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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81호

러시아 신형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배치와 INF 조약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소 령

허  완

최근 러시아는 ‘이스칸데르’(Iskander)-K라는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1990년대에 개발한 후 2007년 5월에 성능을 개량하여 러시아 남동부 미사일 발사기지인 ‘카푸친야르’(Kapustin Yar)와 다른 군사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사일 부대에는 4개의 이동식 발사대가 있고, 각 발사대는 6발의 핵무기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 이스칸데르 미사일 중에 E형‧M형은 사거리가 길지 않아 미국과 1980년대에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감축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위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나, 이를 개조한 K형의 경우 사거리가 1,5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인 폴 셀바는 지난 3월 8일 하원 국방위원회에서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INF 조약 위반사실을 부인하면서 조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의 근거를 제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AEGIS ASHORE’(탄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으로 배치하는 SM-3 미사일은 사거리가 700km 이상이므로 조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형 미사일방어체계(EPAA: European Pahsed Adaptive Approach)를 루마니아(2015년)와 폴란드(2018년)에 구축 중에 있다. 이는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해 유럽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형 무기체계일 뿐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는 것이 미국 측의 입장이다. 이같은 미-러 간 논쟁은 새로운 ’군비경쟁’(arms race)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 양국 간 군비감축합의의 상징으로 꼽혔던 INF 조약의 위반 논란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NF 조약은 중거리 핵무기 감축조약으로서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형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보유‧생산 및 비행시험을 금지하고 있다. 미-소 간 군비경쟁이 한창이던 냉전시절 소련이 1975년 구형 미사일을 대체해 SS-20이라는 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유럽 내에서 NATO에 대한 전력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79년 신형 미사일 퍼싱-2를 개발 배치함에 따라 공포의 핵균형을 이루게 된다. 퍼싱-2와 SS-20은 2단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로서 즉시 발사가 가능하고 속도가 빠르며, 사거리가 짧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하게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즉, 핵무기를 탑재하여 상대방을 선제타격하는데 유리한 제1격의 무기체계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레이건)과 소련(고르바초프)은 상호 위험성을 인지하고 1987년 12월 8일 INF 조약에 서명하여 1991년까지 총 2,692기의 미사일을 폐기한 바 있다. 이 조약은 강대국이 핵무기를 감축하고 실질적으로 폐기한 최초의 조약이었고, 핵군비 경쟁을 종식시키는 첫걸음이었으며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유럽의 핵전쟁 공포를 상쇄시켜 탈냉전의 세계적 흐름을 가져온 성공적인 조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군사력의 재건’(Making Our Military Strong Again),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등으로 인해 미-러 간 안보협력이 증대되기보다는 앞으로 경쟁과 마찰의 기회가 증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지속적인 군비증강은 러시아로 하여금 ‘포위심성’(siege mentality)에 갇히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군사력의 질적 증강을 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INF 조약을 대표적인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INF 조약 위반 논쟁에 대해 미-러는 자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데다가 영향력 확대라는 국가이익에 따라 상호 정당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1월 제네바에서 미-러 간 특별검증위원회(SVC: Special Verification Commission)를 개최하였으나, 상반된 주장만 되풀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는 INF 조약을 통해 지금까지 신뢰성(credibility)‧투명성(transparency)‧예측성(predictability)‧안정성(stability)이라는 군비통제(arms control)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잘 준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양국이 단기간 내에 INF 조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갈등들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INF 조약탈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NF가 파기될 경우 우리는 과거 강대국 간 군비감축의 상징으로 꼽혔던 ―그리하여 탈냉전을 이끌었던 조약이 한낱 역사 속으로 묻혀버리는 국제관계의 냉혹성을 목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허완 소령(yhuman28@naver.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과 연세대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해로연구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현재 대한민국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국제군비통제협력담당관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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