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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21호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미측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정삼만

지난 4월 11-12일 제주에서 열린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 2차 회의에서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시 이에 대한 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하라는 미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때 언급되는 전략자산은 한반도 바깥에서 투입되는 항공모함∙전략폭격기∙스텔스 전투기 등으로서 핵무기나 정밀유도무기와 같은 재래식 폭탄을 이용,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수단들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자산의 전개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무기의 종류나 배치의 규모 및 방식∙기간 등에 따라 1회에 최소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죽음의 백조’로 알려진 B1-B 전략폭격기는 괌에서 출발, 한국에 도착하여 한 차례 전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30-50억원 정도이며 1개 항모강습단이 한 차례 한반도에 출동, 훈련하면서 군사력을 현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400-5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략적 안정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우리의 경제적 여력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이라는 큰 틀 내에서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한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 즉, 정치외교적으로 적절한 조율을 통해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방안은 한∙미 간 잘 조율된 정치∙외교적 대응책보다는 군사전략적 혜안이 대응책으로서 더 긴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이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배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미측이 부담하는 게 맞다. 여기에서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억제이다. 이를 위해 전개비용을 한국보다 미국이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억제이론의 기본에서 찾을 수 있다. 억제란 상대로 하여금 어떤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것으로 초래할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 그 행동을 단념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억제를 구성하는 네 가지 핵심요소는 역량(capability), 전달(communication), 신뢰성(credibility), 그리고 의도(intention)이다. 약자로 C3I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없다면 억제의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다. 그래도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신뢰성’(信賴性)이다. 결국 핵이나 미사일을 이용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시키려면 일단 북한이 전략자산을 이용한 미측의 보복 위협을 확실히 믿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억제에선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는 상대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 더 확실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 ‘매몰비용’(sunk cost)이라는 개념이 있다. 투입한 후 회수할 수 없는 비용― 즉, 돈∙노력∙시간 등을 의미한다.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미국이 부담했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억제의 네 요소 중 신뢰와 연계시켜 생각해보자.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공약을 지키기 위해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 드는 비용은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매몰비용에 대한 미측의 부담은 한국방위에 대한 미국 공약의 대외 신뢰성을 높여주는 방안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도 전개비용을 한국이 대신 지불해주는 것 보다 미국이 손수 부담하여 전개된 미 전략자산의 보복위협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수 비용을 부담해 가면서까지 세력을 현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어떠한 위험이라도 감수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제의 신뢰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한(對韓)방위공약은 책임이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비용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이러한 결의와 의지야 말로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목일 것이며, 그러기에 북한은 더욱 자제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부담한다면 북한으로선 일단 미국의 대한(對韓)방위공약의 신뢰성을 의심할 것이고, 이는 곧 대남도발의 유혹을 더욱 느끼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략은 상대가 있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고, 기획 및 실행 시엔 항상 상대 중심적이어야 한다. 미국의 국방부나 합참에선 지금도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총괄평가’라는 뜻을 가진 ‘net assessment’를 사용하고 있다. 상대 중심적 분석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객관적 평가라는 의미이다. 금번 제기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비용부담의 문제에서 누가 부담할 것인가는 북한이 싫어하는 게 정답이다. 우리의 전략적 상대는 미국이 아니고 북한이며, 북한의 입장에선 한국보다 미국이 부담하는 것을 더 싫어할 것이다. 군사전략적 고려를 정치∙외교적 고려보다 더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해서 이를 곧 정치에 대한 군의 우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논리적 선후의 문제이지 위계상 상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8.4.25 ‘전략자산 전개비용, 美측 부담이 옳다’라는 제목으로 문화일보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한 것임.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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