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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24호

북한 핵폐기와 검증의 딜레마

해 군 중 령

최정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북회담의 재합의에 따라 북한 핵문제도 바야흐로 더 이상 추상적인 ‘수사’(rhetoric)를 교환하는 단계를 지나 매우 정교하고 민감한 방법론 ─ 즉, ‘검증’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검증과 관련하여 핵심적으로 대두될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검증주체의 문제 ─ 즉, 협상 당사국 간 폐쇄적인 형태로 검증을 진행할지 아니면 IAEA 등 책임있는 국제기구에 검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임할 것인지 또는 검증을 위한 별도의 독립 전문기구를 신설할 것인지 등의 문제 ▲합의내용과 검증목적의 문제 ─ 즉, 본질적인 합의의 내용이 북한의 일방적인 전면 핵폐기(폐기사찰)인지 아니면 핵무기 감축(reduction)과 핵전력 제한(limitation)인지 (감축 및 제한사찰)의 문제 ▲ 검증의 지역적 범위의 문제 ─ 즉, 검증을 북한지역으로만 한정할지 또는 북한 지역 중에서도 전 북한지역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간 핵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온 지역 일대로 제한할 것인지의 문제 ▲검증 수단의 문제 ─ 즉, 현장사찰(on-site inspection)•상주감시•국가감시수단(NMS)과 국제감시수단(IMS) 등 검증을 위한 수단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 ▲ 신고의 범위와 내용 및 주기 등 신고의무의 문제 ─ 즉, 북한이 검증 이전 단계에서와 일정 주기(예컨대 매년 연초)마다 당사국(들)에 제출(신고)해야 할 신고의 범위와 세부내용 ─ 특히 핵시설과 핵물질•기술인력•핵무기의 포함 범위에 대한 문제 ▲합의문(또는 조약) 발효시기•합의내용 유효기간과 검증 기간의 문제 ─ 즉, 합의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효되어 실제 최초 사찰이 가능한 시기설정 문제와 검증 이행기간을 단기에 집중적으로 완료하고 종결할 것인지 아니면 영구·반영구적으로 존속하며 지속적으로 검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의 문제 ▲현장사찰 방식의 문제 ─ 즉, 북한이 신고한 시설과 지역에만 한정된 검증(최소검증: minimum verification)을 할 것인지 또는 신고하지 않고 은닉 또는 누락한 합의내용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강제/도전사찰(challenge inspection) 등을 통해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사찰여건(최대검증: maximum verification)을 보장할 것인지의 문제 ▲사찰의 빈도와 매 사찰시 북한지역에 체류 허용기간•사찰팀 구성방식•사찰팀에게 허용되는 권한의 범위와 수용국(북한)의 고유한 권리 범위의 문제 ▲분쟁조정 및 협의기구 설립의 문제 ─ 즉, 당사국 간 검증 및 사찰과 관련한 의혹사항들과 쟁점들이 사찰 당시의 현장에서 해결되지 못할 때 이를 상위의 기제를 통해 협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 등이다.

