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38호
2024년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정세와 전망 : 미국
2023년 11월 취임한 미 해군참모총장 프란체티 대장은 “인도-태평양은 여전히 미국의 최우선(Top Priority) 전략 지역”이라고 밝혔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미 해군참모총장이 취임 후 인도-태평양에서 핵심 동맹인 일본과 한국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이러한 의도를 잘 뒷받침하는 행보다. 그는 미 해군 7함대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7함대가 한반도 위기와 중국-대만 간 갈등 상황을 동시에 대처할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7함대는 최첨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북한과 중국 등 현상 변경을 시도하려는 세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했다. 특히 중국의 공세적인 해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견제를 담은 명확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발언이다.
2024년에도 미국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급격한 전력 증강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중국의 도전을 억제(Deterrence)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군으로서 미 해군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해양에서의 국제질서 기반 규칙(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에 중국이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미국이, 특히 미 해군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다. 중국발 위협의 시작과 해법이 모두 인도-태평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은 동 지역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실상 인도-태평양이 미국 안보 전략의 최전선이 되는 셈이다. 미국의 해양전략이 인도-태평양이라는 무대에 가장 큰 관심을 두는 이유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해양력 대비 상대적인 우세를 위해 자체적으로 전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 또한 분명하다. 현재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전력 건설 차질, 해군·해병대 핵심 운용 인력 부족에 따른 글로벌 전투태세 유지 제한 등 과제들의 해법을 모색하기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해양 전력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함정 수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과 격차를 내기 시작했고, 미 해군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2030년 기준으로 약 400척의 해군함정을 보유하게 될 중국 해군력에 비해 미 해군은 300척의 함정을 확보하는 것조차 불확실하다.
2023년도 전반에 걸쳐 미 해군이 추진하려던 함정의 전력화가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는데, 대표적으로 항공모함과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차세대 2번 함인 John F. Kennedy(CVN 79)는 최초 2024년 해군에게 인도되어 전력화를 준비할 예정이었으나, F-35C 스텔스 탑재 준비 등 추가적인 작업으로 인해 2025년으로 1년 연기되었다. Columbia급 잠수함 건조 또한 지연되고 있다. 최초 2028년부터 운용할 계획으로 Columbia급 잠수함 건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추진하였으나, 미국 내 조선소와 인력 운용 등의 문제로 이 계획이 10% 수준에서 일부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더해 미 해군 병력 규모와 함정 건조 능력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023년 해군은 목표로 했던 37,700명의 수병 정원 대비 7,464명이 부족한 30,236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고, 입대한 현역 장교 수도 목표 대비 452명이 부족했다. 또한 Stout(DDG 55) 함장을 포함하여 다수의 영관장교가 함정 지휘에 대한 자신감 상실 또는 성과 미흡을 이유로 해임되는 등 인력 운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 해군은 현재 군함 건조 능력을 갖추고 가동할 수 있는 조선소가 미국 내 4곳 밖에 없으며, 그나마 숙달된 기술진의 부족으로 함정 건조는 물론이며 정비를 위한 시설과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미 해군은 현재 운용할 수 있는 함정도 부족하고, 함정에 근무할 수 있는 병력도 모자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자체적으로 함정 건조를 늘리는 방법과 함께 동맹 및 파트너들의 함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국방예산 배분 및 병력 부족과 함정 건조 능력 등 몇 가지 이유로 미 정부와 해군에서 목표로 하는 함정을 확보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실은 앞으로 미 해군이 겪게 될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미 해군에게 남은 선택지는 동맹의 힘을 이용하는 방안이 유일하다.
2024년에도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다양한 형태로 갈등 및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성장을 발판 삼아 최근 중국 해군전력의 증강 속도가 빨라지고 해군함정의 작전반경이 점점 더 먼 바다로 확대되는 상황은 미 해군에게 상당한 부담을 가져다준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세적인 해양 활동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미 해군의 대응에 피로도를 가중하고 있다. 미 해군은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과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면서 규칙 기반 해양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해군의 팽창적인 움직임을 견제할 실질적인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미·중 간 과학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획기적인 게임체인저급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코 시간의 흐름이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이에 미국은 접근 방식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전보다 강도 높게 동맹 및 파트너국의 힘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 전개를 염두에 두고 한국으로서는 기승전 한미동맹 강화라는 결론으로 목표를 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으로서 양국 해군 간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한미동맹의 강화 방향은 결국 글로벌 포괄적 한미동맹의 수준을 결정지을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포괄적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군으로서 앞으로 양국 해군의 의미 있는 협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될 것이다. 단순히 언어적 수사에 머문 정치적인 파트너십 단계를 넘어 정책 면에서 실질적인 파트너십 공고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 과제가 있지만, 파트너십 강화 이슈에 국한하여 인도-태평양을 배경으로 한미 해군 간 먼저 협력을 고려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이 과제들 모두가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부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
첫째, 한국이 수행할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의 상호운용성 강화와 해양 협력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포괄적 한미동맹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해군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인도-태평양에서 한미일 해양안보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해군이 다양한 연합훈련을 통해 습득한 경험과 교훈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즉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Forward Looking Relationship)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해군은 유인 체계에 무인체계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유·무인 복합작전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해군은 유인 함정의 주요 플랫폼에 대한 상호운용성 강화뿐만 아니라 해양 무기체계 개발 및 도입 단계에서부터 한미 해군 간 시스템 일체화나 운용 개념 개발 등 무인체계의 주요 플랫폼에 관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상호운용성 증대를 위해 미 해군에게 가장 시급하면서 부족한 분야를 모색하여 한국 정부와 해군이 보충해 주는 것이다. 함정의 건조 및 정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 고려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의 우수성을 활용하여 미 해군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운영(MRO)에 관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한미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첨단기술과 무기체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제반 방위산업이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포괄적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견고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약력
임경한 교수(klim@navy.ac.kr)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로서 전략론, 해양전략, 주변국 군사전략, 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이다. 최근에는 미래전과 관련하여 최첨단 군사 과학기술과 접목한 사이버전 및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분야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국내외 추천 참고자료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2024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정세와 전망』, 서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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