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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60호

읽을 때는 ‘전략경쟁’이지만 말할 땐 ‘안보경쟁’으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해양안보센터장

정삼만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과 협력이 공존한다 해서 ‘전략경쟁’(strategic competition)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틀린 명칭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쟁의 본질이 ‘안보경쟁’(security competition)이기 때문에 사실상 협력의 공간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 테러, 핵 확산, 기후변화, 재난재해 등에서 상호 협력은 하고 있지만 협력의 방향과 범위, 정도 등이 철저히 자국의 안보이익을 고려하여 결정, 진행되는 것을 보면 미·중 간 전략경쟁의 본질은 철저히 안보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정치적으로 ‘경쟁'(competition)은 ‘열전'(hot war)의 직전 단계이다. 그래서 현 미·중 간의 전략경쟁을 ‘제2의 냉전’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략경쟁보다는 안보경쟁이 열전단계에 더 가깝다는 데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안보경쟁은 비록 장기적 성격이지만 위협을 상정한 국가의 생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경쟁 양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중 간 경쟁은 강대국 간 경쟁이다. 강대국에게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미국처럼 자국이 위치한 지역에서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논리는 일단 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거머쥐면 그 이후 역내에서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국가나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서반구 패권국으로서 안보와 번영을 누려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현재 군사·경제적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게 최고로 벤치마킹하고 싶은 모델일 것이다. 전 세계에 뻗쳐 있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언제든 내 집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몽’이나 ‘중국의 위대한 부흥’은 거대한 국가비전으로 읽힐 수 있지만 속뜻은 바로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게 동아시아의 패권적 지위를 허락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선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 될 것이다. 만약 지구상에 미국 외에 중국과 같은 국가가 또 다른 지역에서 패권국으로 부상하게 된다면 미국은 제2, 3 쿠바사태로 또다시 안보·외교적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겐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국으로서의 등장은 악몽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많은 종류의 국익 중에서 국가적 사활에 관련된 안보적 이익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미·중 간 안보경쟁은 더욱 첨예하고 위험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근대에 들어선 이후 지구상에 미국 외에 지역패권국의 등장은 없었다. 독일제국, 나치독일, 일본제국, 소련이 지역 패권국이 되고자 했지만, 미국은 이들 모두를 물리친 바 있다. 열전 또는 냉전에서 단순히 승리하고 패배한 역사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패권적 야망이 좌절된 강대국의 치욕적인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곧 앞으로도 미국과 같은 유일무이한 지역패권국이 존재하는 한 지역패권국을 꿈꾸는 강대국의 이 같은 비극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 중국은 우리의 이웃이다. 만약 중국에게 이런 비극이 닥치게 된다면 이웃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의 역내 패권적 지위 확보를 방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을 패권경쟁으로 지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개념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있는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에서 패권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미국이 서반구와 아시아 대륙에서 동시에 패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폴 케네디는 이를 두고 예언하고 있다. 만약 강대국이 군사적 팽창과 경제적 여력 간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몰락과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미국의 역대 정부가 채택한 대전략을 보면 스스로 비극적 종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힘의 재분포와 같은 세력균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인도를 끌어들였고 호주로 하여금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 12척 확보계획을 폐기하도록 하고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원잠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나토의 핵 공유처럼 미·호주 간 수중 핵 공유는 결심만 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미국·영국·호주는 정치·외교 분야의 유연한 결합체인 쿼드(Quad)를 보완하고자 안보 중심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오커스(AUKIUS)를 출범시켰다. 중국의 해양팽창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억제구상(integrated deterrence)을 제시, 전영역에서의 억지력 향상뿐만 아니라 역내 동맹국이나 우방국의 억지력까지 통합적으로 운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이러한 세력균형 정책은 봉쇄정책(Roll Back)이 아닌 억제정책이다. 중국이 미국을 축출하고 역내 패권국이 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억제정책은 성격상 방어적이지 공세적이 아니다. 이러한 전략적 상황에서 우리의 대전략 방향도 분명해져야 한다. 안보경쟁에서 안보와 경제는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는 안보에 종속된다. 경제적 힘이 곧 군사적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미·중 간 안보경쟁 구도 하에선 안보와 경제를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선 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 항상 국익 관점에서 지혜롭게 외교적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이다. 원칙과 소신 없는 전략적 모호성은 오히려 외교적 리스크를 더 키울 수가 있다. 양쪽 다 잃는 것보다 확실하게 한쪽이라도 얻는 게 더 낫다는 의미이다. 이는 “결국엔 미국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동맹의 가치는 힘에서 나온다. 우리가 힘을 더 갖추는 만큼 동맹으로서 몸값을 더 높일 뿐만 아니라 역내 패권적 질서의 출현을 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국가를 더 선호하거나 더 배척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안위와 번영을 위한 국가의 대전략을 스스로 세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역내 패권질서를 주도할 수 없다면 중국 주도의 패권질서가 예상되는데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우리의 현 안보·경제적 상황 등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 주도의 대 중국 세력균형정책, 즉 양국 간 안보경쟁에서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혼선 없이 암시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삼만 박사(smchung715@kims.or.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한국 국방대학원 군사전략 석사와 미국 미주리 주립대 군사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해양안보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군사전략 ∙ 해양전략 ∙ 해양안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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