  검증과 사찰에 있어 미국에게 가장 큰 딜레마는 북한 핵 검증을 위한 신뢰할 만한 수준의 정보가 부재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마나 미국은 그간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에 대해서는 핵재처리시설 (방사화학실험실 등)에 대한 인공위성 등의 국가감시수단(NMS)을 통해 합리적인 추정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의 비밀농축시설에서 간단한 공정과정을 거쳐 추출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해서는 가늠하기조차도 어렵다. 수소폭탄 제조능력에 대해서는 더욱 알려진 바가 적은 현실이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검증정보(verification intelligence)를 가지고 있기에 성공적인 검증을 위해서는 북한에게 매우 광범위하고 세밀한 신고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반면 검증에 있어 북한에게 가장 민감한 점은 검증과 군사정보가 상호 상반관계에 있는 딜레마적 현실이다. 즉, 검증 투명성을 제고하려 할수록 북한 내부에 대한 타국 사찰팀의 잦은 접근으로 인해 군사정보 노출 가능성이 증대된다. 반대로, 북한이 군사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려 할 경우 북한의 성실한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효과적인 검증이 제한된다. 결국 북한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할 내용들과 검증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형태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는 지역과 시설에 대해서도 사찰팀의 제한 없는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형태의 핵폐기 합의를 요구하며 상호 대립하게 될 구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결국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북간 일괄타결(package deal)과 단계별 비핵화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밀당’은 궁극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만약 쌍방간에 끝내 일괄타결이 합의되지 못할 경우 당사국들은 효과적인 검증을 위한 단계적 검증과정을 거치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한걸음씩 물러서며 합의를 이루게 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즉, 최초단계에서는 북한에게 핵프로그램 전반과 보유 핵무기에 대한 매우 상세한 신고내용을 요구하고 북한이 제공한 신고내용을 미국이 자체 보유한 정보들과 비교하는 것이다(1단계 : 신고 및 서류검증). 이후 단계는 쌍방이 합의하는 사찰팀에 의해 북한 전역 또는 미국이 만족할 수 있는 범위의 지역에 대한 제한 없는 사찰을 통해 현장에서 확인된 핵 관련 시설의 위치•규모•능력•기술인력•각종 작업일지 등을 통해 북한이 신고한 내용과 비교하며 궁극적으로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3중수소의 양과 보관장소 등에 대한 신뢰성을 검증하는 단계다(2단계 : 현장사찰 및 시설검증). 다음 단계는 북한의 신고내용과 현장사찰을 기반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고 검증될 경우 북한이 신고한 핵무기의 수량과 종류 그리고 탄도미사일에 대한 사찰을 반드시 필요한 지역으로 한정해(북한의 전 지역이 아니라도) 실시하는 단계다(3단계 : 핵무기 및 운반체 검증).

  다만, 만약 이전 단계에서 사찰을 통해 북한의 신고 불성실성 문제가 대두되거나 미국의 의혹이 증폭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합의 자체를 파기하거나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핵물질과 핵무기를 임의의 시간과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제한사찰을 강도 높게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정이 상호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진행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와 미국은 결국 점진적이거나 최종적으로 대북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체제 안전보장과 적대시 정책 폐지→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대북 개발 및 투자 지원 등의 형태로 보상하게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이 비록 협상초기에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협력하는 듯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더라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 완전한 비핵화 대신 미국과 동등한 자격에서 핵감축(reduction) 또는 제한(limitation) 협상으로 쟁점을 변경, 왜곡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로 하여금 북한의 협조에 대한 대가로 그간 북한 핵개발 과정의 당위성(대미 안보불안과 생존유지)을 인정토록 요구할 수도 있고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통해 측면지원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핵협상을 다자간 핵군축 사안으로 확대하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도록 노력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군축협상은 보편적으로 기회와 위기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다. 즉, 협상과정에서 적대관계에 놓여 있는 당사자 간 지속적인 대화와 합의라는 협력적 절차를 통해 상호 오인과 오해를 줄여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위협을 감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양차대전 사이 전간기의 해군 군축협상(워싱턴 해군군축조약•런던 해군군축조약)의 교훈이 주듯 협상이 결렬될 경우 최소한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실낱같던 희망마저 사라져 걷잡을 수 없는 군비경쟁과 군사적 대치 ─ 급기야는 전쟁 위기까지 치달으며 오히려 협상 이전보다 더욱 심각한 안보위협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마치 평화가 당장이라고 찾아올 듯한 희망은 군축 협상 속에 내재한 위기의 상황을 분명히 읽을 수 있을 때 ‘희망적 사고’의 함정을 피해 진정한 평화와 신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북한과의 성공적인 비핵화 협상과 그 이후의 합의이행을 확인하기 위한 효과적인 검증을 위해서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이 결집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정현 중령(jounghyun_choi@hotmail.com)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와 영국 레딩대에서 박사학위(전략학 전공)를 취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국제군비통제협력담당과 해상무기검증담당 업무를 수행한바 있다. 현재 해군본부에서 국제연락담당으로 근무중이며 국제기구 및 국제안보∙군비통제와 해양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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