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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80호

미 칼빈슨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전개 의미

― 전쟁억제 위한 ‘무력 현시’인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정  삼  만

미국이 조만간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국민들은 혹시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여러 가지 추정도 나돌고 있다.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승패라는 구분이 의미가 없게 된다. 전쟁은 곧 재앙적 결과로 이어져 남북 모두 패자가 될 것이 볼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향하던 미 해군의 핵추진 칼빈슨(CVN-70) 항모강습단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여 한반도로 향하고 있을까? 미국은 항간의 우려대로 수백만이 희생될 수 있는 전쟁이라도 감수하며 북한 내 모종의 목표를 타격할 것인가? 며칠 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중 양정상이 별도의 공동발표문이나 기자회견 없이 헤어짐으로써 미국 내에서조차 한반도의 전운을 예감하는 걱정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 중 감행한 미국의 시리아 비행장 폭격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가 현 안보정세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한 현 상황을 더 안정케 하는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즉, 미국의 행동은 전운을 드리우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전운을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맞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일거에 섬멸할 수 있는 미군의 막강한 첨단전력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그 자체가 곧 남북 간의 전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지도부를 제거할 수 있는 특수부대와 함께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원하는 목표를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항모강습단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적은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방지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감행한다면 미국은 이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것이다. 북한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며, 만약 이로 인해 확전이 될 때 정작 북한에게 안겨지는 손익이 어떤 것인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풍계리 일대에서 과거 파키스탄이 취했던 방식대로 필요한 자료를 일거에 획득하고자 대규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외신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핵실험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북한은 더 이상의 핵실험이 필요 없는 사실상의 핵국가의 반열에 오르고 말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핵을 보유하게 될 북한은 비록 중국의 속을 애끓게 하겠지만 미국의 개입을 견제한 상태에서 한국을 ‘갖고 놀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굳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덮칠 필요가 없게 된다.

  소시지가 너무 커 한입에 다 먹을 수 없을 때 잘고 얕게 썰어 하나씩 먹어 전체를 다 먹는 ‘살라미 슬라이싱 전략’(salami-slicing strategy)이라는 용어가 있다. 핵국가 북한과 비핵국가 남한 간의 대결과 경쟁에서 북한은 이 전략의 경우처럼 양측 간 물리적 충돌 없이 원하는 대남전략목표를 하나씩 하나씩 다 얻어내고 말 것이다. 북한의 핵이 우리의 지형탈취나 목표에 대한 물리적 파괴를 노린다면 이는 전형적인 1∼3세대 전쟁의 양상이겠지만 북한은 결국 자멸을 초래하게 될 이런 유형의 전쟁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테러리스트나 특수부대를 남파시켜 우리 내부의 동요나 붕괴를 노리는 이른바 ‘제4세대 전쟁’(4G warfare)의 양상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확전이라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순간 그 핵에 ‘살라미 슬라이싱 전략’을 적용하려 할 것이며, 이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야말로 조용한 대남전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전쟁은 사이버공간을 이용, 상대국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제5세대 전쟁’(5G warfare)도 아니다. 아직 학계에서 정의되어 있지 않지만 굳이 명명한다면 ‘제6세대 전쟁’(6G warfare)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지나 상대의 진영에게까지 침투할 필요 없이 자기 안방에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손자병법의 ’부전승 원리’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전쟁유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 같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핵능력을 갖추게 되는 순간 우리에 대한 ‘제6세대 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군사력을 수단으로 상대의 협력을 강요하는 ‘강제’(coercion)라는 전략개념이 있다. 이는 현상변경을 강요할 수도 있고, 한편 현상유지를 강요할 수도 있다. 전자를 ‘강압’(compellance)이라 하고 후자를 ‘억제’(deterrence)라고 한다. 현재 미국의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인근에 현시하는 것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갖고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불릴 수 있는 이러한 신종 형태의 전쟁인 ’제6세대 전쟁’을 실시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즉, 한반도의 전략적 안정을 위한 것이지 전략적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주한 미국인이나 일본인의 철수나 소개령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본래 정책은 잘 보이고 전략은 잘 보이지 않은 법인데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전략을 우리보다 더 잘보고 있는 것 같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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