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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61호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와 한국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권보람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복원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회복을 천명하며 출범한지 1년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2021. 1. 6)이라는 악재가 겹쳐 미국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렸다. 그럼에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대중(對中) 연합 형성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규칙에 기반한 질서,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는 미국 본연의 매력을 발산하는 부드러운 외형과 달리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공세적인 의도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첫 해에 미일동맹, 한미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쿼드(Quad)와 오커스(Aukus)와 같은 소다자 안보협의체를 활성화했으며, G7 정상회의를 발판삼아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함에 있어서 자유주의적 가치와 규범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원용했다. 한편, 국내정치적 결속을 위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선 대 악의 이분법적 프레임을 공식화해 트럼프의 대중국 견제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마침내 미중 경쟁이 군사와 기술, 경제 분야를 넘어 이념까지 확대되었다. 미중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내 당사국들은 미국의 가치외교를 신중하면서 점진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는 가치외교를 적극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가치경쟁이 한국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때, 정책적 우선순위와 원칙에 따라 선호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던 안보 지평을 확대해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칙에 기반한 질서와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근거로 분명한 거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국이 미중 경쟁을 좌우할 핵심 분야 대해 동맹국들에게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중립을 주문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동맹국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및 외교적 보복을 경험하면서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노력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부 분야에서 탈공조화는 더욱 촉진되었다. 최근 호주의 경험을 비춰볼 때, 인도태평양 지역내 국가들은 중국의 일방주의적 경제 책략에 굴복하지 않도록 근성과 저항력을 기르고 있다. 한국의 분명한 우선순위는 과학기술혁신을 기초로 한 한미연합 및 자주 국방력 강화를 통해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지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다. 진화하는 한미동맹 및 미국의 통합 억지 전략과 보조를 맞추고 역내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간 긴밀한 협력과 효과적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의 핵심이익과 관련이 낮은 영역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이 유효하다. 역내 분쟁적 해양영역에 대한 직접 개입보다는 위기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중과 각각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둘째, 한국은 쿼드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구성원들과 양자 협력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더욱 긴밀해지는 동맹간 협력(inter-alliance cooperation)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 기능적 소다자 협의체를 활성화해 기존 동맹 체제를 보완했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참여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보급, 기후변화, 과학기술 등 비전통 안보 이슈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가 쿼드와 오커스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노선에 전적으로 합류한 반면, 한국은 조건적인 동참을 약속한 상태이다. 최근 인도와 호주, 일본과 호주는 각각 군의 상호 방문과 공동훈련을 원활하게 하는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대한 인도의 경제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과 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동 투자를 약속했다. 여기서 소다자 협의체 참여국들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호주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킨 것을 기점으로 전략적 교류를 확대하고, 인도와의 경제 및 안보 협력도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쿼드와 함께, 때로는 경쟁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과 신뢰를 쌓고 경제 및 안보 협력을 끊김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신남방 정책 플러스의 핵심 내용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명한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도 모색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미국과 역할 분담 차원에서 역내 규칙에 기반한 질서 확립과 자유주의적 가치 공유와 확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가치경쟁이 심화될수록, 미국은 이질적인 역사와 다양한 전통, 문화가 어우러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치에 기반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시아 동맹국들의 지원, 때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동맹국들은 역내 국가들의 보편적 가치 수용 및 이행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적 지배(democratic dominance) 캠페인에 일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처해 있는 여건이 심상치 않다. 정치적 양극화와 분열이 극에 달하면서 내부로부터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의료제도 미비,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온갖 치부가 드러난 상태이다. 결정적으로 의회 난입 사태 당시 국가가 폭력행사권을 독점하지 못했고 정의 실현보다 정권 획득을 우선시하는 공화당이 트럼프가 빠진 트럼피즘을 존속시킴에 따라 미국의 국제적 위신이 손상되었다. 한국은 민주화, 경제 개발과 공중보건 영역에서 역내 정부 주도 이니셔티브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기업, 비정부기구가 견인하는 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12월 서울이 주최한 열린정부 파트너십(OGP)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전시키고 후속 의제를 발굴하는 방안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프레임을 선포한 후, 미국의 외교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자국이 설파하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모순되게 행동할 때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보다 푸틴 대통령과 먼저 회담한 것을 두고 미국이 권위주의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신념을 등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란 핵협상의 진척이 더딘 것도, 미국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가치 프레임의 정치적 무게 때문이기도 하다. 미중 가치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과 외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권보람 박사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현재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산하 라자라트남 국제문제연구소(RSIS) 방문학자로 활동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정치학사, 고려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채플힐)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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