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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269호

한미 과학기술동맹의 시작(feat. 우린 깐부잖아!)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장

임경한

2021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만든 컨텐츠 중에 ‘오징어게임(Squid Game)’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세계 속에서 우리 것이 통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방식으로 국제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상상을 해본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특히 오징어게임에서 언급된 순우리말 ‘깐부’의 의미에 주목한다. 드라마에서 설명된 깐부의 의미는 구슬을 빌려 쓸 수 있는 정도의 친한 친구 사이를 의미한다. 즉,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라는 뜻이다. 국제정치에서 깐부가 적용될 수 있는 관계는 ‘동맹’이 될 것인데, 그 이유는 동맹이 “두 개 이상의 자주 국가들간의 안보협력을 위한 상호 공식적·비공식적 협정”으로 정의되며 위협에 대해 군사력을 집합시켜 공유하는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깐부의 의미에 기반하여 우리의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려는 시도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동맹은 물론 우호국들(Security Partners)과 적극적인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은 미중 패권의 승패가 해양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발표하는 안보 관련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둘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와 목표를 숨기지 않고 공개한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한 목소리로 중국의 팽창적인 군사력 강화에 대한 우려와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선택한 대중 견제 방식이 직접적인 군사 대결보다는 제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재편 움직임이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을 위해 주요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우선적으로 민주주의와 동맹의 틀 속에서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미·일·호·인 등 4자간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 그리고 미·영·호 등 3자간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주요 동맹국들과 폐쇄적인 방식으로 긴밀한 정보를 교환하며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원자력추진잠수함 등 전략무기 개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동맹 인식과 한미동맹의 현 위치를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통상적인 군사협력 관계로서의 동맹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요 동맹이 누리는 한층 더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 미국의 동맹 인식과 한미동맹의 현위치

image2

출처: 임경한(2021)

그러나 시야를 다른 쪽으로 돌려보면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 방안이 명확하게 보인다. 미국 내 싱크탱크인 ‘미신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에서 주장한 과학기술동맹(Technology Alliance)에 관한 미국의 안보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첨단기술 산업의 핵심이 되는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을 미국 주도의 동맹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기조를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서에 그대로 반영했다. 과학기술이라는 단어를 34회 사용하면서, 특히 미국 주도로 기술표준을 동맹국과 공유할 뜻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주도로 전 세계 19개 주요 기업이 참석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고서 미국 중심의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동맹국들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을 통해 과학기술동맹의 방향과 목표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아래 표는 2021년 한 해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과학기술동맹 관련 주요 발언 내용이다.

<표> 과학기술동맹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발언(2021년)

시기정상회담(의) 구분주요 내용
2021. 4.미일 정상회담5G, 반도체 공동투자에 대한 경제 협력
2021. 5.한미 정상회담반도체, 5G 통신망, 배터리 등 최첨단 기술 협력
2021. 9.AUKUS 공동성명사이버, AI, 양자기술, 원자력잠수함 기술 협력
2021. 3. 9.QUAD 정상회의반도체, 위협경보, 5G 등 과학기술표준 설정 협력
2021. 11.G-20 정상회의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간 소재∙장비∙부품 공급 협력

출처: 저자 정리

과학기술동맹과 관련하여 당분간 미국이 추진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질서 속에서 동맹국들과 협력을 통해 첨단산업의 초격차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의도는 결국 인도-태평양 해양에서 중국의 도전을 상쇄함으로써 해양에서의 우세를 달성한다는 미 해군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 해군 대비 함정 척수와 미사일 배치 측면에서 열세한 상황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만한 첨단무기 개발을 통해 극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심 동맹국과는 과학기술동맹을 통해 미국이 보유한 첨단 무기체계를 공유하고, 나아가 지휘통제 및 감시정찰 등 군사작전의 상호 운용성을 일체화시키는 작업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가치와 역할이 자연스럽게 더욱 부각될 것이다. 소재·부품·장비 둥 첨단산업과 연계한 우리의 기술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방식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장차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이다. 특히 과학기술에 기반한 군(軍)으로서 한국 해군에게 주는 함의는 상당할 것이다. 앞으로 포괄적 한미동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군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동맹을 통해 군사뿐만 아니라 제반 산업 분야에서도 상호 과학기술을 빌려쓰는 관계 즉, 과학기술 깐부로서 한미동맹이 발전되기를 희망해본다. “한국과 미국, 우린 깐부잖아!(We are Gganbu!).”

임경한 교수(seaman53@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장으로서 전략론, 해양전략, 주변국 군사전략, 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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