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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34호

북한 SLBM 개발과 우리 해군의 역할

동아일보 주간동아팀

황 일 도 기자

최근 우리의 최대 안보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경로는 크게 보면 하나의 패턴이 있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유사시 한반도 상황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길을 노린다. 워싱턴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이른바 ‘응징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이다. 그러나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유사시 한반도 내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용도를 끊임없이 과시한다. 한미연합군 전력이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게 만들려는 ‘거부억제(deterrence by denial)’이다. 이렇듯 길게는 미 본토를, 짧게는 한국을 타깃으로 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계산하는 특유의 로드맵을 대표하는 최근의 사례가 바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북한의 SLBM 개발 노력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러시아로부터 노후 잠수함을 도입한 평양은 이를 해체해 발사대와 통제장치 기술을 익혔고, 비슷한 시기 소련의 SLBM SS-N-6 관련 기술을 도입해 연구를 진행했다. 6년 뒤인 2012년 신포조선소 인근에 사출시험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개발 행보를 본격화한 평양은, 이후 육상과 해상 사출시험을 거쳐 2015년 5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참관 하에 첫 번째 잠수함 사출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의 추가시험이 진행됐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

  북한의 SLBM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바는 미 본토에 대한 은밀 타격이다. 핵무기 보유량이 충분치 않고 밀도 높은 정보감시 아래 놓여있는 평양으로서는 은밀성이라는 잠수함의 장점을 극대화해 제2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욕구가 필연적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가 이미 2009년부터 공개적으로 SLBM 문제를 거론해온 배경이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장시간 잠행이 가능한 원자력잠수함 개발과 SLBM 탑재가 가능한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가 전제돼야 하므로, 앞으로도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게 미국측 판단이다. 반면 평양은 이 과정에서 SLBM에 재래식 탄두를 탑재해 디젤 잠수함에 장착하는 거부억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유사시 후방공격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미군 전시증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탑재 가능한 미사일의 수량이나 위력만 놓고 보면 기존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 체계보다 위력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역시나 은밀성이라는 장점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4D 개념으로 대표되는 한국군 WMD 대응방식의 기본적인 얼개에 상당한 균열을 가한다는 소득도 있다.

  이처럼 장단기 목표를 나누는 북한의 WMD 개발 방식은 고스란히 한미 두 나라의 인식차이로 이어진다. SLBM 문제만 해도 미국에게는 상당한 기술적 관문이 남아있는 먼 미래의 일일 뿐이다. 한 차례의 시험발사도 진행된 적 없는 KN-08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SLBM을 ‘당면한 위협’으로 보는 관점은 워싱턴 조야를 막론하고 찾기가 쉽지 않다. SLBM 발사가 가능한 2000t급 잠수함의 작전배치에 2~3년,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SLBM 전력화까지 최대 4~5년을 예상하는 한국과는 편차가 크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앞으로도 북한 SLBM 위협에 대응하는 임무는 상당부분 한국군에 무게중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한미동맹 차원의 정보·타격자산 활용이 뒷받침되겠지만, 북측 잠수함이 부산 등 후방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재래식 전장 시나리오에서는 한국군의 역할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 군 당국은 위협징후가 식별되면 기지 계류부터 작전수행, 실제 발사의 전 단계에 걸쳐 대응작전에 나선다는 개념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지막 단계와 관련해 군 당국에서는 기존의 그린파인 레이더와 별도로 해상감시용 조기경보레이더를 추가 배치하거나 PAC-3 등 요격체계의 성능을 개량 혹은 강화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수년간 한국군의 WMD 대응 무게중심이 탐지 및 요격 개념에 쏠려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종류와 수량을 감안하면 탐지와 요격으로 완벽한 대비가 가능한 것처럼 인식되는 최근의 경향에는 분명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특히 SLBM의 경우 유사시 탐지와 요격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북한 잠수함을 기지발진 단계에서부터 근접 추적함으로써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 우리측 잠수함 전력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대잠전(對潛戰)의 작전개념과 교리를 비롯해, 비대칭전에서 해군 전력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금번 KIMS Periscope는 제33호와 같이 3월 21일자로 발행되었습니다.

황일도 기자(shamora@donga.com)는 2000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한 이래 2003년부터 신동아와 주간동아에서 안보 문제를 다뤄왔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국제정치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전략문화에 관한 두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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