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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7호

남중국해 문제와 한국의 해로안보

국립외교원
교 수

김 한 권

 지난 6월 3일 대니얼 러셀 美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전략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해 한국정부가 입장을 표명해 주기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때까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미·중사이의 논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런 러셀 차관보의 발언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슈에 이어 다시금 미·중 사이의 이해관계에 깊이 개입되어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미·중사이에서 눈치를 보기보다는 우리의 국익과 보편적 국제규범을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해 나갔다. 한국은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첫째,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평화적 해결, 둘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립적 입장, 그리고 셋째, 완전한 항해의 자유 (Freedom of Navigation)에 대한 분명한 지지였다.

  무엇보다도 남중국해를 거치는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과 항해의 자유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이해가 걸린 문제였다. 대외 의존도가 2010년 3분기에 100%를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120% 전후로 나타나는 한국의 입장에서 원유의 90%, 수출입물량의 30%가 움직이는 남중국해의 SLOC은 한국경제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중국해에서의 논쟁이 자칫 동북아에서의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어 한국으로서는 입장 표명에서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중의 논쟁은 2014년 6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척 헤이글 美국방장관과 인민해방군 부참모장 왕관중(王冠中)이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을, 올해 14차 회의에서는 에쉬턴 카터 美국방장관과 쑨젠궈(孫建國)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이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관한 논쟁으로 충돌했다. 이러한 미중간의 긴장고조는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군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6월 초 미국을 방문하며 긴장완화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판 부주석과 레이먼드 오디어노 美육군참모총장은 美국방대에서 양국 간 ‘대화 메커니즘’을 체결하였으며, 이외에도 미중은 ‘중요군사행동 상호통보 메커니즘’과 ‘해상·공중 안전행동준칙’의 상호신뢰 메커니즘과 더불어 ‘공대공(air-to-air) 부속문건’을 논의하였다. 양국은 또한 이러한 메커니즘의 작동여부를 확인하고 군사협력 강화 차원에서 내년 합동 연합훈련(육군) 개최를 논의하였고, 미국은 작년 7월에 이어 내년 환태평양 훈련(RIMPAC)에 중국을 초청하였다. 이어 8월에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하여 인공섬 매립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존 케리 美국무장관과 회담에서는 사실상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해양안보 긴장국면은 이제 관리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해양안보 문제의 논점들은 이제 한국에게 강 건너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동북아 국제관계 힘의 구조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눈앞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일의 이해가 교차하는 동중국해에 비해 비교적 연성적 목표물인 남중국해를 우선적으로 공략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향후 중국의 부상, 특히 해군력의 확대가 계속된다면 남중국해는 물론 동중국해와 황해의 내해화(內海化)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남중국해 SLOC의 안전을 거의 전적으로 美해군의 역할에 의존해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군함의 통항과 정찰을 포함한 비위협적 군사 활동은 당연히 항행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미국의 입장과 공조해야 한다. 강한 해군력을 가진 미국의 입장에서는 군사·안보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이는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해군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는 황해를, 지난 9월 안보법이 통과되어 해군력이 강화 될 일본과는 대한해협의 좁은 바다에서 경계를 마주해야하는 한국으로서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비위협적 군사 활동’에 대한 명확한 조건들을 미국과 논의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에 의해 천안함 사건을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EEZ지역에서의 잠수함 활동에 대해 더욱 조심스러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hkkim68@mofa.go.kr)는 美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행정학 석사, 美아메리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했다. 清华大 Post-Doc과정,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과 지역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미·중사이 한국의 이원외교”, “차이나 콤플렉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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