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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198호

핵안정성 약화와 핵군비경쟁의 안보적 함의

건양대 군사학과
교 수

김 태 우

핵균형 전략과 핵우위 전략의 위험한 동거

냉전 동안 미•소는 “응징보복력이 막강할수록 핵전쟁을 도발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확실성을 증가시키므로 핵전쟁 억제에 유리하다”는 ‘상호확실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에 의거하여 핵무기를 양산했다. 인류는 지구종말의 공포를 느꼈지만 막연하게나마 누구든 핵도발을 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핵균형(Nuclear Parity) 하의 ‘상호자살’ 시스템이 핵전쟁을 예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이 논리 하에서 1972년 미•소는 핵방어를 상호 포기하는 요격미사일금지조약(ABMT: 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체결했다. 즉, 한쪽이 핵방어 능력을 완비하여 핵우위(nuclear superiority)를 확보하면 상대를 선제공격할 동기가 발생하여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취약한 상호취약성(Mutual Vulnerability) 상태를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이 전략 하에서 핵무기는 억제용일뿐 ‘사용할 수는 없는 무기(unusable weapons)’였고 핵전쟁은 ‘싸울 수도 이길 수도 없는 전쟁(unfightable and unwinnable)’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핵공격도 막아낼 수 있고(defendable) 핵전쟁도 이길 수 있다는 ‘핵전투(nuclear warfighting) 전략’이 부상하고 실제 사용을 전제한 전술핵들(tactical nuclear weapons)이 양산되면서 핵균형에 근거한 안정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지상과 해상 그리고 공중과 우주에 무수한 방어무기들을 배치하여 소련의 전면핵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전략방어구상우주방어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을 추진하면서 격렬한 핵안정성 논란이 촉발되었다. 미국의 방어체계 완비는 곧 소련의 무력화를 의미하므로 소련이 필사적인 사전 선제공격 동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판자들은 핵전투 전략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SDI를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기술적 혁신(malign technological breakthrough)’이라 불렀다.

이후 19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SDI는 중단되었지만, 불량국가들의 도전과 이슬람의 대미(對美) 테러로 미국은 미사일방어 노력을 지속했고, 러시아가 미국의 방어망을 돌파할 신무기 개발을 추구하면서 미•러 신냉전이 점화되었고, 이후 상호확실파괴 전략과 핵전투 전략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되었다. 즉, 핵전쟁은 싸울 수 없는 전쟁이고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 핵균형을 추구하는 전략과 핵전쟁도 싸울 수 있고 싸우면 승리해야 한다는 핵우위를 추구하는 전략이 공존하는 시대, 다시 말해, 대량보복용 전략핵무기와 실제 사용용 전술핵이 동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상충하는 두 전략의 공존이 과연 가능한가, 또는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정답은 실제로 핵전쟁이 발발하기 이전까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

핵군비통제 체제의 붕괴와 새로운 핵경쟁

이렇듯 상충적인 두 핵전략이 혼재하는 가운데, 현재는 미•러 간 핵우위 경쟁이 뜨겁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1년 미국의 ABMT 탈퇴였다. 탈퇴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은 2001년 9•11 테러였지만, 이후 유럽에 배치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와 나토(NATO)의 동진(東進) 및 확대에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핵무기를 둘러싼 미•러 신냉전이 본격화되었고, 최근에는 핵경쟁 억제에 기여해온 핵군비통제조약들이 하나 둘 폐기되고 있다.

1988년에 발효된 중거리핵폐기조약(INFT: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은 미•소의 사거리 500~5,500km 지상발사 중거리핵미사일 2,692기를 폐기한 획기적인 핵군축 조치였지만,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조약 위배를 이유로 탈퇴한 이래 중거리핵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2018년에 배치한 사거리 2,500km의 SSC-8 순항미사일, 미사일방어 돌파용으로 개발한 Iskander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등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미서명국이라는 이유로 제약없이 핵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 핵보유를 고수하는 북한, 이란의 핵야망 등도 이유였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이 이란핵합의(JCPOA, 2015)에 탈퇴한 후 미국과 충돌을 이어오다가 2020년 1월 5일부로 JCPOA 폐기를 선언하고 농축 등 핵활동을 재개했다. 북한 등 불량국가(rogue states)들의 핵야망이 미발효 상태에서 가입국들의 임의준수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 1996)의 파탄을 초래할 가능성은 지금도 상존한다. 2011년에 발효된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은 미•소가 체결한 전략핵감축조약의 최종 버전으로서 전략핵을 각 1,550개씩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었다. 이 조약은 2021년 2월에 종료되지만 아직까지 연장 또는 대체될 조짐은 없다. 2002년에 발효된 항공자유화조약(OST: Open Skies Treaty)은 오인식으로 인한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비무장 공중정찰을 상호 허용하는 다자조약으로 34개국이 가입했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위배를 문제삼아 탈퇴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도전과 미•러를 따라잡기 위한 중국의 도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3월 1일 국정연설을 통해 신무기 계획을 천명했는데, 거기에는 핵추진 대륙간순항미사일, 핵추진 핵어뢰, 사거리 18,000km의 초대형 차세대 대륙간탄도탄, 음속 5배의 킨잘(Kinzhal) 순항미사일, 사거리 6,000km에 최대 속도 음속 27배인 아방가드(Avangard) 중거리 미사일 등이 포함되었다. 킨잘은 2017년에 실전 배치되었고, 아방가드는 2019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국방비의 지속적인 증가에 힘입어 핵군사력의 양적•질적 증강을 지속하는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 전략폭격기, 스텔스 잠수함, 항모, 대위성(ASAT: Anti-Satellite) 무기, 에너지빔무기, 극초음속무기, 드론 등 모든 신무기 분야에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5월 8일자에 “미국의 전략적 야심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은 단시간 내 핵탄두를 1,000개로 늘려야 한다”는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의 글을 실어 주목을 받았다.

