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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97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일본의 대응책에서 배워야 할 점은?

국민대 정치대학원
원 장

박  휘  락

최근 북한이 여섯 번째로 실험한 핵탄두가 수소탄인지의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10여년 이상의 연구기간을 가졌음을 감안할 때 금번 북한이 실험한 핵탄두는 수소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결 같이 지적하고 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의 수 백배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인한 엄중한 안보위기 속에서 아직도 우리에겐 이렇다 할 만한 유효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동일한 위협에 동일한 기간 동안 노출되어 왔다는 점에서 북핵에 대한 일본의 대비태세는 그 동안 한국이 노력해온 바를 평가하는 의미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일본의 억제와 선제타격에 관해서이다. 일본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태세는 한국과 유사하게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역시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ICBM)을 개발함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책이 약화될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일동맹은 워낙 견고하여 한국만큼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선제타격에 대한 주장은 적지공격(敵地攻擊)이라는 명칭으로 198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평화헌법’으로 인하여 국외에 대한 군사력의 투사가 제한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리에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 헌법의 취지는 아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 견해이다. 최근 북한의 핵위협이 강화되자 지난 8월 일본의 오노데라 방위상은 자위대가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에 대하여 선제타격 또는 예방타격도 감행할 수 있고, 미국이 이들을 시행할 경우 그 작전수행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하여 한국은 ‘킬 체인’이라는 명칭으로 선제타격을 위한 개념과 능력을 구비해 나가고 있는데 일본에 비해선 명분이 더 확실하고, 그 동안 노력하여 구비해온 능력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다음은 일본의 탄도미사일방어(BMD: Ballistic Missile Defense)에 관해서이다. 북핵 위협과 관련하여 한국에 비해 일본이 뛰어난 것이 바로 BMD이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선언한 이후부터 일본은 미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BMD 구축에 적극 노력하였고, 필요한 무기와 장비들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왔다. 즉, 일본은 현재 상층방어로서 SM-3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을 6척 운영하고 있고, 2척을 더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하층방어의 경우 동경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방어하도록 PAC-3 요격미사일 24개 포대를 배치해둔 상태이고, 이것을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로 개량하여 속도가 더욱 빠른 북한의 노동미사일 등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3단 로켓을 장착하여 상층방어나 그보다 더욱 높은 고도(중간경로단계)에서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SM-3 Block IIA도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2018년에 전력화한다는 계획으로 막바지 시험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전국의 모든 지역에 대하여 2번의 요격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THAAD나 SM-3 지상용을 구입하여 이것은 3회로 증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뜻하는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라는 명칭으로 BMD를 추진해 왔는데, 현재 하층방어용으로 항공기 요격용인 PAC-2 2개대대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PAC-3로 개량해 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수도권 이외에는 공군기지를 방어하는 목적이고 숫자가 전국을 방어하기에는 부족하다. 상층방어를 위해서는 L-SAM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2020년대 중반이 되어야 가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한국은 일부 지역에 한하여 1회의 요격기회를 가질 뿐이다. 미군의 THAAD가 배치됨에 따라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상층방어가 추가되었으나, 1번의 요격기회도 보장받지 못하는 지역이 매우 넓다.

  마지막으로 핵 민방위에 관해서이다. 일본은 그 동안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때마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민방위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로 전파하는 훈련을 실시하여 왔고, 2017년 3월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낙하를 가정한 주민 대피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이것은 점점 다수의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4월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때 동경을 비롯한 도시에서 전철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킨 사례도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떨어지면 이렇게 대피하세요”라는 광고를 공중파 방송과 신문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훨씬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핵폭발을 상정한 민방위는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1975년 베트남이 멸망한 이래 적극적인 재래식 민방위훈련을 실시해 왔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으며, 아직도 오히려 일본의 조치를 일본 국내정치용이라고 폄하하거나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가 확실히 이행되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적지공격을 실시하겠다는 복안이며, 특히 핵공격을 대비하여 민방위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한국에 비해서는 훨씬 체계적이고 철저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차근차근하게 해야 할 바를 식별, 실천하면서 내실 있는 대비를 강구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일본의 북핵 대비태세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BMD 수준인데, 이러한 수준 격차는 전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여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은 처음부터 미국 또는 주일미군과 철저한 협력을 전제로 일본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BMD 청사진을 그렸고, 그것을 기준으로 필요한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나름 BMD를 구축해 왔지만 그럴 때마다 미국 BMD의 일부가 된다는 오해가 확산되어 미국과의 협력을 의도적으로 회피해 왔던 바, 지금은 하층방어를 중심으로 제한된 노력만 경주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유사시 전쟁승리를 위하여 한미연합사령부까지 구축하여 협력하고 있는 한미 양국이 유독 BMD에서만은 협력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은 미군과 단일의 BMD 작전통제소를 구축할 정도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번 6차 핵실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수록 BMD에 대한 한국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절실할 뿐이다.

박휘락 원장(hrpark5502@hanmail.net)은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으로서 안보문제 특히 북핵문제에 관하여 왕성한 연구 및 토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978년 육사 졸업 후 미 국방대 석사 ∙ 경기대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북핵위협과 안보”(2016)라는 최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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