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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57호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해양분쟁 시나리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예슬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처신한다 하더라도 본의 아니게 비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때가 있다. 바로 합리성의 역설이다. 지금 미·중 간의 경쟁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동계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중국정부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은 보편적인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이념과 중국의 공산주의적 이념 간의 격한 대결이다. 이와 같이 겉으론 정치 이념 간의 대결로 보이지만 속내는 기존 강대국인 미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중국을 견제하여 기존의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양국은 어떠한 종류의 경쟁이나 대결을 하더라도 핵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전면전만은 피하기를 원한다. 양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란 일단 발발하면 때론 인간의 합리적 통제를 벗어나 자체의 문법과 논리대로 진행되기도 한다. 개념적이긴 하지만 절대전이 이에 해당되고, 그리고 ‘전면전 함정’(War Trap)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결론은 평화를 위해 전쟁을 했지만 평화 그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가 되게 된다.

Graham Allison은 2017년도에 발간한 그의 저서인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에서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전쟁에 돌입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소개했는데 필자는 여기에 부연 설명을 더하고자 한다.

미국의 구축함이 중국이 비행장과 대공미사일을 설치한 Mischief Reef (환초)의 12해리 이내로 진입, 항행의 자유작전을 수행하자 중국은 해경함정을 현장에 급파, 美 구축함 앞에서 진로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美 구축함의 항해에 대한 중국 해경의 진로 방해는 마치 치킨게임의 양상처럼 발전되어 둘 중 하나는 비겁자란 오명과 함께 마주치는 충돌침로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美 구축함은 중국 해경의 필사적인 진로 방해로 피할 겨를과 기회를 놓친 나머지 중국 해경과 충돌이 불가피하게 되어 충돌 결과 군함보다 약한 중국의 해경함정이 현장에서 침몰하고 탑승 승조원 전원이 사망하게 된다.

미·중 양측 모두 확전으로 인한 전면전을 원치 않지만 국내외적 체면과 명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구축함을 현장에 급파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려는 美 구축함의 진로를 막으면서, 자국의 영해를 침범했기 때문에 美 구축함은 이를 인정하고 중국 해경함정 승조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며 美 구축함 승조원 전원을 억류한 뒤 중국 국내 법정으로 가서 재판 받을 것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중국의 입장에선 이렇게 하는 것이 전면전으로의 확전의 빌미를 주지 않은 채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 해경함정의 진로 방해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요구에 항복, 구축함 승조원 전원이 압류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시 엄청난 국내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게다가 미국은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일본이나 필리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당시 현장에 있는 美 구축함은 진로 방해 중인 중국의 구축함을 선제적 공격으로 충분이 격침시킬 수 있지만 확전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안으로 대치 현장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함으로서 중국의 구축함으로 하여금 스스로 퇴각하는 것을 유도하기로 결정한다. 미 국방부는 현장 무력현시를 실행하기 위해 인근 전투기와 함정들, 그리고 일본에 정박 중인 항모전단에 대해 현장 출격 및 출동 명령을 하달하고 B-2 폭격기 대대를 괌에 전진배치 하도록 지시한다.

미국은 이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의 체면을 살리면서 확전만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와 달리 중국 정부는 미국이 또 다른 피의 혈전을 불러 올 것에 대비 예하에 철저한 보복태세를 유지할 것을 지시 하게 된다. 하지만 전장엔 언제나 ‘전쟁의 안개’(fog of war)가 존재하는 법으로 남중국해 인공섬에 설치된 대공포대의 요원들이 상공을 스쳐지나가는 미 전투기들의 굉음을 듣고 공포에 질려 우발적으로 전투기들을 향해 불을 뿜기 시작한다.

인근에 있는 美 구축함은 자국의 전투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곧 바로 불을 뿜고 있는 중국의 대공포 진지를 대지포격으로 무력화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국은 같은 인공섬에 구축된 대함유도탄을 발사, 대지포격을 한 美 구축함을 격침시켜 수백명의 승조원을 수장시킨다. 일부 생존자들은 구명정에 탑승한 채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바다 위 美 구축함의 흩어진 잔해와 구명정에 처절하게 붙어 있는 생존자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퍼질 때 미 조야는 발칵 뒤집혀 중국 본토, 특히 본토에 있는 미사일 및 레이더 기지를 ‘AirSea Battle Doctrine’(공해전투교리)대로 공격하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은 미·중간 핵전면전으로 치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하여금 美 구축함을 격침시켰던 중국의 대함미사일이 있는 문제의 인공섬을 폭격하라고 지시한 결과 그 인공섬은 완전 무력화된다. 하지만 지난 백년간의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에게 있어 남중국해는 그 안에 위치한 각종 지형지물뿐만 아니라 바다 그 자체가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해양영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주권을 유린한 미국에게 보복해야 한다는 중국 국내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하와이나 괌, 또는 역내 동맹국 내에 주둔 중인 미군은 물론 나아가 미 본토까지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냉정하게 미국과의 전면전만은 피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민적 요구보다는 수준을 더 낮춰 위기 현장 상공에 떠 있는 미국의 인공위성과 미국의 현장 지휘·통제체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지시, 이행토록 명령한다. 그렇지만 미국으로선 곧 이어 현장에 도착하게 될 항모전투단이 인공위성체계와 지휘·통제 체계가 무력화 된 상태에서는 단순한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항모에 대한 실질적 공격이라 간주한다. 그리고 곧바로 실제 항모를 격침시킬 수 있는 중국 내륙에 위치한 둥펑계열 미사일과 그 외 다른 미사일, 그리고 관련 지휘·통제시설 등을 인근 함정에 보유 중인 순항미사일과 폭격기를 이용하여 완전 파괴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항모는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다. 만약 미 항모가 격침당한다면 약 5,500여명이 사망할 것이고 이는 진주만 피격 시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망자를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으로선 또 하나의 진주만 공습사건, ‘Remember the Pearl Harbor’ 가 되어 중국과의 건곤일척의 전면전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술한 바와 같이 일단 시작된 전쟁은 자체의 문법과 논리로 진행하는 통제불능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는 결국 전면전, 더 나아가 핵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미국과 중국 양국이 어떻든 간에 전면전만은 피하겠다는 입장이었겠지만 막상 소규모 전투나 무력충돌이 시작되면 거기엔 반드시 상호 간 예측 및 통제가 불가능한 불확실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든 서로가 원치 않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실로 엄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김예슬 선임연구원(ys.kim@kims.or.kr)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및 국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 후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관심 연구분야는 해양안보, 해양분쟁, 중국의 해양정책과 해상민병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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