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56호
인도양의 지정학적 가치 증대와 한-인도 해양협력 가능성 모색
인도·태평양은 세계 인구의 65%가 거주하고, GDP의 62%와 무역의 46%를 차지하는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지정학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지닌 곳이다. 특히 세계 해양 운송의 절반이 동 해역을 경유한다는 점에서 경제와 안보를 포괄하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집결된 무대이다. 이러한 사실을 먼저 인식한 미국은 2022년 2월 국가 차원의 인도·태평양전략(이하 인태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서의 이름처럼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등장을 견제하고, 미국의 국가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결의를 담은 문서이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 무대에서 서쪽의 가장자리에 인도가 위치하는데, 미국이 고려하는 인태전략은 장차 인도를 포함한 인도양(Indian Ocean)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 화물의 1/2, 일반 화물의 1/3, 석유의 2/3가 이동하는 인도양의 교통량은 이러한 주장을 방증한다.
인도양이 중요하지만, 최근까지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대부분 동아시아해양을 포함한 태평양에서 중국의 해양활동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호주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동쪽의 태평양도서국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억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예는 다음과 같은 미국의 행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 해군은 괌과 하와이를 비롯해 주일미군이 위치한 일본 내 주요 기지에 대한 전략핵잠수함의 순환 배치를 늘리고 있다. 역내 미 해군의 해양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 내 기지 4곳을 추가로 확보하였으며, 파푸아뉴기니, 미크로네시아 등 태평양도서국가와 주둔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한·미/미·호/미·필/미·일 등 양자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일/미·일·호/미·일·필 등 3국 간 연합훈련을 주도하고 있다. 남중국해 내 항행의자유작전 및 대만해협통항작전 등을 지속하는 것도 미국의 전략적 행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는 미국이 인태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태평양에만 큰 무게 중심을 두었고, 이는 인태전략의 또 다른 축인 인도양이 후 순위로 밀려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으로 인태전략의 방향성이 점점 더 서쪽을 향하게 될 것이고, 곧 인도양의 중요성을 인식할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비단 중국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정세가 맞물려 빚어낸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2024년 들어 인도양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신호(signal)가 발생했다. 홍해, 호르무즈해협, 중국, 유럽 등 핵심 주제어를 통해 안보 정세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신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위기로 인해 인도양의 희망봉 항로를 선택하는 선박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항해하던 선박들이 동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항구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초입에 각각 위치한 예멘과 이란은 인도양의 해양안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요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위협으로 인해 크게는 인도양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해상교통로(SLOC)의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요 초크 포인트(Choke Point)에서 대형선박 나포 및 고의적인 좌초를 통해 선박의 운항이 제한된다면 유가 급등-물류 운송비용 증대-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 항로 선택 시 최대 2주가 추가로 소요되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때 컨테이너당 운임 상승 외에도 기존 화물 선적의 대체 항구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면서 공급망 교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한편 홍해는 유럽-서남아시아-인도-중동을 포괄하는 해저케이블이 매립된 곳으로 케이블 설치의 밀집도가 높아 해저케이블을 파괴하는 것이 매우 쉬울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유사시 인접 국가들에 의한 해저케이블 절단으로 네트워크가 마비되고 실생활이 제한받는 등 데이터 안보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둘째,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디딤돌을 놓는 방식으로 해양활동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로(one road)는 동남·서남아시아에서부터 중동과 아프리카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해상 기반의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중국이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서태평양-북인도양-동아프리카-서아프리카-대서양의 해상교통로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근 국가들에 대한 경제·외교·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동 지역에서 해외 군사기지를 적극적으로 모색 및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에 위치한 캄보디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몰디브, 파키스탄에서부터 지부티,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장차 인도양을 지나는 희망봉 항로에서 국가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아프리카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국의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일본, 호주, 유럽 주요국 등 미 동맹국 위주로 인도양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 미 해군은 바레인에 기지를 둔 5함대 전력을 통해 홍해와 호르무즈해협 등 인도양에 대한 해양안보 관련 군사작전과 연합훈련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 지역으로 미국의 주요 동맹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QUAD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의 해양영역인식(MDA)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이후 일본 해상자위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일본은 2024년 5월부터 인도·태평양에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파견 중인데, 12월까지 미·인·필 등 13개국을 방문하면서 다자간 연합훈련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양 내 섬나라에 해외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인도양을 경유하여 태평양으로 관심 영역권을 확장함으로써 경제·안보 정책의 범주를 늘리는 전략적 행보를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태평양에 해군력을 파견하고, 미 해군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의 연합훈련 계획을 차례로 발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도·태평양에서 이해관계를 갖는 주요 국가들이 미국의 행보에 맞춰 각각의 인태전략을 공개하면서 저마다 국익을 위한 잰걸음을 딛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에 관심이 증대되는 국제정세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전략적 함의를 가져다준다. 인도양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 채로 해양 분야에 특화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제가 식별된다.
먼저, 지정학적 관점에서 인도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역내 해양안보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서둘러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양에 위치한 인도 및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을 포괄하는 인도양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2022년 12월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인태전략에는 “인태전략의 지리적 범주와 협력 대상은 인도양 연안과 아프리카로까지 확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아프리카 특별정상회의 실시 등 역내 주요 국가들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도와 아프리카 주요 항구에 대해 항만 현대화 작업을 포함한 인프라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환인도양연합(IORA), 인도양위원회(IOC) 등 소다자 안보 협력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필요한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 한편 한국 해군은 2023년 12월 인도양해군심포지엄(IONS) 참관국 자격을 획득하여 앞으로 인도양을 무대로 한 다양한 해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까지 해군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여 글로벌 중추국가에 걸맞은 수준의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인도 간 상호 이익 증대를 위해 필요한 해양안보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군사력 측면에서 인도는 세계 2위의 병력(145만 명)을 보유하고, 4위의 국방비(860억 달러) 지출 국가이면서 1위의 무기 수입국이며, 160여 기의 핵탄두를 가진 안보 강국으로서 지정학적으로 인도양의 중심에 위치한다. 앞으로 인도양을 배경으로 힘의 역학적 변화는 인도의 해양활동 증대와 큰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월 시작한 제3기 모디 정부가 연 7%를 넘는 성장률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 정책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며, 인도가 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 성장에 따른 후속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는 인도양의 안전한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을 경제·외교·군사적 역량을 결정하는 핵심 과제로 인식한 듯하다. 인도는 이미 미국, 일본, 호주와 QUAD 협력을 통한 해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인도는 코브라골드, 말라바르 등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훈련을 통해 상호운용성 및 해양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도 간 해양안보 협력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상호 공동의 이익을 찾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양국 간 고위급 교류 정례화, 조선 및 항만 운영에 관한 경험 공유, 해외 거점 항구 확보,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방산 협력, MDA를 포함한 전반적인 해양안보 협력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 약력
임경한 교수(seaman53@navy.ac.kr)는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교수로서 전략론, 해양전략, 주변국 군사전략, 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이다.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해양영역인식(MDA)에 관한 연구, 미래전과 관련하여 사이버전 및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분야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Premesha Saha, Ed., “India-Korea Relations in the Emerging Dynamics of the Indo-Pacific”, ORF Special Report no. 211, July 30, 2024.
- Abhishek Sharma, “South Korea’s Evolving Indian Ocean Region Policy”, ORF Issue Briefs, Jul 22, 2024.
- Shruti Dey, “The synergy between India’s Act East Policy and Indo-Pacific Strategy with Japan, South Korea and Taiwan”, TGP, June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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