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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404호

서해 중국 구조물 문제 접근의 허와 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석균

한서대학교
교수

김석균

경주 APEC 회의와 함께 열린 한중 정상회담 후 “서해 구조물에 대해 좋은 논의가 있었고 실무협의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발표가 있었다. 양국 정상이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논의를 했다는 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서해 해양경계획정 타결의 의지 표명이나 실무협의 주요 사안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한국과 중국은 1996년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면서 폭이 400해리 미만인 서해에서 EEZ 상당 부분이 중첩되었다. 중첩 수역에 대한 경계획정이 진전이 없자 양국은 시급한 어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한중어업협정을 먼저 체결했다. 어업협정에 의해 과도적 조치로서 중첩수역에 잠정조치수역(PMZ)을 설치했고, 지금까지 공동관리 수역으로 존재하고 있다.

30여 년 가까이 이어진 해양경계 미획정 상태는 해양개발, 어업, 해양자원 이용, 군사 활동 등 해양 이용을 둘러싼 한중 간 여러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현행 체제가 지속되면 해양 갈등은 앞으로도 한중 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논란도 해양경계 획정이 되지 않은 잠정조치 수역에서의 문제이다. 중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가운데 사실과 다르거나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 상당수 제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제의 실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과 현실적인 대응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 해양구조물의 용도와 한중어업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문제이다. 중국이 설치한 세 개의 구조물은 인공위성 이미지 분석 등을 통해 심해양식시설과 이를 운영하기 위한 관리 시설로 확인된다. 중국은 2020년 칭다오에서 120해리, 잠정조치 수역 내 10해리에 이르는 해역에 ‘칭다오 국립 심해 양식실험구역’ 지정하고, 중국 최초의 심해 양식실험 구역이라고 발표했다. 설치 주체인 민간회사는 중앙통합관리시설을 중심으로 10개의 심해 양식장 계획을 밝혔다.

어업협정에 의해 잠정조치수역에서 어업 활동 외에 어떤 조치도 금지되며 구조물 설치는 동 협정을 위배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어업협정에는 구조물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어업 활동 외의 다른 사항은 일반 국제법이 규정할 사항이다. 또한 어업협정에서 양식장 설치를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다. 따라서 중간선을 기준으로 중국 측 수역에서 양식장 설치 자체가 한중어업협정 위반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양식장 시설을 이용해 EEZ를 확대하려는 것이 중국의 노림수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주장이다. 유엔해양법협약(제60조)은 EEZ에 설치된 인공섬 등 구조물은 해양경계 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동관리 수역에서 우리 측과 협의 없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분쟁 수역의 현상 변경을 초래했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이다. 잠정조치 수역은 해양경계가 획정되기 전 임시조치로서 공동으로 관리되는 수역이다. 따라서 당사국이 현재의 수역 여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조치는 허용되지 않는다. 국제중재재판소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2007년 가이아나-수리남 중재 사건 판결에서 “해양환경에 영구적인 물리적 영향”을 기준으로 경계미획정 수역에서 금지되는 행위로서 ‘시설물 설치’를 명시했다. 또한 잠정조치 수역에서 군사적 목적의 항해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관리되어야 하는 공동관리 수역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셋째, 우리나라 해양조사선의 조사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와 호위하는 해경 함정을 추적하는 문제이다. 중국 해경선이 해경 함정과 해양과학조사선 ‘온누리호’를 장시간 추적한 것은 유엔해양법협약의 관공선에 대한 주권면제(제32조)와 추적권 (제111조) 행사 규정에 위배된다. 또한 항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범하는 행위이다. 해양과학조사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해 모든 국가에 보장된 권리이다. 공동관리 수역에서 설치된 구조물의 상태 및 해양환경에 대한 관측·조사를 방해하는 것은 공동관리 당사국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다.

넷째, 양식장 설치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 해양생물자원 보존에 미치는 영향의 문제이다. 양식어업 활동으로 인해 성장 촉진용 항생제, 폐사된 양식어, 미수거되거나 처리되지 않은 사료·부산물에 의해 주변 해양환경이 오염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제206)이 규정한 해양환경영향평가 실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양식장 용도 이외에 군사 목적, 항해 정보수집 등 이중 사용(dual use)의 문제이다. 지금껏 관찰된 구조물의 규모, 특징, 관련 움직임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태를 고려하면 양식장 이외의 시설로 사용될 개연성과 의구심이 충분히 존재한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수역에 위치한 양식장 시설에 수중감시 장비, 감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경우 서해상 우리 해군 함정의 움직임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가지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중 간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잠정조치 수역 내 해상구조물의 철거나 밖으로 이동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최소한 해상구조물이 양식장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양식장 운영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우리 조사 선박·연구자의 인근 수역의 자유로운 접근과 해양과학조사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외교 장관회담, 어업공동위원회, 해양협력 대화 등 각종 외교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일본 등 관련국과 공조 및 국제법 문제 제기 통해 우리의 요구에 부합되는 중국의 조치를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양경계획정 타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여 미획정 수역에 대한 해양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비례적 대응 조치에는 신중해야 한다. 잠정조치 수역에서 중국과 같이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우리가 제기하는 같은 문제를 초래하고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중국의 공세적 해양 진출과 서해 내해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124도가 작전경계선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우리 해군 함정의 124도 이서 중간선까지 전략적 기동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함정의 우리 수역 진입 시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고도화하고 진입 시 대응 기동도 필요하다. 그리고 양국 함정 간 대치 현장에서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현장 지휘 부서 간 긴밀한 접촉 및 현장 대응 함정 간 원활한 의사소통 수단이 확보되어야 한다.

해양주권에 관련된 사안은 어느 한 당사국의 완전한 양보를 받아내기 어려운 문제이다. 서해 구조물 설치와 관련된 양국 간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 WIN–WIN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석균 박사는 현재 한서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하여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동아시아지역의 해양안전 및 안보, 해양분쟁, 해양법집행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며 동아시아 해양문제 전문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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