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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22호

4∙27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 평가와 과제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전성훈

김정은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공동경비구역 남쪽지역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18년전 평양에서 열린 제1차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을 위해 재차 평양을 방문한 것에 대해 상호주의와 남북간 합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4·27 정상회담은 서울 답방이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차 정상회담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선언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10∙4 선언의 내용을 상당부분 담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 면에서 유사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10∙4 선언 2.0’으로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성사되었기 때문에 정부는 준비과정에서 북핵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우리 특사단 방북을 통해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후 알렉산더 대왕이 ‘골디안의 매듭’(Gordian Knot)을 단 칼에 끊었던 비유를 들며 복잡한 북핵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순차적∙ 동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김정은위원장의 입장이 공개된 이후에는 일괄타결을 하더라도 순차적으로 이행할 수 밖에 없다는 정부당국자들의 발언이 있었지만, 북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정부가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북핵폐기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다양하게 밝혀온 것과 달리, 판문점선언에서 북핵폐기 문제는 그 우선순위와 명확성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북핵폐기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미∙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도록 사실상 이관한 형국이 됨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은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에 관한 다양한 사항들을 담고 있는 데, 굵직한 사안들은 북핵폐기에 진전이 있고 국제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실천하기 어렵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안들은 이산가족 상봉 정도이다. 아무리 강한 제재를 북한에 가하더라도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국제사회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에 공동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평창올림픽 때 불거졌던 선수단 선발과 관련한 문제 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한 공동참가라는 이유로 한국의 젊은 기대주들의 기회가 박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 종목별로 선수단 구성을 위한 객관적인 선발과정을 남북이 공동으로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체의 다른 고려사항 없이 오직 선수의 기량과 능력을 대표 선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구절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것 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김정은이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경계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 비춰볼 때 신뢰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횟수이다. 장거리미사일은 북한이 ‘위성발사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하며 언제라도 재개할 수 있다. 2012년 2∙29 합의도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차이로 깨졌다. 김정은위원장은 같은 전원회의에서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는 것을 엄숙히 천명”했고, 상대의 핵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확산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핵무기 개발을 완수했기 때문에 핵시험이 필요하지 않으며 핵을 보유하되 핵확산은 하지 않겠다는 핵보유국 선언이다.

  또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두고 북한과 한미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는 논란도 국제적으로 뜨겁다. 정부는 판문점선언에 명기된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와 구성요건에 대해 북한과 의견을 나눈 사항들을 가감 없이 국민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설명해서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혼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정부는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가공된 해석을 미국에 전달할 것이 아니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위원장의 모든 언급을 1차 자료 형태로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싸고 마찰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아울러 ‘비핵화’를 둘러싼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dismantlement)를 뜻하고 비핵화 대신 북핵폐기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성훈 박사(dr.cheon@asaninst.org)는 통일연구원장과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거쳐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북핵문제∙남북관계∙통일정책∙ 지역안보 및 국가전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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