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2호
아세안(ASEAN) 해군력 현대화와 한-아세안 방산협력
중국의 ‘해양강국(maritime power)’ 선언에 이은 해양굴기가 남중국해에 집중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의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그 동안 미진했던 ‘군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국방예산을 파격적으로 증액시키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를 둘러싼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 연안국들이 중국과의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갈등과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 현대화를 급속히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들어 남중국해 해양영유권 갈등이 중국과 아세안 연안국 간의 분쟁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 간 남중국해 남사군도 매립 인공도서에서의 ‘자유로운 항행/비행 권리’ 행사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확대되자, 미국이 아세안 연안국 해군력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11월 초 필리핀 방문시 아세안 해군력 현대화 지원을 위한 200만불 예산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아 아세안 연안국의 해군력 현대화를 중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이 첨단 해군 전력의 직접 구매만이 아닌, 자국의 해군력 현대화를 위한 국내 방위산업 현대화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필리핀·인도네시아 및 베트남이 자국 방위산업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비교적 저렴하며 미국 등 선진국과 방산협력에 성공한 동아시아 주요 국가 유수 방위산업체와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즉 과거 미국과 유럽연합 방위산업체와의 협력에서, 경제적이고 신뢰성이 큰 동아시아 역내 주요 국가 방위산업체와의 협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미국 및 유럽의 글로벌 수준의 유수 방산업체들은 차세대 무기 소요 감소 및 예산 제약으로 기존 첨단 무기 현대화에 대한 투자가 어렵게 되자, 동종업체간 전략적 제휴(예: 합작투자)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한 방위산업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점차 증대되는 동아시아 해외무기 시장에 대한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미래전에 대비하는 새로운 전력 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전력을 요구하는 아세안 방산 시장 접근이 어렵게 되었다. 그 동안 한국·싱가포르 및 일본 등의 역내 주요 국가의 방산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미국 및 유럽연합의 글로벌 수준의 방산업체들과 기술협력을 지향하면서 국내 군 현대화 계획을 지원하였다. 최근엔 역내 국가들 마저 인접국과의 합종연횡식의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자국 군 현대화와 방위산업 현대화를 지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미 첨단 무기생산을 역내 주요 국가의 방위산업체와 방산협력 증진을 통해 자국 해군력 현대화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베트남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3천톤 규모의 킬로(Kilo)급 잠수함 3번함을 인수하였으며, 이를 남사군도와 인접한 캄란 해군기지에 전개시켰다. 필리핀의 경우에는 2015년 3월에 한국산 경공격기 FA-50 12대를 도입하기로 한 본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미국에 C-130 수송기 판매를 요청하기도 하였으며, 미국으로 인수받은 해군함정 현대화를 계획 중이다. 특히 최근 신설 함대에 배치한 초계함 ‘CSB 8001’은 네덜란드 다멘그룹의 기술을 활용해 자체 건조한 함정으로 동남아 최고의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2010년에 한국 대우조선해양의 방산협력에 의거 2척의 초계함을 건조한 이후 국내 부스테드중공업이 프랑스 국영 조선업체 DCNS와 손잡고 연안전투함(SGPV-LCS) 6척을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나투나(Natuna) 도서 근해에 중국 해군함정이 자주 초계작전을 실시하는 국면을 맞이한 인도네시아는 2011년 한국 대우조선해양과 3척의 1,400톤 규모 209급 잠수함 계약을 체결한 이후 향후 5년간 1억 6천 400만 달러 규모의 방공시스템을 프랑스 전자업체 탈레스 SA에 주문하면서 해상용 레이더 제작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필리핀 해군이 제기한 전략적 해상이송함(strategic sealift vessel) 건조 수주를 인도네시아 국내 PT PAL 조선소가 과거 한국 대선조선소와의 방위산업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획득하여 한국 방위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사실 아세안 지역내 대부분의 국가들은 한국과 유사한 수준의 무기체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방위산업 부문에 있어 교류협력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4년 12월 부산에서 열렸던 한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여 잠수함 생산과정을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는 향후 추가 발주 예정인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같은 정상회의 기간 중에 대우조선해양은 말레이시아 수상과도 별도 면담을 통해 협상중인 해군 초계함 건조 방안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또한 2011년 인도네시아가 결정한 209급 잠수함 수주도 한국 정부차원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과 대한민국 해군을 통한 승조원 교육훈련 지원 등의 정부와 정부 그리고 해군과 해군 차원에서의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기반으로 성사되었다. 이후 태국 잠수함 수주 및 말레이시아 전투함 수주에도 정부 각 기관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한국 방위산업체들의 수주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앞으로 한국이 주도적으로 아세안 연안국 및 기타 국가들과의 방산협력을 강화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 방위산업체들처럼 공동개발 및 생산·합작투자 및 정부와 해군 차원에서의 지원 등을 통해 아세안 해군력 현대화 시장에 진출하고, 정부와 해군이 관련국 정부 및 해군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잠재적인 아세안 해외수출시장을 개척하고 확보하며,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해군력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과 위험을 공유함으로써 투자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상호 윈-윈하는 방안이다. 특히 공동개발 및 생산은 그 어떤 방위산업체 간 협력보다도 유용한 방위산업 협력이다. 특히 한국이 아세안 지역내 국가들의 해군력 현대화를 위한 협력에 있어서는 함정과 잠수함 등의 단일 플랫폼 보다 해군력 관련 첨단 군사과학기술 개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유수 방위산업체들이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한국과 다른 국가의 중소·중견기업 등이 구성품 및 부품 등을 개발하는 상호협업이 가능하며, 아울러 한국의 유수 방위산업체가 한국과 다른 국가의 중소·중견기업 등 타 방위산업체와의 연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막대한 재원이 요구되는 첨단 해군력 건조를 위한 군사과학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여 년 간 한국과 아세안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왔다. 이런 우호적 관계는 정부의 역할과 국가 간 협력관계가 무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산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분명히 기회의 장(場)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금번 KIMS Periscope는 제31호와 같이 3월 11일자로 발행되었습니다.
- 약력
김종하 교수(jong-ha44@hanmail.net)는 브리스톨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남대학교 정치언론국방학과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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