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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82호

‘일석삼조’ 무기체계를 통한 전술·전략의 진화

― 사거리연장 함포탄이 주는 함의

연 합 사

반 길 주

무기체계와 전략·전술 간의 인과적 관계는 닭과 달걀과의 관계처럼 진화를 기대할 수 없는 단순 반복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간 상승적 작용을 통해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이를테면 정교한 전술개발과 치밀한 전략디자인을 통해 무기체계가 진화될 수 있고, 또 한편 무기체계의 발전이 전략과 전술의 진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무기체계가 전략 • 전술을 선도하려면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다목적성(multi-purpose), 즉 하나의 무기체계가 다양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다목적함(multi-role ship)이란 개념은 해군 함정 무기체계 디자인의 공식처럼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하나의 함정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때 국방예산의 효율적 운용뿐만 아니라 작전적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무기체계 개발 시 ‘균형’이라는 개념이 반영되어야 한다. 초가산간 안에 있는 빈대를 잡고자 벙커버스터로 때릴 필요가 없고, 파리를 잡고자 대포를 쏠 필요가 없듯이 저강도 위협에 대해서도 굳이 전략무기와 같은 상급형(high) 무기체계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연하지 못한 무모한 대응은 확전의 위험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는 곧 무기체계 획득 시 ‘상급형(high)-하급형(low) 무기체계 간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무기체계가 획득되더라도 실제로 사용할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보유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큰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무기가 SM-3 미사일이다. 반면 일단 확보만 되면 임무달성과 해역수호를 위해 보다 유연성 있게 수시로 운용 가능한 무기체계도 있다. 하급형 무기체계가 후자의 유형인데 사거리연장 함포탄이 그 중 하나다.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국내 최대함포인 5인치포를 사용해도 24km에 불과한 최대사정거리를 100km 전후까지 대폭적으로 신장시켜주는 개념의 무기체계다. 상급형 무기체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가지 기능만 발휘하는 제한된 하급형 무기체계도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포보다 사거리가 연장되어 전술적 활용도가 더 높고 전략적 억제달성의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미사일과 비교할 때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다목적성과 균형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다음과 같은 일석삼조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 최근 들어 전략의 기획과 개념의 발전, 그리고 무기체계의 개발을 담당하는 관계관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부쩍 증가시키고 있다.

첫째,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국방예산의 효율적 운용측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국방획득에선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창출하는 ‘비용대 효과’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해양력 투사는 전장통합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개념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대표적 해양타격 자산인 함대지 미사일은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고비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타격무기는 고강도 위협대응에 매우 효과적이기에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저강도 위협수준의 표적에 대응해야하는 상황에서 변변한 하급형 무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상급형 무기로 대응한다면 비용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는 무기가 저비용으로 획득, 운용이 가능한 사거리연장 함포탄일 것이다. 이 탄은 고강도와 저강도 표적의 사이, 단거리와 원거리 표적의 사이, 즉 중간지대에서 사용할 하급형 무기로서의 유용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탄 자체가 저비용이라고 이러한 탄을 발사할 무기체계, 즉 별도의 함포가 필요하다면 ‘비용대 효과’ 측면에서 유리한 무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5인치 함포를 일부 개조하면 사거리 연장탄을 운용할 수 있기에 함포 자체를 통째로 다시 사야하는 낭비적 요소에서도 자유롭다.

둘째, 평시 위기관리를 위한 유용성 측면이다. 1953년 이후 제2의 6·25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는 것은 평시 정전상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위기관리의 핵심전장으로 서해 접적해역과 북방한계선(NLL)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군의 1차적 목적은 전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억제가 바로 1차적 목적이다. 억제는 상대방이 특정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런 억제는 상대방이 도발하면 우리측이 적시에 적절한 수단으로 유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 달성될 수 있다.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이 두 가지 중 바로 ‘능력’을 배가시켜줄 수 있는 자산이다.

우선 적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예컨대 서해 전장에서 북한의 해안포 및 지대함 유도탄 밀집지역에 대해 우리의 대형함정이 접근, 최근접 작전을 시행하기엔 여러모로 불리하다. ‘의지’만이 앞선 채 종심을 무시하고 작전을 한다면 우리의 대형함정은 그냥 공격받기 쉬운 표적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이게 두렵다고 우리의 대형함정이 아무런 대안 없이 후방의 안전해역에서만 머물고 있다면 적의 함포 또는 해안포 도발에 대해 적시적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후방에 위치한 원거리에서도 함포를 유효하게 운용할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사거리 연장 함포탄은 비례성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상대방이 하급형 무기로 도발했는데 변변한 동급무기가 없어 미사일로 대응한다면 이는 ‘위기관리’가 아니라 ‘위기조성’이 되고 만다. 비례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술적 공세는 전략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무기 선정시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적이 포탄으로 도발했으면 이에 상응하는 유형의 탄으로 대응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사거리연장탄은 원거리까지 비행하는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여전히 함포탄이지 미사일은 아니다. 따라서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보다 탄력적으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서의 강점이 크다.

셋째,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전시 주요 전구작전에서도 그 활용가치가 높다. 억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노력을 강구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발발했다면 합동작전을 통해 최단시간 내에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군의 2차적 존재목적이다.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해상전에 특화된 무기라기보다는 합동타격자산에 가깝다. 사거리연장탄은 우선 적 특수작전부대가 해상을 통해서 침투하여 제2전선 형성을 노릴 때 이를 방지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무기다. 이를 적시에 차단하지 못하면 지상작전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사거리연장탄은 자탄기능을 활용하면 적이 주요통로로 사용하는 해역을 제압할 수 있다. 특히 고속고무보트를 무력화하는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사거리연장탄은 일반 함포탄과는 달리 위성항법장치(GPS), 관성 측정장치(IMU), 적외선(IR)도 탑재하여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GPS 항재밍 기술도 탑재할 수 있다. 더불어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합동상륙작전에도 유용하다. 상륙을 저지하는 적군을 제대로 제압하지 않고 상륙을 감행하면 우리측의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건조성작전을 통해 상륙지점의 적군 자산을 최대한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기존의 함대지 미사일을 마구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자탄기능이 탑재된 사거리연장 함포탄을 대량으로 운용하면 함대지 미사일에 버금가는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사거리연장탄은 함포탄이기에 미사일과는 달리 전시 해상에서도 재보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에 전쟁지속능력 확보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처럼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비용대 효과 측면의 우위’ ‘평시 효과적 억제 자산으로의 유용성’ ‘전시 합동자산으로 전환의 유연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무기체계다. 이러한 ‘일석삼조’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최전방의 현장군인들로 하여금 전술의 확장이 가능하도록 해주어 대응태세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구축된 전술적 억제의 신장이 전략적 억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전략진화의 메커니즘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거리연장 함포탄은 우리측에 유리하도록 전장을 확장시킬 수 있기에 전략의 디테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저비용으로 평시와 전시 모두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사거리연장 함포탄과 같은 ‘일석삼조’ 무기체계의 구상이 절실하다.

반길주 중령(raybankj@gmail.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51기) 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학 석사(국제관계 전공) 및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정치학 박사(국제관계 전공)를 취득했다. 255편대장·속초함장을 역임하였고 합참 해상전력과에서의 근무를 거쳐 현재 연합사에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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