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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02호

재점화되는 남중국해 분쟁

― 인도네시아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 서 항

작년 7월 필리핀-중국간의 국제중재판정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남중국해분쟁이 다시 뜨거워 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 분쟁에서 한 발 비켜있던 인도네시아가 지난 7월 중순 중국의 이른바 ‘9단 선’ 최남단의 나투나 제도(Natuna Islands) 인접 수역을 남중국해 이름 대신에 ‘북 나투나海 ’(North Natuna Sea)로 명명하는 새로운 지도(아래 지도 참조)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이 지도에서 2015년 협상에 의해 획정된 싱가포르·필리핀과의 경계선도 표시했다.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도 남중국해의 ‘관할권 주장국’인 동시에 ‘분쟁 당사국’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해역 이름 부여에 대해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사실상 리더이자 가장 규모가 큰 국가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지는 인도네시아의 행동은 사실 어제 오늘 급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2014년 10월 취임한 조코 위도도(애칭 조코위) 대통령이 ‘범세계적 해양지주’(Global Maritime Fulcrum) 선언을 통해 자국을 세계 해양중심국가로 부상시키겠다는 야심을 밝힌 바 있으며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선박의 폭파도 서슴지 않는 등 해양권익 보호에 주력해 왔다. 또한 중국과는 2016년에 나투나 제도 근해의 불법조업 어선에 대해 해군이 경고사격을 하는 등 3차례의 충돌을 빚은 바 있어 강력한 조치의 출현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다.

  물론 중국의 ‘9단 선’ 안에 들어있는 해역에 대해 자국의 방식대로 이름을 붙인 국가는 인도네시아가 처음은 아니다. 필리핀은 2012년에 필리핀 서쪽해역을 ‘서 필리핀해’로 명명한 바 있으며 베트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국연안의 남중국해 지역을 ‘동해’로 불러왔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를 ‘남해’로 부르고 있으며 남중국해 이름은 16세기부터 포르투갈 항해자들이 명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이름 부여가 주는 국제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 다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동남아 국가들은 ‘9단 선’ 이름아래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과도한 남중국해 관할권 주장에 대부분 순응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행동은 중국의 팽창을 막을 수 있는 시기 적절한 견제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는 베트남 밖에 없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하여 작년에 자국에 유리하게 판정을 이끌어 낸 바 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 출범 이후 태도가 유화적으로 바뀌었으며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말레이시아도 대규모 경제지원을 앞세운 중국의 이른바 ‘수표책 외교’에 자세를 낮춘 것이 이미 오래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의 도전은 베트남과 함께 앞으로 채택될 ‘남중국해 행동규약’ (CoC) 내용의 조정 등 아세안과 중국 간의 이익 균형 성취에 공헌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 베트남의 구웬 푸 트롱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8월 하순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에서의 양국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협상을 조속히 매듭짓고 불법조업 금지 등 남중국해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둘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역외세력인 미국도 항행자유작전 수행으로 중국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북 나투나해 명명은 미국의 견제에 큰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2차대전 이후 아세안 대부분 국가는 안보측면에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미국의 행동을 지지해 왔으나 최근 중국이 군사·경제 협력을 앞세워 아세안 국가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쉽게 감지되어 왔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개입은 미국의 대(對)중국견제 정책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의미의 효력은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자국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 등도 처음에는 중국에 비판적 자세를 취했으나 ‘수표책 외교’에 밀려 꼬리를 내렸으며 아세안 국가들에게 자국의 권익옹호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유지라는 2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게 중국은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국이다. 사드문제로 중국에게 비이성적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중국의 대 인도네시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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