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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97호

국내 및 국제 정치경제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

박주현

박사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Ian Morris)는 그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 가?” 에서 인류의 운명을 바꾼 다섯 가지 현상, -기후변화, 기근, 이주, 질병, 국가실패-을 묵시록의 다섯 기수로 칭하였다. 군사학에서는 “비전통적 위협”이라는 용어로 분류된 현상이지만, 실상은 인류의 출현시기부터 주기적으로 나타나서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간 “전통적 위협”이다. 전쟁은 인간의 의도와 의지가 반영된 현상인 반면, 이들은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거나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후변화와 난민유입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대에 출현하였다. 현대 의료기술과 방역체계로 능히 대응할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별 대응노력과 국제적 공조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둘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절에 따라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며 변이를 거듭할 것이다. 셋째, 치료제의 효능은 불확실하며, 백신개발과 상용화에는 최소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넷째,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금번사태로 인해 개인의 생활양식부터 국제 정치경제 행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속기간이 변화의 강도(Intensity)와 내구성(Durability)을 결정한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일찍 종식된다면 변화의 강도는 약할 것이며, 기존 질서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책이 수반하는 효과들로 인해 체제와 행태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각 국가들의 대응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양적완화”로 집약된다.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이며, “양적완화”는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위기를 차단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두 가지 정책을 매개로 국내 및 국제 정치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의 경제활동을 강제적으로 축소시킨다. 민간소비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체인은 방해받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동반하락으로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경제대국들의 금년도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락하고, 세계의 공장역할을 해온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이래 최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파산 및 실업률 증가로 수요와 공급이 감소되는 악순환에 빠지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진다. 현재 세계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여 악순환 차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일본이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2001년 최초로 선보였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피해확산을 막고 경제를 살렸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경제규모가 크고 자국 통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국들만이 대규모로 구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초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의 위험, 그리고 특혜시비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절과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준으로 통화공급을 조절하여 왔다. 양적완화는 경제위기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민간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보유한 장기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함으로써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자산 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민간기관들과 직접 거래한다는 점과 유동성이 낮은(현금화가 어려운) 자산들을 담보로 화폐를 새롭게 찍어서 공급한다는 점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에 반(反)하는 정책으로 비난받는다. 위기발생시 정부가 개입하여 피해확산을 막는다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부실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구제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용인하게 되므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Justice)에 어긋나며 공동체가 요구하는 윤리와 책임의식을 약화시킨다. 또한, 화폐에 대한 신뢰도 손상으로 경제주체들의 활동 의욕이 저하된다. 따라서 위기를 해소한 후에는 자산매입축소(Tapering)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화폐의 가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탐욕 때문에 발생했던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금번사태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므로 특혜시비 등 정치적 부담이 적다. 오히려 국민과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2009년 취했던 조치를 압도하는 사상 초유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의 증권매입 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리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까지 매입대상에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전시 대통령(wartime president)”으로 지칭하며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였다. 또한,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2조2천억달러의 경기부양 법안을 발표했고 의회가 승인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할 때까지 가계와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켜 “버티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일찍 종식되지 않거나, 좀비기업들과 가계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어 달러에 대한 신뢰저하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주요 경제대국들이 시행하는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및 “양적완화” 정책들은 국내와 국제 정치경제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국내정치적으로 강한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preference) 증대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공공재 제공 능력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예산절감과 민영화의 효율을 내세운 “작은 정부”의 미덕(virtue)은 전쟁 또는 사변이 발생하거나 그에 준하는 사태가 지속된다면 설자리를 잃게 마련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국가들에 비해 정부 권한이 강한 국가들이 우수하게 대응했다는 점이 확인될수록 강한 정부에 대한 선호가 확산될 것이다.

둘째, 국내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의 강화이다. 규제완화와 정부개입 최소화를 지향하는 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채택되기 어렵다. 민간경제주체들의 재량과 자율성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이미 손상되었다. 양적완화 시행과 이후 정책들은 정부주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양적완화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들은 언젠가는 양적축소와 금리인상을 통해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좀비기업들과 가계부채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실업률 증대가 불가피하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2012년 이후 미국의 사례처럼 수요와 공급이 살아난 덕분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양적축소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속을 가정한다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소비를 살리기 위한 분배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국제정치적으로 국가주의(Statism)의 강화이다. 특히 유럽에서 국경통제와 복지적용에서 주권 회복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금번사태를 계기로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달라지리라 예상한다. 유럽은 개별 국가차원의 대응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 차원의 양적완화에서도 회원국들 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금번사태는 서로 다른 경제체질을 가진 국가들이 통화동맹(Currency Union)을 맺었을 경우에 발생하는 정치경제적 위험을 다시금 환기시켜 주고 있다. 유럽연합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넷째, 국제경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보호주의 정책의 퇴조이다. 금번사태에서 “미국우선주의” 슬로건은 유효하지 않다. 1929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경기침체는 후버 대통령이 취했던 관세장벽으로 인해 세계 대공황의 위기로 비화되었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요와 공급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이 무역전쟁을 피함으로써 금번사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9개국들과 “기꺼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미국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대출해주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위기극복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서 보유하고 있는 미국국채를 시장에 투매하면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정부의 성격과 국가 간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정부권한이 강화되고 외부적으로는 인적교류에 대한 장벽을 쌓으면서도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모순된 행태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되면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부터 붕괴가 시작되고 정치적 혼란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원유수요 급감에 따라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산유국들이 제일 먼저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주변 경제대국들과 위기 헤징(hedging)을 위한 금융 및 무역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주현 대령(irnavy@hanmail.net)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해군 병과교에서 대잠전 과정을 연수했으며, 미국 클래어몬트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원함(PCC-781) 함장 역임후 합참 군사전략과에서 해상전략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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