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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98호

불신 받는 미 7함대의 전투준비태세

前 해군참모총장
(제31대)

정 호 섭

한국은 한·미동맹 하에 미 해군 — 특히 미 7함대와 연합해상방위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7함대는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미 7함대가 지금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7개월 남짓 기간에 무려 4척의 미 해군 최첨단 이지스구축함·순양함이 항해 중 안전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그 결과 미 7함대의 대비태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금번 사고의 지휘책임으로 한·미 연합해군 구성군사령관(CCNCC: Commander, Combined Naval Component Command) 임무를 수행하는 미 7함대사령관이 을지 연습기간 중 경질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금번 사건이 얼마나 엄중한가를 반증한다. 사고가 난 이지스함들은 세계 최첨단 장비를 탑재하여 척당 1조 6천억 원 이상 나가는 고가의 자산으로 약 300명의 인력이 승조하고 있다. 이들 함정은 단 한 번의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대단히 충격적으로 여겨진다. 하물며 전대미문의 항해안전 사고가 4차례나 계속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사고가 왜 발생했을까? 사고배경으로 다음과 같이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7함대 소속 함정들의 바쁜 임무수행으로 인한 훈련기간 부족이다. 미 해군전력은 매 2년 주기로 전개·정비·훈련, 그리고 전개임무 수행을 위한 인증(認證)단계로 구성된 순환식 준비태세 주기(rotational readiness cycle)를 사용한다. 2015년 미 정부회계처(GAO: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보고서에 따르면 미 본토에 배치된 구축함/순양함은 대략 전개 40% · 정비 및 훈련 60%의 시간을 할당 받는데 비해, 일본에 배치된 7함대 함정들은 전개 67% · 정비 33%의 시간을 할당 받으며 훈련을 위해 부여된 기간은 별도로 없다. 매년 함정 승조원의 약 1/3이 새로 전입되어 오는데 이들이 소정의 기본적 전술기량을 습득하고 또 승조원 모두가 적정 수준의 팀워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환기훈련(a refresher training)이 불가능하다. 훈련기간이 없다 보니 7함대 소속 함정 승조원의 17%가 작전운용에 필요한 자격인증 기한이 만료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잘못된 인사체계 즉 — 태평양함대사령관이나 7함대사령관 직책에 항공장교가 오랫동안 보직되다 보니 함정훈련에 대한 지휘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는 점과 함께 수상함 승조 장교들이 보직관리를 위해 육상 직책을 선망하고 위험한 함정근무는 기피하다 보니 함정에 노련하고 유능한 ‘씨맨십’(seamanship)을 구비한 항해장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또 전자지도나 자동항법장치 등 과도한 전자장비에의 의존 현상이 사고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 결과 기본적인 항해술이나 씨맨십을 높이기 위한 훈련의 중요성이 경시되고 해상에서의 안전의식과 항해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해이해졌다는 의미이다. 과거 미 해군은 노련한 원·상사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고 갔는데 이제 첨단기술이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이도 있다.

  둘째, 예산제약으로 인한 정비 불량이다. 2012년 강제국방예산감축(sequestration)이 시행된 후 예산부족으로 정비가 지연되거나 부실하고 수리부속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항공기나 잠수함보다는 수상함정 — 특히 해외배치 함정들의 전반적인 전비태세의 하락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앞의 GAO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타기(舵器)나 추진기 등 장비의 오(誤)작동이 사고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작전템포(tempo)·승조원 훈련수준·예산(정비) 등 제3의 요소를 사고원인으로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준엄한 시각도 존재한다. Scott Swift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은 금번 사고들이 전투진형(陣形)이나 기동훈련, 또는 등화관제나 무선통제 등이 요구되는 특정 전술상황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단독항해 중에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항해당직자들의 무사안일과 함 기동에 대한 불철저한 지휘자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고함정들이 과연 ‘견시’(look-outs)라도 제대로 배치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하튼 향후 발표될 사고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던 금번 일련의 안전사고가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상당히 엄중하다. 첫째, 이 사고들이 지역 내 매우 위중한 해양안보 환경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 7함대는 북한 미사일을 탐지·요격하기 위해 소속된 6∼7척의 이지스구축함 및 순양함에 의존한다. 또한 중국해군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에 맞서 탄도탄방어(MD) 및 대(對)잠수함 능력이 구비된 이지스전투함은 현 지역안보 상황에서 가장 긴요한 자산이다. 그 귀중한 자산 중 일부를 사소한 항해안전 사고로 장기간 운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이 7함대 수상함 전력을 보충하는 조치를 곧 취하겠다고 언급하였지만, 이미 예산감축으로 수상함의 전비태세가 많이 약화되었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이는 미 해군과 7함대의 신뢰성에 대한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 한국의 해양안보에도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이들 사고가 현재 미 해군의 함대증강 노력에 일종의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 점이다. Richardson 미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 발표한 백서 ‘The Future Navy’에 따라 미 해군은 함대규모를 현재의 276척에서 355척으로 조기에 증강하는 동시에,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더 크고, 보다 분산된, 보다 능력 있는 전투함대’(a larger, more distributed, and more capable battle fleet)를 건설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현역 함정의 작전수명을 연장하고 미국 내 조선소의 연간 함정 건조능력을 극대화하며 이미 퇴역한 O. H. Perry급 호위함까지도 재취역하는 방안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전력증강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일련의 항해안전 사고로 오히려 심각한 전력손실을 가져온 것은 미 해군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미 해군의 너무 적은 함정 척수로 인해 함정들이 너무 바쁜 것(too small, too busy)이 사고의 원인이기 때문에 더 큰 함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실망감과 경계심을 감추지 않기도 한다. 현 276척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서 더 많은 함정을 어떻게 운용하겠느냐 하는 우려인 것이다.

  셋째, 세계 최강 미 해군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고 그 위상에 흠이 생겼다는 점이다.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태지역의 해양안보를 보장하면서 이 지역이 세계 경제발전을 추동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현재 미 해군은 지역 내 중국의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해양확장 공세를 견제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금번 일련의 사고로 그 명성에 금이 간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한 나라의 군사능력에 대한 신뢰성과 위상(명성)은 그 국가의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적대국 또는 잠재적국의 기도를 차단하고 도발을 억제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반응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 人民日報는 최근 미 구축함 Fitzgerald의 충돌 사고원인으로 발표된 형편없는 씨맨십과 항해당직에 있어서 결함을 인용하며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사건은 오히려 미 해군의 존재야말로 아시아 해역에서 항해 선박에 대해 매일매일 방해(妨害)요소가 되고 있으며 누가 이 해역을 군사화하고 또 항해에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누구라도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비난하였다. 더 나아가 ‘이제는 미 해군이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면서도 사고가 거의 없는 영국이나 네덜란드해군으로부터 한수 배워야한다’ 또는 ‘미 해군이 세계 최대의 해군일지는 몰라도 최고의 해군은 아닌 것 같다’는 등 자조적인 소리도 들린다.

  마지막으로, 금번 미 해군의 항해안전 사고를 통해 우리 해군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항해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지휘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전력의 비(非)전투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바다에서 함정을 운용하는 것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우리의 동맹이자 해양안보 파트너인 미 해군 — 특히 미 7함대가 빠른 시간 내 사고의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고 다시금 우리 해군과 함께 지역 해양안보를 위해 굳건하게 항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제31대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정호섭 제독(jhs012@yahoo.co.kr)은 영국 Lancaster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 군사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관심분야는 아·태지역 해양안보, 미·일 안보관계, 군사전략·정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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