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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22호

‘한국캐미호’ 억류와 한국의 해양 안보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조영주

이란이 신축년 새해 벽두인 1월 4일 오전 10시(한국 오후 3시)경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하여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억류 중이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자국 법원의 명령을 받고 해양 환경위반 혐의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라고 발표했으나, 선사 측은 ‘위반 혐의가 없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우리 정부는 나포 직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청해부대를 현지에 급파하였고, 1월 10일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실무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으나 14일 빈손으로 귀국했다.

우리 정부의 초기 석방 노력이 수포가 되며 선박의 억류가 길어지고 있고, 선내에 고립된 우리 국민을 비롯한 선원 20명의 고통은 물론 선사에는 많은 경제적 피해가 초래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우리는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가?”를 분석해 보고, 이를 근거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와 함께 “앞으로 유사한 사건 예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전에 우리 선박 나포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다음의 세 가지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밥 엘 만뎁(Bob el-Mandeb), 말라카 해협, 수웨즈 및 파나마 운하와 함께 원유 등 세계 해상 수송의 5대 전략적 병목지점(Choke Point)의 하나이다. 지리적으로 오만만과 페르시아만을 잇는 해협으로써 오만 영토인 무산담(Musandam) 반도와 이란령의 라라크(Larak) 섬 사이의 길이 55~95km, 최대수심 190m(평균수심 85m)인 지역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2018년 기준 일일 평균 1,6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곳으로,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송의 30% 및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일일 평균 대형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oil Carrier) 28척이 통과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도입 규모는 2005년 전체 수입의 80%를 넘어 2011년 87.1%로 최대치에 도달 후 정부의 오일쇼크에 대비한 “원유 도입 선 다변화 지원제도”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등으로 감소 추세이나 2019년에도 70.2%를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란의 국제해협 연안국으로서 권리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해양법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백한 국제해협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해협에서 선박이 계속적이고 신속하게 통항할 때 영해에서의 무해통항권보다 통항의 자유가 한층 강화된 기국(旗國)의 권리 즉, 통과통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해협연안국은 선박의 통과통항을 방해할 수 없으며, 어떠한 이유로도 통과 통항을 정지시킬 수 없다(제44조). 다만, 국제해협을 통과통항 중인 모든 선박은 협약 제39조에 규정된 지체 없이 항진과 선박에 의한 오염의 방지・경감・통제를 위한 국제규칙 준수 등 의무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한편 해협연안국인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 제42조 1항에서 규정한 ‘해협에서 유류, 유류 폐기물과 그 밖의 유독성 물질의 배출에 관하여 오염의 방지, 경감, 그리고 통제를 위한 법령 제정 등’의 권리를 보유한다. 그러나 제정한 법령은 적절히 공시되어야 하고 법률의 적용 시 차별 또는 통과통항권을 부정, 방해 및 침해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이는 통과통항권을 행사하는 모든 선박은 해협연안국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해협연안국은 통과통항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검색, 나포, 통과거부 등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 해석을 둘러싼 이해충돌이다. 이란은 과거와 특히 최근의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금지조치로 자국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국 연안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보호권을 발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해협 봉쇄 조치의 법적 근거로서 1958년의 영해협약과 유엔해양법협약 제25조 제1항 “연안국은 무해하지 아니한 통항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자국 영해에서 취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과 1949년 ‘Corfu 해협 사건’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을 근거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통항하는 선박을 방해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의 국제법적 해석은 1958년 영해협약에서도 국제해협에서 ‘정지되지 아니하는 무해통항권’을 규정하고 있어 선박의 신속한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무해통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된 ‘통과통항제도’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란이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하였으나 비준하지 않아 협약의 준수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1958년 서명한 영해협약에 따라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 중인 선박을 검색, 나포 등의 통과통항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따라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위협은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첫 번째 질문, 이란이 왜 ‘한국케미호’를 나포하였는가? 그것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특성을 자국의 국익 증진을 위한 이해 당사국과의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한 선박 나포 행위의 일환이라고 분석된다. 이란은 2019년 7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타나임페로호’를 나포했다. 사유는 영국 선박이 해협의 출구 쪽에서 역방향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영국이 이란의 ‘스타나임페로호’ 나포 15일 전에 유럽연합의 대시리아 제재 위반 혐의로 이란 국적 유조선을 지브롤터 인근에서 나포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분석하였다. 또한 2020년 8월에도 이란은 라이베리아 국적 선박을 나포한 뒤 다섯 시간 만에 석방하며 ‘일상적 점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국적 ‘한국케미호’의 나포도 이란의 국익 추구를 위한 협상력 제고 차원의 선박 나포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나포 당시 ‘해양환경 위반 혐의’를 주장했지만 곧이어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가 ‘한국 정부가 헛된 구실로 70억 달러 넘는 우리 자금을 인질로 잡고 있다’라고 주장한 점에서 나포 의도를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케미호’ 나포가 동결된 이란산 석유 수출 대금을 이란의 코로나-19 백신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우리 정부가 이란 정부와 비공개 협상을 벌이던 막바지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협상에서의 불만을 표출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증폭된다.

