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02호
중국의 4중 전회가 한국 해양안보에 주는 함의
- 서론
중국의 ‘4중 전회’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5년 임기 동안 여는 일곱 차례 전체회의 중 네 번째 회의로, 중장기 국가전략과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정치 행사이다. 중국 공산당은 매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약 200명의 중앙위원을 선출하며, 이들이 다시 모여 총 7차례의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한다. 이 중 4중 전회(四中全會)는 통상적으로 국가 거버넌스 체계, 당-국가 관계, 법치 및 제도 개혁과 같은 중장기적 방향을 확정하는 자리로 기능해왔다. 예컨대 1994년 제14기 4중 전회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계 체제 확립’이, 2014년 제18기 4중 전회에서는 ‘법치국가 건설’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의 제20기 4중 전회(’25.10.20.~23.)는 이러한 전통적 의제와 달리, 군사 현대화와 해양전략을 국가적 과제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중국의 국가전략이 단순한 제도 개혁을 넘어 해양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해양안보와 직접 연결된다. 중국은 에너지 수송로와 해양권익을 국가 생존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였으며, 이를 제도적 차원에서 명문화함으로써 주변국의 해양안보 환경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번 회의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가 단순한 정치․경제적 차원을 넘어 해양 패권 경쟁으로 제도화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는 곧 한국의 해양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4중 전회는 한국이 직면한 해양안보 도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여기서는 중국 4중 전회의 구체적 결정 내용을 분석하고, 그것이 한국 해양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다차원적으로 고찰한 뒤, 한국의 대응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 중국 4중전회의 구체적 결정과 해양전략적 함의
이번 4중 전회는 중국의 중장기 국가전략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해양전략의 제도화는 이번 회의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중국의 해양정책이 단순한 해양개발을 넘어 국가안보와 외교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첫째, 정치·제도적 차원에서, 중국은 ‘해양강국 건설’을 국가전략의 핵심 목표로 명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2021년 개정된 해상교통안전법은 외국 선박이 중국 영해에 진입할 경우 선명, 위치, 적재화물 등을 사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여 무해통항권을 사실상 제한했다. 같은 해 개정된 해경법은 중국 해경이 필요시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해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법제화는 해양에서의 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주변국의 대응 여지를 축소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둘째, 군사·기술적 차원에서는 해양 군사력의 질적 고도화가 본격화되었다. 중국 해군은 2023년 기준 약 370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35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해군(약 150척 수준)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 수치다. 또한 중국은 인공섬 군사화, 해경의 준군사화, 수중드론 및 AI 기반 감시체계 구축을 통해 해양에서의 작전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대응이자, 한국의 해양작전 환경에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셋째, 전략·외교적 차원에서, 중국은 ‘해양 운명공동체’라는 담론을 통해 해양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협력과 평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서해 내 잠정조치수역(PMZ)에 철제 인공구조물을 무단 설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은 PMZ에 션란 1·2호와 폐시추선 등 구조물을 설치했으며, 이는 2001년 한중 어업협정에서 금지한 시설물 설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국제법적 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한국의 해양주권에 대한 구조적 침해로 평가할 수 있다.
