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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05호

미국의 ‘인도-태평양’구상과 한국의 과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서항

지난 11월 초 이뤄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맞은 최대의 외교행사였던 만큼 가시적 성과도 있었고 우리에게 풀어야 할 숙제도 남기고 있다. 정상간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통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두 나라 사이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손꼽을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하여 제시한 이른바 ‘인도-태평양’(Indo-Pacific) 구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혼선은 앞으로 정리해야 할 대표적 외교적 과제라고 할 것이다. 즉, 한·미 두 나라는 정상회담 이후 나온 공동언론 발표문에서 양국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선언했는데 우리 정부 내에서 미국이 제시한 ‘인도-태평양’ 개념에 서로 다른 2개의 목소리를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청와대는 경제보좌관의 논평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개념에 동조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밝히고 있는 반면 외교부는 이 개념에 담겨진 미국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개념의 내용이 어떻길래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입장과 목소리가 표명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대(對) 아시아정책기조로서 추구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이 개념이 던지고 있는 시사점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처음 소개되는 용어는 아니다. 본래 이 개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지역에서 인도·호주 등의 정치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중동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인도양의 해상교통로(sea lanes of communication)로서의 역할이 부각됨에 따라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개념보다 광역적인 의미에서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대통령의 방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나온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a free and open Indo-Pacific) 개념은 단순한 지리적 차원보다는 다음의 3가지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인도-태평양’ 개념은 공간적 차원에서 종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뛰어넘어 인도까지 포함하도록 확장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인도는 현재 세계 제2위의 인구대국이며 미국에게는 아홉 번째로 큰 교역국으로서 미·인 교역은 해마다 늘고 있다.

  둘째, ‘인도-태평양’ 개념은 중동지역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교통로로서의 인도양을 포함함으로써 전략적 차원에서의 해양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미국이 중시하는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말 그대로 ‘해양 아시아’(maritime Asia)를 표현하고 있다.

  셋째, ‘인도-태평양’ 개념은 이 지역에서 증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APEC 정상회담 이후 마닐라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와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호주·일본과 테러·해양안보·북한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으나‘관련 있는 당사자’로서 중국을 제외시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태평양’ 개념은 미국이 위의 3개국과 다이아몬드 형태의 4각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골자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러한 3가지 의도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도는 아시아지역 전체의 공동번영과 평화안정을 추구하여 이제까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지역과 분야(예를 들면, 해상교통로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나 세 번째 의도는 다분히 과거의 냉전적 사고를 반영한다. 그리하여 중국과 ‘인도-태평양’ 개념에 대해 비판적인 일부 학자들은 이 개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포용보다는 우군과 적군을 가르는 지정학적 틀’로 변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구상 하에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우선’을 내세우는 양자주의,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관련국 협력을 이끌어내는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는데 있어서는 어느 한 측면만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에게 다가온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은 그 내용과 목표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임 오바마정부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의 후속책으로 기본 틀만 제시된 것인 만큼 우리는 미국과의 지속적 협의를 통해 지역 공동번영과 평화안정을 추구하는 장점은 살리면서 지역 내에서 ’우군과 적군을 가르는 틀‘로 이용될 수 있는 단점은 보완해 나가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

※ 이 글은 2017년 11월 24일자 내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한 것임.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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