또한 ‘한국케미호’ 나포 시점이 이란의 20% 우라늄 농축 재개일이고,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전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사망 1주기, 그리고 지속적인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등 경제제재와 이에 지속 동참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 교체기라는 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란은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이란산 원유 결제 대금 동결에 대한 보복과 함께 미국에 대해서는 정권 이양 후 더 유리한 조건에서 이란 핵 관련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과 제재 해제 협상 등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미국 동맹국 선박의 나포 및 이를 통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기 상황을 조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이란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자 중동의 리더 국가로서 국제규범을 무시한 행동을 일방적으로 자행할 수 없다는 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위반 시 국제사회로부터 후과(後果)가 너무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관행을 기초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이란이 ‘한국케미호’의 해양환경 위반을 나포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저의(底意)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관계 당국자가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란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가 간 갈등 문제에 대해 외교적 수단과 정부 및 비정부 차원에서 자국 이익에 관한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초로 우리 정부는 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에 숨어 있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 후 우선 외교적 수단을 통해 우리 선박 석방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구조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란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는 동결된 원유 대금 관련 금리 등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하여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미국의 협조 모색 및 기타 양국 간 정부와 비정부 차원의 선린우호 관계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선박의 억류가 장기화될 때 이란에 우호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와 비슷한 갈등 상황에서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대응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2019년 12월 20일 일본은 이란과 잠재적 갈등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의 요구에 따른 자위대 호위함 1척의 중동지역 독자 파견에 대한 이란의 양해를 구했다. 반면에 미국의 양해를 득해 일본 내 이란 동결 자금 15억 달러 송금 등 양국 현안을 이란의 요구에 부응하여 해결하였다. 양국의 갈등을 ‘한국케미호’ 나포 같은 위기 상황 발생 이전에 예방적 차원의 외교적 노력으로 원만히 해결한 점이 돋보인다.

끝으로 유사한 사건 예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조처해야 할 것인가? 우선 해외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과 관련하여 외교 안보 대응부처의 원활한 협조체계와 대응 방안 강구이다. 이란의 우리 선박 나포와 관련하여 사전에 첩보가 있었고, 양국의 우호 관계 유지에 필요한 이란의 요구사항에 대해 외교부와 관계부처 등의 대응조치 미흡과 함께 유사시 나포 예방을 위한 청해부대의 우리 선박 호송 등 필요한 선제적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해부대는 현재 해적과 테러 등 저강도 위협에 중점을 두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언제 그리고 어느 곳에서 국가가 요구한다면 중・고강도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상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 번 ‘한국케미호’ 나포의 경우처럼 사후 약방문식의 처방이 아닌 해외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근원적인 선제적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약소국으로서 더욱 치밀한 외교를 비롯한 대외정책 수립과 함께 이를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해군력의 강화가 절실하다. 특히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 무대는 과거 대서양 시대의 유럽이라는 육지가 아닌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잇고 있는 해양이라는 점을 깊이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 해군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상과 국익 추구에 부합한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독특하게 해군력이 해병대를 포함한 규모로 산정되어 국가가 요구하는 해군으로의 발전에 큰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 대한민국의 국익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할 군사력, 특히 해군력의 소요를 정확히 산출하여 한반도는 물론 범세계적으로 요구되는 해양 안보 보장에 필요한 해군력을 조속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해군의 주장처럼 경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적기 확보, 그리고 주변국을 위시한 국제적 안보 위협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구축함 등의 전력을 신속히 증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세계 해양 역사에서 해군력 건설은 군과 해군 자체의 힘으로는 이룩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적 사안이다. 그래서 해양 강국은 국가와 국민이 주도하여 해군력을 건설하였고, 지금도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의 국익과 범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정규모의 해군력 건설은 우리 국민이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뼈아픈 역사의 질곡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와 해양의 중요성 인식, 이를 위한 해군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가 있을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조영주 교수(jmlyjcho1219@gmail.com)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영국 킹스톤 어폰 헐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비역 해군 준장으로 2018년 전역과 동시 충남대 국가안보융합학부 해양 안보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후학을 양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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