- 한국 해양안보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
중국의 해양전략 제도화는 한국의 해양안보에 다차원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제도적, 군사·기술적, 전략·외교적 차원에서의 구조적 변화는 한국의 기존 대응체계를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첫째, 정치·제도적 차원에서는 한국의 해양안보 정책이 부처 간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드러난다. 해군, 해경,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 간의 정보 공유와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며, 통합적 해양안보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PMZ와 EEZ 관련 국내법이 국제법과의 정합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중국의 법적 공세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 군사·기술적 차원에서는 중국의 해양 군사력 증강이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과 감시 능력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의 중국 해경 활동 증가는 한국 해군과 해경의 대응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무인기·수중드론 등 신기술 기반의 회색지대 전술은 기존의 군사 교리로는 대응이 어렵다. 한국의 해양 감시체계는 탐지 능력이 제한적이며, 이는 해양에서의 전략적 기동성과 정보 우위 확보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전략·외교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서해를 ‘중국의 앞마당’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해양활동을 제한하려는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부담을 주며, 해양 연합훈련이나 다자 협력에 대한 외교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해양분쟁을 회색지대화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외교적 책임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의 전형적 사례로, 한국의 외교적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한국의 대응방향: 해양안보적 정책 제언
중국의 해양전략 제도화는 한국의 해양안보 환경에 구조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은 단기적 조치와 장기적 전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은 정치·제도, 군사·기술, 전략·외교의 세 차원에서 대응 역량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치·제도적 차원에서, 한국은 국가 차원의 해양안보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현재 해양안보는 국방·외교·해양수산 등 개별 부처가 분절적으로 다루고 있어, 통합적 전략 수립과 실행이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해군·해경·외교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의 구조물 설치와 같은 회색지대 상황에 대한 법적·행정적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이 2022년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며 해양안보를 국가전략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킨 사례처럼, 한국도 해양안보청(가칭)과 같은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전략 수립, 위기 대응, 국제 협력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또한 EEZ, 대륙붕, PMZ 관련 국내법을 국제법과 정합성 있게 개편하고, 군·외교·법률·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해양안보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군사·기술적 차원에서는 중국의 비대칭 해양전술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과 교리의 재편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드론·위성·AI 기반의 통합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해군과 해경 간 공동작전 훈련을 정례화하여 회색지대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중드론, 무인수상정(USV) 등 비대칭 전력도 조기 배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삼전(三戰)’ 전략(법률전·심리전·여론전)과 회색지대 전술에 대응 가능한 새로운 해양작전 교리를 개발하고, 해양센서·통신·무인기술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방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전략·외교적 차원에서는 한국의 해양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해양질서 재편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한·미·일 협력뿐 아니라 ASEAN, EU 등과의 해양안보 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UNCLOS 및 PCA 판례를 활용하여 중국의 해양행동을 국제법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필리핀이 2016년 PCA 판결을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하여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한 사례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 내에서 한국의 해양안보 역할을 확대하고, 서해 및 동중국해에서의 분쟁 예방을 위한 지역 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다자적 외교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해양 드론, 회색지대 전술 등 신흥 해양안보 이슈에 대한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략적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응 방향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한국의 해양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중국의 해양전략이 제도화된 만큼, 한국 역시 제도·기술·외교의 전방위적 대응을 통해 해양안보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 결론
중국의 제20기 4중 전회는 해양전략을 국가 핵심 아젠다로 제도화함으로써, 동아시아 해양질서에 구조적 전환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중국의 해양 패권 추구가 제도적·군사적·외교적으로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하며, 한국의 해양안보 환경에 중층적 도전을 제기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분절적 대응을 넘어, 통합적이고 선제적인 해양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제도적 측면에서는 전략 수립과 법제 정비, 조직 개편이 필요하며, 군사·기술적 측면에서는 감시체계 고도화와 비대칭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 전략·외교적 측면에서는 국제법 기반의 대응과 다자 협력 확대, 해양외교 전문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해양전략은 마한(Mahan)의 해양세력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고전적 명제는 중국의 ‘해양강국 건설’ 전략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은 전통적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한국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든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해양행동을 단순한 분쟁이 아닌 국가안보 위협으로 시큐리타이즈(securitize)하여, 국가적 자원과 권한을 총동원하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중국의 4중 전회는 단지 내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해양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분기점이다. 한국은 해양안보를 국가 생존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제도적·기술적·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응해야 한다. 해양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전략적 중심부이며, 그 중심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향후 동아시아 질서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 악력
전창빈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47기로 국방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국제관계)를 취득하고, 서울벤처대학원에서 박사학위(국방정책)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해군대학에서 주변국해양전략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국내외 추천자료
- Straight Arrow News (SAN). “A war without war: China’s gray zone activity.” October 16, 2025.
- Peron-Doise, Marianne. “South Korea, a new key power for maritime security within the Indo-Pacific.” Fondation pour la Recherche Stratégique (FRS), July 16, 2025.
- Budd, Stephen M. “The Biggest Misconception About the Philippines’ South China Sea Case Against China.” The Diplomat, July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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