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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35호

한미동맹과 해양안보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 수

김성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게 해양안보는 절대적 과제다. 해양안보(maritime security)는 해양영토를 지키는 전통적 안보와 해양환경 보호 및 해상수송로의 안전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의 해양안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영토수호와 해양수송로의 안전에 국한시켜 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리 해군이 대처해야 할 첫 번째 해양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온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비춰볼 때 우리의 서해5도 방위는 지상의 군사분계선 방어만큼 중요하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서해 완충구역이 설정되었지만 북한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2019년 11월 서해 NLL 인근 창린도 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즉 완충구역에서 해상사격과 기동훈련을 금지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NLL 북방 인근 도서에 병력을 배치하고 레이더를 설치했으며 2020년 3월에는 창린도에 240mm 방사포를 배치했다.

NLL 일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은 NLL을 무력화하고 서해 5도에 대한 기습 강점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봐야 한다. 이는 결국 정전협정을 유명무실화하여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 북한에게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려는 전술이다. 무엇보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서북도서 지역에서는 해상사격 및 기동훈련이 금지되어 우리 군의 전투력과 사기 저하가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가까이 배치된) 특수작전부대가 서해 5도 중 1개 섬을 기습 강점할 경우 핵보유국인 북한을 상대로 탈환작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한미양국은 동맹 차원에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점검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예: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방안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 간 해상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것도 우리에게 작지 않은 해양안보 도전이다. 한중 어업협정이 2001년에 발효되었지만 수차례 양자협상에도 불구하고 해양경계선은 합의되지 않았다. 한중 양국 간의 해역의 폭이 좁아 중첩지역이 대부분이므로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중 어업협정은 해양법협약상의 EEZ 경계획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여 양국 EEZ의 권원이 중첩되는 수역 중에서 일정 수역을 잠정조치수역, 과도수역 등으로 지정하여 배타적경제수역제도의 실시를 보류했다. 그러나 중국인민해군(PLN)은 EEZ 중첩구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어 우리의 영해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2020년 12월 PLN은 동경 124도를 넘어 우리의 NLL을 침범해 백령도 40km 앞 공해수역까지 들어왔다. 중국은 이 지역을 해상작전구역(AO) 경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

게다가 중국의 북양함대는 랴오닝성(遼寧省)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해와 발해만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미동맹이 동 해역에 대한 견제를 구체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2010년에 서해와 발해만 통로 일대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공표한 바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지만, 우리는 서해안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못 하고 있고, 군산 앞 바다까지 올라오던 미국 항공모함도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항행하지 않고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바다문제로 한중관계를 섣불리 악화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한미 양국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중국의 일방적 주장이 합리화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의 준(準)군사조직인 해상민병대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시에 군으로 편입되는 민병 조직의 해상 판이다. 평상시에 해군과 해경의 정보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이 선포한 내해를 중심으로 영유권 분쟁이나 조업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해상시위를 하고, 전시와 평시의 경계에 서서 위협적 행동을 하는 회색지대전략(gray zone strategy)을 활용할 경우 우리의 서해 해양안보가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회색지대전략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해 역시 안전한 곳은 아니다. 우리가 경찰력으로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영유권 분쟁이 있는 것처럼 군(軍)이 나서서 독도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센카쿠 열도를 중국에 대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확률은 낮지만 중일 간에 분쟁이 발생해 일본의 센카쿠 실효지배가 만에 하나라도 무너질 경우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만반의 대비책을 준비해 놓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 남중국해 해양안보 문제이다. 한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90%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해양수송로의 안전이라는 비전통적 안보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남중국해의 해양안보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관점에서 볼 때 양측이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동남아이고, 남중국해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대일로전략(BRI)’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IPS)’이 맞부딪치는 곳이 동남아의 육지와 바다이다. BRI의 대상 지역이 동남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동, 동남부유럽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 서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막고, 중간 지점인 중동에서 걸프지역 및 역내 주둔 미군과 우방국 간의 연대로 제어하며, 동쪽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동맹국 및 우방국의 기여를 접목시켜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으로선 남중국해의 제해권(制海權) 유지, 더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패권적 지위를 중국이 넘보지 않도록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군사 쿠데타는 BRI와 IPS가 직접 충돌한 사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적 가치를 외교의 핵심 요소로 들고 나오자 미얀마 군부가 위기를 느꼈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인 중국의 보호막을 기대하고 현 정권을 무너뜨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미얀마를 인도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미국은 오바마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기존의 ‘공해전(air-sea battle)’으로부터 육·해·공군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다차원작전(MDO)’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러한 군사 독트린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해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응하기 위한) 지상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역내에 배치하기로 했으니 바이든 행정부는 후보 국가를 물색해야 할 상황이다.

4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직후에 나온 미일 공동성명은 “한국과의 삼각협력이 우리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명기해 북한문제와 더불어 역내 안보와 경제 문제에 대처하는데 한미일 협력이 긴요함을 강조했다. 우려되는 점은 미일 공동성명이 동맹 및 파트너국가들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호주, 인도, 아세안 다음으로 한국을 언급한 것이다. 순서가 꼭 우선순위를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한국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에 들어가지도 않고, 동남아 지역에서 미일 등과 구체적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으니, 이들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동남아 말라카 해협은 한국 원유수입의 90%가 통과하는 생명선이 지나는 곳이므로 해양안보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미 군사동맹의 범위는 한반도에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외교 및 경제동맹의 범위는 이 보다 훨씬 넓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에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경우 중국이 BRI를 확대하기보다 동유럽이나 동남아로 지경학적 초점을 좁혀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고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에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동남아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비용분담에서 역할분담으로의 변환을 모색하는 길이다. 한국이 동남아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 봉쇄를 위한 군사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우니 개발협력정책 차원에서 동남아의 중요성을 제고하고, 이 지역에 개발협력의 방향과 내용에 관해 미국과 (가능하면 일본과도) 협의할 필요가 있다. ODA의 규모와 배분에 관해서 미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사전에 협의해 왔다. 동남아의 해양안보는 한국의 국익을 포함하고 있으니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을 간접 지원하면서 한국의 해상수송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합리적이고 전략적 선택임에 틀림없다.

김성한 교수(ksunghan@korea.ac.kr)는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 외교통상부 2차관, 다보스 포럼 WMD 분과위원장,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저서와 논문으로 「미국외교정책론」(공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한반도” “Denuclearizing North Korea: Time for Plan B“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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