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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76호

중국의 새 어민세력 ‘해상민병’을 경계하자

― 불법조업 행태의 새로운 변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  서  항

중국 어선들에 의한 우리 주변 관할수역에서의 불법조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월초부터 시작되는 성어기를 맞아 서해에서는 물론 동해에서까지 꽃게를 비롯한 고급어종들에 대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더욱 극성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통칭 IUU로 불리는 불법조업은 ‘허가도 받지 않고 우리의 관할수역에 들어와(illegal), 적절한 보고도 않고(unreported), 규제도 무시한 채(unregulated) 마구잡이로 남획‘을 하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에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래서 많은 연안국들이 우선순위를 갖고 단속을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응책이 제시되고 시행되어 왔다. 예를 들면, 해경의 특수기동대 운용과 같이 단속을 강화하고 중국 당국에 대해서도 자체적인 단속과 계도를 요청해 왔으며 단속에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급기야 무기(공용화기)를 사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우리 어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볼 때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보이고 있는 어업정책과 행태를 감안해 보면 다음과 같은 2가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우리의 각별한 대비책이 요망된다.

  첫째, 중국의 어업 종사자는 거의 2천만 명에 이르는 데다 동력 어선을 70만 척 이상 보유하고 있어 어장 황폐화에 따른 자국 연안에서의 어획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어업 구조조정 (즉, 어선 감축)이 시도되지 않는 한 우리 해역에서의 불법조업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2년 제 18차 당대회에서 어업을 ‘해양강국’ 건설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로 간주하고 식량안보 확보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어 불법조업 근절에 필수적인 어선감축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불법조업 단속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지난 2015년 4월 국제해양법 재판소(ITLOS)는 서아프리카 지역 수산기구의 제소에 따라 불법조업 어선의 국적국이 단속과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채택한 바 있으나 세계적으로 주요 불법조업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이러한 ITLOS의 관할권을 부정한 바 있다. 이렇게 국가 주도의 어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이고 국제규범을 무시할 경우 중국 어민들의 불법조업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수년 전부터 자국의 해양관할권 강화를 위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분쟁수역에 이른바 ‘해상민병’(maritime militia)이라고 불리는 어민들을 동원하는 행태를 보여 왔는데 이들이 서해에서의 불법조업 현장에는 물론 자신들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이어도 수역에도 출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 10월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에 의한 우리 해경 고속단정의 침몰사건을 중국 해군·해경과 사실상 연계되어 대외적으로 자국 해양이익 강화의 일선 첨병으로 활동하는 ‘해상민병’ 행태의 전조(前兆)라고까지 서슴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군사화된 조직을 갖춘 ‘해상민병’을 정부 정책 수행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며 이들의 활동은 동중국해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남중국해에서도 미 해군 소속 과학조사선의 항로 방해, 석유탐사를 둘러싼 베트남과의 해상대치, 스카보로우 암석 주변에서의 대(對)필리핀 시위 등을 통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서해에서 중국어민들에 의한 불법조업이 지속되고 이어도 수역에서 중국 ‘해상민병’의 출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해역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불법조업 단속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또한 중국 어민들에게 단속과 관련된 우리의 법·제도에 대한 교육과 함께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높은 수준’의 대응이 나오지 않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불법조업을 관리해 나가는 지혜도 적극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중국 해상민병의 전형적 선단]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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