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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23호

북방한계선(NLL)과 서해 ‘평화수역’

― 몇 가지 고려되어야 할 사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서항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밑그림으로서 지난 4월 북한 김정은위원장과 함께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평화수역’설정에 관한 문제이다.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연구소(한국해양전략연구소, KIMS)의 주된 관심분야가 해양안보이며 NLL문제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른바 ‘평화수역’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정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제2조 2항).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의 (불가침)경계선을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판문점 선언이 과거의 남북합의문과 다른 점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란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동안 북한은 ─ 특히 1970년대 이후 ─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한 해상경비계선등의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NLL을 부정하거나 연평도를 포격하는 등 불안을 조성하여 왔기 때문에 NLL의 유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평화수역 또는 공동어로수역에 관한 이른바 ‘디테일’의 협상에서 우리의 높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NLL문제에 대한 민감한 관심을 반영, 이달 초 외교•국방•통일•해수부 장관 등이 연평도를 방문하여 주민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이들은 ‘NLL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는 손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북한과의 ‘디테일’협상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관련 장관들의 언급대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NLL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남북간의 해상경계선으로서 NLL의 가치는 무한하며 평화수역 또는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더라도 NLL은 당연히 남북간의 현실적인 관할권의 범위를 정하는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해상에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의 어떤 국가들도 예외 없이 선의(善意)의 해상경계선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경계선은 방역과 같은 특정 기능수행의 기준선이 되며 서로의 다양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양의 ‘좋은 담장(fence)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을 되새겨 보아야 하며 NLL의 포기는 현실적 해양 관할권의 일방적 양보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준선이 유지되면 평화수역 또는 공동어로수역은 남북에게 공평한 혜택과 부담을 부여하는 원칙에 의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원칙에 의해 제시되는 것이 이른바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10.4선언 이후 북한이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NLL이남에서의 공동어로수역설정 방안은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셋째, 우리가 흔히 NLL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서해 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동해도 포함시켜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 1953년 NLL이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처음 선포될 때 서해는 NPLL(Northern Patrol Limit Line), 동해는 NBL(Northern Boundary Line)으로 불렀으며 1997년 7월 양쪽 모두 NLL으로 명칭이 통일되었다. 북한은 서해 쪽의 NLL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실 동해 쪽은 군사분계선이 끝나는 점에서 수평적으로 획정되어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서해에서처럼 군사분계선의 모양을 반영한다면 동해에서는 끝지점에서 수평선이 아닌 20° 이상의 각도로 그어져야 할 것이다. NLL은 개념의 일체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동해해서도 ‘등거리∙등면적’원칙에 의한 공동어로수역 설정이 바람직할 것이다.

  넷째, 평화수역 또는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될 경우 해군 경비함정의 출입이 금지되고 경찰•행정조직 중심의 기구가 공동 관리기관으로 부상될 수 있는데 이 경우 평화수역•공동어로수역은 북한의 이른바 ‘회색지대전략’(gray zone strategy)의 활용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회색지대전략은 ‘인정된 정규 군사력의 직접적인 사용은 아니나 비대칭적 및 애매모호한 수단•방식으로 상대방의 대응을 무력화 또는 좌절시키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흔히 중국•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해상민병(maritime militia)을 동원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때 동원하고 있다. 남북간 평화수역•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될 때 해군함정의 출입이 금지된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흔히 쓰는 ‘회색지대 전략’의 주 무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해양안보 측면에서 NLL문제는 ‘판문점 선언’ 이행과정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언급된 4가지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때 국민의 성원 속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성취될 것이다.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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