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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07호

바다 전장(戰場)을 활용한 북한의 핵전략 최소억제

― 핵 EMP 공격 대응방안의 모색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반 길 주

북한이 지난 달 29일 새벽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알려진 ‘화성-15형’ 발사체를 쏘아 올림에 따라 핵위협 고도화가 이제 매우 빠른 속도로 핵 무기완성이라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핵무기 작전배치를 위해서는 3가지 난관을 해결해야 하는데 북한은 이 모두를 거의 다 손아귀에 넣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핵무장을 위해서는 핵물질이 필요하며 북한은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모두를 이미 상당부분 확보해놓고 있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추가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기폭장치가 필요하다. 원자탄 기폭장치는 이미 오래전 확보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북한이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통해 원자폭탄을 기폭장치로 사용해 수소폭탄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폭장치는 더 이상 난관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셋째, 핵무장을 위해서는 운반체가 필요하다. 지상기반 탄도미사일의 경우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모든 유형의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어 거리대별로 북한의 도발 의도에 맞추어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화성-12형’ 미사일의 경우 전력화 완료를 공언한 상태다. 또한 한국형 3축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전력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위 핵강대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 운반체계 삼위일체’(nuclear triad) 중 두 가지 운반수단 전력화에 거의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전략적 배경에는 정권보장•내부단속•협상력 극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뿐 만 아니라 핵을 보유한 다른 국가와 달리 북한은 핵을 사용 가능한 무기로 인식하여 군사작전의 승리를 위한 핵심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야욕도 핵전략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핵무기를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 수 있다. 북한은 2017년 9월 4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핵폭탄이 30∼100km 상공에서 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EMP 효과를 통해 한국의 주요 군사기반에 대한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EMP탄을 사용한다면 그 전개양상을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핵 EMP탄을 사용하여 핵무기를 요격하는 대응체계를 무력화하고 이후 2차로 핵폭탄을 발사하여 한국 영토에 지면폭발시켜 막대한 피해와 대혼란을 일으킨 후 바로 협상을 제안하여 이익을 챙기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전면전 개시 이전 핵 EMP탄을 발사하여 한국의 전쟁수행기반을 무력화하고 속전속결로 남침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핵 EMP는 비핵 EMP 보다 피해반경이 훨씬 넓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북한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EMP 공격효과를 통해 한국의 대응능력이 마비된다는 가정 하에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즉, 반대로 생각하면 북한이 EMP 공격을 해도 한국에게는 맞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이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상기 공격가정을 실행에 옮기지 않게 되고 이는 억제라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 ― 더 나아가 북한의 핵공격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국제정치이론은 핵은 핵으로 대응한다는 ‘공포의 균형’을 해법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비핵화 명분•핵무장 후폭풍 등 여러 가지 난제가 있어 이 해법을 채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공포의 균형’만을 생각한 채 현 상황을 지켜볼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도 않다. 따라서 당장 한국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루속히 착수해야 한다. 핵전략의 제2타격능력 개념을 응용하여 재래식 무기에 의한 최소억제 개념을 정립한다면 이에 대해 작지만 의미 있는 해답이 될 수도 있다. 핵위협에 대한 억제는 공격국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능력에 기반을 둔 최대억제와 더 큰 피해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피해를 주는 능력에 입각한 최소억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최소억제 개념을 공격형 재래식 무기에 적용하여 ‘공포의 균형’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능의 균형’은 갖추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EMP 공격기능이 있는 경우 한국에게 EMP 방호기능이 있으면 기능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바다라는 공간을 잘 활용하면 앞선 언급한 최소억제를 달성함과 동시에 북한과 기능의 균형을 이루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공자(攻者)의 입장에서 핵공격은 주로 대규모 기반시설 및 인구밀집지인 지상영토에 가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방자(防者)의 입장에서 바다라는 공간이 안전지대가 되어 줄 수 있다. 따라서 바다를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반격의 주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한국이 어떠한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고 나아가 제2격까지 구사할 수 있음을 과시하여 최소억제를 달성해야만 한다. 북한의 공격징후 포착시 혹은 위기상승시 해상기반 전력을 안전지대인 바다로 총출동시켜 타격준비태세를 갖추고 이를 현시한다면 최소억제도 가능할 것이다.

  바다라는 공간이 안전지대로만 기능하고 제대로 된 타격자산이 없으면 최소억제는 어렵다. 그렇다면 바다의 전장을 제2격이 가능한 안전지대로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세적 임무수행이 가능한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한국형 강습함•미사일 전문함 등 전략적 성격의 플랫폼이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형 강습함에는 지상타격이 가능한 해상기반 항공기를 탑재하여 재래식 전력에 의한 제2격 능력의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 더불어 해상 혹은 수중 플랫폼에 강력한 공격무기를 탑재해야 한다. 대표적인 공격형 무기가 탄도미사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미 간에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무미사일 개발 기술(know-how)을 십분 활용하여 탄두중량을 대폭 신장시킨 해상기반 탄도미사일을 확보하여 상기 플랫폼에 다량으로 장착해야 한다. 북한이 핵 EMP•SLBM 등 ‘게임 체인저’급 공격방안을 쏟아내는 시점에 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바다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능적 균형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최소억제를 달성토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반길주 중령(raybankj@gmail.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51기) 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학 석사(국제관계 전공) 및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정치학 박사(국제관계 전공)를 취득했다. 255편대장·속초함장을 역임하였고 합참 해상전력과에서의 근무를 거쳐 현재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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