극초음속무기 경쟁과 전략적 함의 

극초음속무기 경쟁도 핵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중•러•미 세 나라가 경쟁에 돌입한 상태에서 후속 국가들도 가세하고 있다. 극초음속무기에는 순항미사일에 일반 제트엔진이 아닌 렘제트 엔진(ramjet engine)이나 스크램제트 엔진(scramjet engine)을 사용하는 극초음속 추진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 Hypersonic Cruise Missile), 자체 엔진은 없지만 투발수단에서 분리되어 극초음으로 활공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 등이 있는데, 상하 및 좌우 움직임을 보이면서 근접거리에서 공기역학적으로 초고속 비행을 하기 때문에 추적과 요격(tracking and intercepting)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1980년대부터 개념연구를 해온 러시아는 2019년 12월 Avangard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극초음속무기 시대를 개막했다. 시험 발사에서 Avangard는 사거리 6,000km에 최대 속도 음속 27배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공격무기들은 조만간 대륙간탄도탄, Yasen급 핵잠수함, Tu-22M3 백파이어 전략 폭격기, Su-34와 MiG-31 전투기 등에 탑재될 것이다. 미•러•중 3자 간 핵군비통제 구축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채 독자적인 핵역량을 키우고 있는 중국은 2014년부터 극초음속활공체를 시험해오다가 2018년 8월에 싱쿵(星空 Xing Kong)-2 발사에 성공했고, 2019년 10월 1일 건국절 군사열병식에서는 극초음속활공체를 탑재한 DF-17 미사일을 공개했다. 인도는 이미 2017년부터 음속 7배의 브로모스(BrohMos-Ⅱ) 순항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고, 일본도 2019년부터 음속 5배의 속도로 적 항공모함의 갑판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프랑스와 독일도 극초음속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무기 개발에 자극된 미국도 2028년까지 육해공군이 사용할 각종 극초음속무기들을 개발할 예정이며,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와는 별도로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HMDS:)와 HMDS를 지휘할 극초음속전 상황실(hypersonic war room)도 구축하고 있다.

극초음속무기의 전략적 함의는 다양하고 막중하다. 첫째, 핵군비경쟁 및 우주의 전장화(戰場化)가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이 2017년도 국가전략서(NSS), 2018년도 핵태세검토서(NPR), 2019년도 미사일방어검토서(MDR) 등을 통해 중•러에게 극초음속 분야의 우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상태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둘째, 실제 핵사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극초음속무기가 발사되면 상대국은 순식간에 대응을 결정해야 하므로 오인식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핵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중국의 핵 및 극초음속무기 개발은 새로운 핵군비통제 체제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면서 아시아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 위기 시 미 해군의 대응조치를 강압하는 수단이 될 것이며,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패권적 자세도 강화될 것이다. 넷째, 극초음속무기가 이란, 북한 등 불량국가들에게 확산된다면 핵안정성과해당 지역의 안정성을 더욱 심하게 해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부상할 것이다.

핵안정성 붕괴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해야

신냉전과 핵불안정성의 파장은 이미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중•러는 외교적으로 북핵을 반대하면서도 뒤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두둔하는 이중플레이를 지속함으로써 북핵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러•북이 핵보유 상태에서 군사공조를 강화하는 데에도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핵무장을 만류하는 기존의 반확산 정책을 고수한다면, 조만간 역내 전략균형은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다. 또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한 중국 견제’ 차원을 넘어 중국과의 ‘대결별(Great Decoupling)’과 반중(反中) 경제블럭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통한 ‘신봉쇄정책(New Containment)’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불분명한 자세를 견지한다면 한미동맹의 형해화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당면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핵•화생무기를 보유한 북한으로부터의 비대칭 위협에 더하여 사드 보복, 서해 내해화(內海化),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 중국 팽창주의에서 비롯되는 위협들과도 부닥치고 있다. 신냉전 대결구도의 심화, 주변국들의 핵군사력 증강, 극초음속무기의 실전 배치 등은 조만간 다가올 미래위협이다.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와 거안사위(居安思危: 평안할 때 다가올 위기를 생각한다)의 자세로 당면 및 미래위협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다층 체제의 미사일방어, 동맹국과의 상호운용성 및 통합작전 능력 강화,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와의 통합, 한•미•일 안보공조 재확인, 첨단 신무기 기술개발 등은 기본 안보과제일 것이다. 조만간 검토해야 할지 모르는 미 전술핵 재반입 또는 한•미 핵공유에 대한 대비,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 수 있는 독자적 핵무장을 위한 잠재력 배양 등도 장기적 안목에서 지금부터 수행해 나가야 하는 안보과제일 것이다.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남북 간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분단국 한국에게 있어 항시(恒時) 과제이나, 확고한 안보태세는 그와 병행하는 또 하나의 항시 과제다. 남북 화해와 확고한 안보는 함께 굴러가야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기 때문이다.

김태우 박사(defensektw@hanmail.net)는 뉴욕주립대(SUNY Buffalo)에서 핵문제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고 책임연구위원으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정년 퇴임했다. 대통령 외교안보자문교수, 정부업무평가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 동국대 석좌교수, 해군발전자문위원장, 제11대 통일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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