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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95호

미·중 경쟁/대립의 종착점 : ‘투키디데스 함정’의 실현가능성은?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반 길 주

최근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 속에서 중국이 군사·경제적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견제와 대립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한 단면이다. 중국이 해양관할권을 강화하고 항모 및 잠수함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해양에서의 이러한 미·중 대립과 경쟁으로 인해 — 특히 2년전 미 하버드 대학 G. Allison 교수의 저서*를 계기로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500년 전 아테네의 힘이 성장하자 패권국 스파르타는 불안을 느꼈고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피하지 못했다. 오늘날의 미·중 대립과 경쟁 상황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볼 수 있을까? 2,500년 전 역사처럼 미·중 패권전쟁은 과연 불가피한 것 인가?

  현재로서 미·중 패권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맞지만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중국을 국가적 위협으로 느낄 만큼 중국의 ‘하드파워’— 특히 군사력이 강하지 못하다. 군사력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이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가 주장하는 ‘힘의 배분’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파괴력이 있지 않다. 미국은 군사비 지출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약 6,100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의 군사비 지출 2,100억 달러의 3배이다. 또한 미국은 11척의 항모로 전 세계에서 즉각적인 군사력 투사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최근 진수한 산동호까지 2척의 항모로 근해작전만 가능하다. 미·중 간 군사력 차이는 해외 군사기지 보유수를 보면 더 극명하다. 미국은 약 100여국에 700여개의 해외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패권적 기반이 탄탄한 반면 중국은 2016년 2월에 지부티에서 첫 해외 해군기지 건설을 시작했기 때문에 패권의 군사적 기반이 약하다.

  이처럼 ‘물리적 힘’(a kinetic power)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제질서의 중심이 이동되는 패권전이의 가능성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패권에 최우선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패권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없다. 패권안정론은 패권국이 국제적 공공재를 제공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유지한다는데 주목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 공공재 제공에 열의가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6월 1일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세계적 공공재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미국의 ‘패권 무관심’을 기회로 중국이 패권지위에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미국이 보란 듯 기후변화 문제해결의 선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패권유지를 위해서는 ‘하드파워’뿐 만 아니라 ‘소프트파워’ 나아가 ‘스마트파워’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 유지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민주주의의 롤모델이자 헐리우드 영화 · 팝 음악 등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매력 있는 국가로 ‘소프트파워’가 아주 강한 패권국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 미국은 자국우선주의가 심화되면서 그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인권의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국가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 · 인권탄압국가 지도자를 끌어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정적억압 정치를 해온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칭찬했다. 또한 그는 마약사범에 대한 무차별 처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 알시시 대통령의 정치권력 쟁취수완에 대해 추켜세웠다.

  또한 이러한 행보와는 상반되게 미국은 전통적 우방국을 멀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TO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유럽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이 누적되면서 두 달 뒤 메르켈 총리는 유럽 독자방위의 시기가 도래되었다고 화살을 날렸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은 미국을 싫어하고 적대적이었던 국가는 미국을 좋아하는 외교적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의 행보는 패권 무관심으로 비추어 질 수 있고 패권적 지위에 흠을 만들 수도 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세계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화되고 있고, 이 여파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하는 능력인 ‘스마트파워’도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우선 · 패권차선’(America First, Hegemony Second)으로 대변되는 패권거부 현상은 패권전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미국이 오랫동안 호혜적 패권국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패권거부는 일시적 현상이지 패권구조에 영향을 줄 정도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미·중 간 하드파워의 불균형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거부라는 틈새를 노려 중국이 전쟁까지 불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투키디데스 함정’은 단순히 국제정치이론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의 약화가 지속된다면 현실에서는 미국 패권의 쇠락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이처럼 요동치는 국제정치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첩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적(友敵)관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관계가 약화되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 국내정치로 인해 한·미 동맹이 약화되면 가장 기뻐할 국가는 북한일 것이다. 한·미 동맹의 약화는 북한에게 지금이 도발의 적기라는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오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선제적 정책선언과 시행이 필요하다. 한·미 간 안보채널 강화와 한·미 간 군사훈련 확대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이 혈맹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한·미 해군력 현시는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해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 G. Allison,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2015.

반길주 중령(raybankj@gmail.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51기) 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학 석사(국제관계 전공) 및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정치학 박사(국제관계 전공)를 취득했다. 255편대장·속초함장을 역임하였고 합참 해상전력과에서의 근무를 거쳐 현재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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