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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06호

중국 항공모함의 유용성 평가

해군본부 전평단
교리발전처장

박 주 현

중국은 올해 4월말 세계 7번째로 자국산 항모를 진수했으며 앞으로 30년 안에 항모수를 미국과 거의 비슷한 10여척으로 늘릴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지난 7월 130억 달러짜리 제럴드 포드급 항모가 취역한 가운데 항모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초음속과 스텔스 기능을 지닌 정밀유도무기가 전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환경에서 미국의 니미츠 급 항모 성능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항모가 진수되는 것은 비합리적으로 보여 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항모의 유용성을 살펴보는 것은 21세기 안보환경에서 해군력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 해군 전문지 Proceeding 2017년 5월호는 ‘too big to sink’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탑재 항공기를 포함하여 척당 170억 달러짜리가 지닌 생존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항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소형 다수’ 전력으로 항모의 기능을 대체할 것을 촉구하고 내용이다. 미국 항모를 위협하는 대명사로 떠오른 중국 DF-21 대함탄도미사일(ASBMs)의 원류는 냉전시절 구소련의 R-27k이다. 초음속으로 진화한 대함순항미사일(ASCMs)은 유인(有人) 대함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가미카제가 원류이다. ASBMs과 초음속 ASCMs은 실전에 사용된 적이 없지만, 아음속 ASCMs은 제3차 중동전에서 처음 사용된 이래 주요 전쟁마다 등장하여 고가 함정들의 생존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시켰다. 아르헨티나의 아음속 ASCMs이 영국의 최신 구축함과 1만5천톤 수송함을 격침시킨 것이 35년전 일이다. 당시와 비교하면 함정 자체의 방어능력뿐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된 함대의 방어능력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을 지닌 초음속 ASCMs이나 ASBMs의 동시 다발적 또는 순차적 공격에 대처 가능한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주어진 국방예산으로 함정․전차․항공기 등 주요 플랫폼의 능력보다 숫자를 추구하는 방안과 숫자대신 능력을 추구하는 방안, 즉 ‘다수 소형 대(對) 소수 대’의 선택 문제는 항시적인 딜레마이다. 이 문제는 정밀유도무기(PGMs) 발달에 따른 플랫폼의 방어비용 증가와 해상테러 위협으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해졌다. 조지 프리드만은 그의 저서 ‘전쟁의 미래’(The Future of War)에서 함정․전차․항공기들이 날로 성능이 향상되는 PGMs의 위협 때문에 조기에 생존성이 떨어지는 ‘진부화’(senility) 경향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방어력 향상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지스 함이 지닌 공격력은 40년전 스프루언즈 급 구축함과 별반 다를 바 없다. 1.2억달러짜리 F-35C 스텔스기의 무장탑재량은 0.2억달러짜리 F-16C/D와 유사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PGMs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등장하였다. PGMs의 성능 개량에 소요되는 재원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체계 개량 또는 개발에 소요되는 재원이 훨씬 크다. 전략 목표나 접근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 비대칭 군비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 우리는 한반도 전구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문제에도 유사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PGMs이 지배하는 수상․수중․공중의 전장 환경에서 탑재 항공기를 포함하여 17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자산이 한방에 물밑으로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정당하다. 전사(戰史)는 특정 기술의 출현과 발전이 내포하는 정치군사적 의미를 간파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함으로써 발생했던 비참한 결과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항모에 대한 집착은 과거 거함거포주의에 대한 기득권의 집착과 비유될 수도 있다. 사실, 그 효과를 직접 오감으로 경험하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존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논리적 상상만으로 설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변혁을 거부해서 발생한 실패만큼이나, 개혁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제도나 무기체계 개발이 실패로 끝난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균형을 갖춘 시각으로 항모의 유용성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모는 보유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환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1세기 동아시아 안보환경을 논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제한된 성능의 20세기형 항모를 건조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다섯 가지 사실들이 중국 항모의 유용성을 뒷받침 한다. 첫째, 항모를 위협할 정도로 동시 다발적 또는 순차적인 PGMs 공격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첨단 해군력을 지닌 국가들 간 전쟁에서나 발생 가능한 상황이다. 동중국 및 남중국해영유권 분쟁 당사국들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고는 중국 항모에 대해 그러한 PGMs 공격을 감행할 정도의 능력을 지닌 국가는 없다. 행운이 따라주어서 표적화(targeting) 문제를 해결하고 공격가능 거리까지 접근에 성공한다고 가정해도 몇 발안되는 ASCMs 공격을 실시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순항미사일 몇 발에 7만톤짜리 군함이 침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항모에 대한 재래식 잠수함의 위협실체는 ASBMs 및 초음속 ASCMs의 위협과 마찬가지로 워게임과 훈련결과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수준이다. 워게임과 훈련은 실전 상황을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넓은 해역에서 재래식 잠수함으로 항모와 조우하고 격침하는 것은 ‘로또’에 해당한다. 잠수함에 의해 항모가 격침당한 과거 사례를 논할 때는 당시 전장에서 운용했던 잠수함들의 숫자와 그들의 작전기간과 작전범위를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잠수함의 보유 숫자를 대폭 늘림으로써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 각 국가들이 보유한 잠수함 숫자와 능력을 고려한다면 중국 항모에 대해 로또의 행운을 걸머쥐기는 어려울 것 같다. 셋째, 동중국 및 남중국해에서 미국∙중국 간 직접 전쟁 가능성은 낮은 반면, 중국과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 간 분쟁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21세기 안보환경에서도 정치의 수단으로서 전쟁이 지닌 효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정치․경제․외교․군사적 장치들이 전례 없이 강력하기 때문에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다른 수단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보다 높은 경우가 드물다. 국가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전면 전쟁에 이르기 전에 국지전 수준의 분쟁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항모의 능력은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의 위기 또는 국지전 상황에서 현시 및 전력투사를 통해 분쟁을 관리하고 국지전에서 승리하는 핵심 수단이 되기에 충분하다. 넷째, 미국․중국 간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중국 항모가 중국 잠수함 및 육상발진 장거리 폭격기의 지원 범위 내에서 ASBMs과 통합 작전을 수행할 C4I 체계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그 유용성을 찾을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대기권 밖 위성요격 실험을 실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동아시아 지역에 국한된다면 굳이 중국 항모전단이 육상 자산들의 지원 범위를 벗어나서 서태평양으로 진출하여 결전을 벌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섯째, 항모를 포함한 함정들의 진부성은 일정 부분 옳은 말이며, 제한된 예산을 고려 시 ‘대형 소수’ 보다는 ‘다수 소형’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 타당하다. 다만, 무기체계 발달이 생존하기 위해 비싸지는 ‘진부화’ 방향이 아니라, 공격하기 위해 싸지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항모가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거리에서 다수의 유인 및 무인 항공기‧무인 수상정 및 무인 잠수정의 기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공세적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이라면 플랫폼의 진부성 주장이 쉽게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모든 함정의 가치는 해양질서 유지, 현시와 억제, 그리고 후속 함정 발전을 위한 경험과 지식의 실험장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항모는 이 모든 면에서 일단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 금번 KIMS Periscope 제 105호도 12월 01일자로 발행되었습니다.

박주현 대령(irnavy@hanmail.net)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해군 병과교에서 대잠전 과정을 연수했으며, 미국 클래어몬트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원함(PCC-781) 함장 역임후 합참 군사전략과에서 해상전략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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