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383호
트럼프 2기의 극지전략과 한국의 선택
필자는 2021년 쇄빙선 아라온호에 승선하여 북극 해역에서 연구활동을 지원하며 북극의 물리적 환경과 전략적 가치를 직접 체험하였다. 하나의 대륙과 같은 해빙(海氷)으로 뒤덮인 바다를 개척해 나가는 장면은 큰 인상으로 남았고, 대한민국이 북극권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쇄빙선을 보유하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북극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에 주목한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군사행보 등으로 유라시아 심장부가 다시 중요해지는 가운데, 매킨더의 심장지대이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함께 북극은 자원과 항로 확보의 핵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극을 기존 심장지대의 확장으로서 제2의 심장지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merica First’ 기조를 바탕으로 대외 전략을 전환하여 수행 중이며, 북극 전략 역시 그 일환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린란드 합병론 등은 북극에서의 미국 영향력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진출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도 북극 전략을 국익 수호뿐 아니라 외교적 위상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에서 극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대외 전략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내세우며 중국 견제를 본격화했다. 이는 외교·군사·경제 역량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집중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시도였다. 이러한 기조는 ‘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명칭으로 명확히 구체화되었으며, 미국 중심 질서 유지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를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시켰다. 그는 다자주의 대신 양자주의를 선호하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압박, 미중 무역전쟁,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쿼드(Quad) 재가동은 그 대표적인 조치였다. 특히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기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 복원에 집중하며 TPP 대신 IPEF를 출범시켰다. IPEF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디지털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다층적 경제안보 프레임워크였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구조였으며, 본질적으로 미국 중심의 질서 재편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러한 전략은 다시 거래적 외교, 양자협상 중심의 강경한 외교로 회귀하고 있다. NATO 방위비 재조정, 양자 경제협상 재개, 그리고 그린란드 합병 발언은 그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식 외교는 표면적으로는 국익 중심이지만, 사실상 글로벌 주도권 회복을 위한 전략 재배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를 포함한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를 명시적 전략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진출, 에너지 외교, 군사력 확대에 대해 미국은 실질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단순한 안보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공간을 다시 확보하려는 본능적 움직임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트럼프 2기는 ‘선택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라는 현실주의적 대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국익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지역에만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곧 지정학적 핵심지역에 대한 우선권 확보를 의미한다. 북극 역시 그 우선순위에 올라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북극까지 확장하고 있다. 북극의 지정학적 가치와 자원 및 항로에 대한 활용 가능성은 새로운 전략적 공간으로 부상하기에 충분하다. 북극권 특사 제도 신설, ‘북극 10개년 전략’ 발표는 이러한 의지를 명문화한 조치이며,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는 안보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북극 전략에서 미국이 점령하고자 하는 핵심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의 매입 제안과 2025년의 ‘합병’ 언급은 미국이 북극을 자국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는 러시아 및 중국의 북극 확장에 대한 선제적 차단 의도로 해석해야 한다.
중국은 ‘근(近)북극국가’를 자처하며 북극항로(NSR), 에너지 개발, 해양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아래 야말 LNG 프로젝트 등 실질적인 자원 연계망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해양 실크로드의 확장 전략과도 연결된다. 중국의 북극 행보는 단순한 경제적 관심사가 아니라 전략적 입지 다지기의 성격을 지닌다.
러시아의 경우는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북극을 ‘내해’로 규정하며, 핵잠수함 배치, 북극군 창설, 전략기지 구축 등을 통해 실질적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북극을 전면적 안보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현재, 미국이 올해 2월 러시아와 정상회담 이후 서로 간의 갈등이 다소 완화되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이후의 상황은 더욱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의 사례를 볼 때, 북극에서의 미국-러시아 간 대결 구도는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기존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승하는 것을 넘어서, 북극 전략에 독립적 이해관계를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 에너지 프로젝트 참여, 극지 기술 협력은 우리가 가진 협상카드이자, 실질적 무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해군 기동함대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해양 안보 기여, SAR 체계 참여, 구조·재난 대응 협력은 우리의 평화협력과 비군사적 외교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극에서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북극이사회 옵저버로서의 지위를 넘어 실질적 정책 파트너이자, 국제 공공재 제공국으로서의 실질적 기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북극 전략을 ‘국익 방어’가 아닌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외교, 안보, 경제,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통합전략으로 북극에 대해 선제적 활동을 수행할 때, 한국은 비로소 새로운 전략적 중심지, 북극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기술력과 실용적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특히 트럼프 2기의 출범과 함께 세계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국은 실리 중심의 전략 외교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극 전략은 단순한 외교 전략을 넘어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실효성을 확보하고,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다자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극지 연구, 친환경 에너지 기술, 선박 안전 및 LNG 운반 기술 등에서의 경쟁력을 활용해 북극항로 개발과 해운·에너지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해군 기동함대사령부를 중심으로 북극 항로 보호 및 구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SAR 협정 연계, 다자 구조 훈련, 극지 선박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신뢰 기반 안보 기여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된 북극 전략은 단지 외교적 명분을 넘어, 해양 주권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경제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 약력
김진철(kim800419@naver.com) 소령은 현재 국제해양력심포지엄행사추진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8전단 종합전술훈련대대 훈련대장, 1전단 훈련과장, 2기지전대 정작참모 및 2ㆍ3함대 지휘통제실, 부산함, 제천함 등 해ㆍ육상 창끝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였고,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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