2000)의 이름을 딴 줌왈트함의 혁신적인 외형과 무기체계를 보면서 취역식에 참가한 미국 시민의 눈에는 자부심이,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전 세계 우방국 군 관계자들의 눈에는 부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줌왈트함을 포함한 DDG-1000급의 신형 구축함은 미 해군이 1990년대 중반부터 획득을 추진한 결과물이다. 많은 이들은 차세대 함정으로 불리는 DDG-1000급의 건조비용에서 한 번, 그리고 이 함정의 첨단 능력에서 다시 한 번 놀란다. 통상적으로 이 함정은 우리 돈 약 5조원(44억불) 정도의 건조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총 건조비용이 약 8.5조원(75억불)에 달한다. 또한 DDG-1000급 함정은 전력통합시스템(IPS: Integrated Power System)을 통한 혁신적인 함정 동력 관리, 유도식 로켓탄 발사가 가능한 155mm 함포(향후 전자기 레일건―Electromagnetic Railgun 탑재 예정), 그리고 함정의 탐지 가능성을 5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주는 스텔스 능력을 갖춰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울만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DDG-1000급 함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 해군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사실 DDG-1000급 함정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사업은 최초 21세기를 위한 신개념의 구축함을 건설한다는 의미인 ‘DD-21’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이후 2001년 ‘DD(X)’로 명명되었다가 2006년에 ‘DDG-1000’ 계획으로 최종 변경되었다. 이 과정에서 건조비용 증가에 따라 최초 계획했던 32척에 대비하여 최종 3척만 건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3척의 DDG-1000급 함정만으로 과연 미 해군이 구상해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다른 문제도 많다. 예를 들면, DDG-1000급 함정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기 레일건 또한 함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 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유도식 로켓탄을 대신할 만큼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단기간에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태평양 해역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지원하는 핵심 해역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취역하게 될 후속함 마이클 몬서(USS Michael Monsoor)와 린든 B 존슨(USS Lyndon B Johnson)을 포함한 3척의 DDG-1000급 함정 모두 전력화 이후 태평양함대 소속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미 태평양 사령관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제독은 줌왈트함 취역식 축사를 통해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줌왈트함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미 해군이 중국의 해양팽창으로 인한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갈등 및 북한의 핵 위협으로 시작된 동북아 안보 불안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으로 미 해군의 전략적 움직임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과연 해군 무기체계 혁신의 상징인 DDG-1000급 차세대 구축함이 미 해군의 기대에 부합하여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힘의 차이를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해군관계자를 포함한 이 지역 모든 국가들의 안보전문가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임경한 교수(seaman53@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부교수로서 전략론‧해양전략‧주변국 군사전략‧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美 해사 교환교수로 근무하면서 ‘국제관계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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