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3호
중국 해양 방위선 안의 한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도를 넘고 있다. ‘사드배치계획의 철회 요구’를 넘어 ‘사드배치 시 한중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사드는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의 최소한의 방어체계다. 중국의 협박성 발언은 한국안보는 안중에 없는 대국주의 행태다. 중국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드를 해양팽창의 걸림돌로 보기 때문이다.
해양굴기는 중국 강대국화의 상징이다. 2015년 국방백서에서 중국은 해양에서 적극방어를 위해 해군의 전략지침을 기존의 ‘근해방어’에 ‘외해보호’를 결합시켰다. 해양통제권을 확대하여 근해를 방어하고 외해에서는 해상교통로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근해는 제1도련, 즉 쿠릴열도-일본-류큐열도-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연결한 선 안의 해역으로 한반도 주변해역은 여기에 포함된다. 중국은 근해에서 유사시 미국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반개입전략(미국에 대한 반접근/지역거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사드는 이 전략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해양에서 적극방어는 해양이익 확대과정에서 선제공격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적극방어는 전략적 방어이나 작전·전술적 공격이다. 중국이 먼저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으나 적이 공격하면 반드시 대응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적이 중국의 영토나 국익을 공격하면, 그것은 적이 이미 전략적으로 첫발을 발사했고 전략적 방어선을 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해양주권이나 이익이 침해되면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양력을 무서울 정도로 증강시키고 있다. 이미 전략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 항모킬러로 알려진 대함탄도미사일은 둥펑-21D의 실전배치에 이어 성능과 사거리가 괌까지 확장된 둥펑-26을 지난해 군사퍼레이드에서 선보였다. 중국산 항모도 건조 중이며 2020년까지 근해방어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세한 해양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강압적인 행태를 보인다. 동중국해에서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댜오위요/댜오위다오) 영유권분쟁이 본격화되자 해경선의 영해 진입을 일상화했다. 2013년에는 분쟁도서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남중국해에서는 국제법 상 근거가 없는 9단선(가상해상경계선)을 들어 80%를 중국의 관할해역이라 주장한다. 분쟁 중인 서사군도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남사군도에는 대규모 인공섬을 건설하여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미 해군 구축함 라센함이 ‘항행자유작전’으로 인공섬 12해리 이내를 통과했을 때 중국은 핵심이익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의 해양팽창에 대응해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분쟁도서가 없는 한반도 주변해역에 대해서도 중국이 해양통제를 확대하여 내수화하려는 데 있다. 천안함 폭침 시 중국은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어도에 대한 해양관할권을 주장하고 그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한∙중해양경계획정회담에서는 중간선 원칙의 국제판례도 무시하고 육지연장을 강조한 형평의 원칙만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에는 중국군용기 2대가 제주도 인근 상공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를 침범한 후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까지 왕복 비행했다. 북핵과 미사일 발사로 한국의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자 중국은 한국을 위협하고 나섰다.
한국은 중국의 해양방위선 안에 들어있다. 중국의 해양통제는 그 강도를 더해오고 있다. 중국이 해양통제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면 한국은 고립된다. 경제에 이어 해양 안보마저 중국에 좌우될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면 한반도 주변해역은 해양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한다. 동북아 새 질서는 해양력에 달려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핵추진잠수함과 이지스함의 SM-3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 약력
박호섭 박사(seapower25@naver.com)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국 해군참모대학, 국방대학원, 충남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해군대학 교수/교수부장, 대통령비서실 해군담당관, 호위함 함장과 구축함 전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및 KIMS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 국내외 관련자료
- Michael Forsythe and Jane Perlez, “South China Sea Buildup Brings Beijing Closer to Realizing Control,” The New York Times, March 10, 2016
- Michael Elleman and Michael J. Zagurek, Jr., “THAAD: What It Can and Can’t Do,” 38 North, March 10, 2016
- Alex Calvo, “US Department of State Seeks to Clarify Meaning of China’s 9-Dash Line: Part 3,” Center for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February 3, 2016
- Dean Cheng, “How to Oppose China’s Bid for Maritime Dominance,” The National Interest, February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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