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57호
코로나 19 전후 불법 중국어선 문제의 현황과 전망: 어떻게 달라졌나?
코로나 19 기간 동안 주춤하는 듯했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코로나 종식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극성이던 시기(2020-22)에 우리나라 EEZ와 서해5도 NLL 인근 해역에 출현했던 중국어선의 척수는 한해 평균 5만 3천여 척이었다. 코로나가 끝난 첫해인 2023년에는 6만여 척으로 증가했다.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설립된 ‘어업공동위원회’는 매년 양국 EEZ에서 조업 가능한 어종별 어획량과 조업선 척수를 결정한다. 지난 몇 년간 양국은 불법조업 방지를 위해 조업선 척수를 1,400여 척에서 매년 50척씩 줄여 왔다. 2024년 우리나라 EEZ에서 입어료를 내고 합법적으로 조업할 수 있는 전체 중국어선은 1,200척이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수만 척의 중국어선이 불법적으로 조업하기 위해 우리 수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규모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코로나 시기를 전후한 최근 몇 년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첫째, 불법조업 혐의로 해양경찰에 나포된 중국어선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5년에서 2015년 기간 동안 연평균 471척의 중국어선이 나포되었다. 2015년 568척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부터 큰 폭으로 감소해 왔다. 2016년부터 2023년 사이 나포된 중국어선의 연평균 척수는 그 이전 10년간 나포 척수에 훨씬 못 미치는 104척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그간 불법조업이 줄고 어업질서가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불법조업을 목적으로 우리나라 수역에 출현하는 중국어선 척수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나포 중국어선의 감소는 불법조업 문제가 완화되었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주된 원인의 하나는 코로나 19 기간 동안 해경의 중국어선 단속방식의 변화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어선과 접촉을 피해, 해경의 단속은 나포보다는 퇴거나 차단 위주로 실행되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해양경찰에 나포된 중국어선은 2018년 136척, 2019년 115척에서 2020년 18척, 2021년 66척, 2022년 42척, 2023년 54척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친 중국 외교정책을 들 수 있다. 중국 중시 외교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불법 중국어선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해양경찰에 나포된 중국어선은 연평균 99척이었다. 코로나 기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5년(2012-2016) 동안 불법조업으로 나포된 중국어선이 한 해 평균 421척인 데 비해 급격하게 줄어든 규모이다.
이러한 시각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하여 불법 중국어선에 대한 단호한 단속을 당부한 것에 반영되어 있다.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북한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는 강력하게 단속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대중관계를 우려해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둘째, 단속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수법으로 ‘범장망’을 이용한 불법조업이 성행하고 있다. 2016년 처음 등장한 이래 범장망은 가장 흔하게 이용되고 있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방식이다. 범장망은 자루그물 입구 상부에 부력재를 달고 하부에는 침강재를 달아 입구가 전개되도록 하여 그 속으로 고기가 들어가게 하여 잡는 어법이다. 대형 범장망은 길이 250-300미터, 폭이 75-80미터에 달하며, 그물코 크기가 20mm 밖에 되지 않아 치어까지 모조리 포획하여 ‘싹쓸이 어구’로 불린다.
불법 어업을 자행하는 중국어선은 우리 EEZ 외측 가까이 범장망을 설치하고 외곽으로 빠진 후 단속이 없는 시점을 골라 그물을 걷어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러 척이 선단을 이루어 집단으로 우리 EEZ 내에 깊숙이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는 방식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수법이다.
빠른 시간에 그물을 설치하고 EEZ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걷어 올리는 ‘치고 빠지기 수법’이기 때문에 단속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설치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기까지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셋째, 서해5도 NLL 수역에서 남북한 대치 상황을 이용한 중국어선의 지속적인 불법조업과 군사적 충돌 촉발 가능성이다. NLL 인근 수역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도 코로나 19 종식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2021년, 22년에 각각 2만 4천, 2만 7천여 척의 중국어선이 서해5도 NLL 수역에 출현했다. 코로나가 종식된 2023년에는 3만 4천여 척으로 증가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근해 어업권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어선들은 북한 NLL 수역 선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야간에 우리 측 수역으로 넘어와 서해5도 인근 수역에서 조업을 한다. 단속이 시작되면 재빨리 NLL을 넘어 북한 수역으로 넘어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이후 NLL 수역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해경의 단속은 더욱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군 함정의 호위 속에서 고무보트에 탑승한 소수의 해경 단속요원들이 북한 해안포의 위협 속에 신속하게 단속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2001년 한·중어업협정이 발효된 이래 조업 철이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 측은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당국에 지속적으로 문제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법조업 문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범장망을 이용한 새로운 불법조업 방식에서 볼 수 있듯이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단속과정에서 갖은 흉기를 동원해 폭력으로 저항하던 행태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단속과정에서 중국 선원의 폭력적 저항에 의해 2명의 해경이 순직한 것을 비롯해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폭력적 저항이 극심했던 2010년과 2014년 사이 단속 경찰관 59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2019년과 2023년 사이에는 7명에 그쳤다. 해경의 단속 전술 개선, 장비 보강, 총기사용 요건 완화, 강력한 처벌 등으로 중국 선원의 폭력적 저항 의지를 약화시킨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경은 한층 더 교묘해지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맞서 위성영상 분석, 드론, 무인헬기 등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단속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진행 중인 인공위성을 이용한 해양정보체계(MDA)가 구축되면 불법 중국어선의 감시와 단속이 훨씬 더 정교해질 수 있다.
그러나 불법조업 중국어선 문제는 우리의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것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연안 어자원 고갈, 어선·어민 과잉, 수산물 공급 부족과 같은 중국 내의 견출요인(push factor)이 존재하는 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불법 중국어선 단속은 우리의 수산안보라는 차원에서 정치적·외교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정치적 고려로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될 문제이다. 우리의 주권과 수산안보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 약력
김석균 박사는 현재 한서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장 퇴임 후 학계에서 연구에 힘쓰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해양보안, 해상법집행, 동아시아 해양문제 등에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간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세월호 사고를 다룬 ‘세월호 3488일의 기록: 바다의 징비록’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Ian Urbina, Pete McKenzie and Milko Schvartzman. “Taking Over from the Inside: China’s Growing Reach Into Local Waters.” Inside Climate News. August 4, 2024.
- Ryan Chan. “China Sends Ships to North Pacific Waters in ‘Major Power’ Move” Newsweek. Aug 03, 2024.
- Commander Nick Frieden. “Keeping China at Bay in the Antarctic” USNI News. August 2024.
- 알림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KIMS Periscope는 매월 1일, 11일, 21일에 카카오톡 채널과 이메일로 발송됩니다.
- KIMS Periscope는 안보, 외교 및 해양 분야의 현안 분석 및 전망을 제시합니다.
- KIMS Periscope는 기획 원고로 발행되어 자유기고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