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07호
해양영역의 인간안보 위협과 안보전략적 방향
- 서론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급증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해양영역에서 타나는 인간안보의 문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국제적 대응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탈냉전 이후 국제사회는 군사적 대립을 중심으로 하던 기존의 국가안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기본권·인권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중시하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로 그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양은 군사적 경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자원 고갈, 국제 범죄 등 다양한 비전통적 위협이 집적되는 공간으로서 인간안보의 핵심 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 비전통적 안보 위협의 확산과 양상
비전통적 안보 위협은 기존의 군사적 위협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주요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위기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해양을 끼고 있는 국가와 섬의 식량안보와 거주 환경을 파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둘째, 인구구조의 변화와 보건위기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국가의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며, 해양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의 확산은 인류의 건강과 사회적 활동을 마비시키는 중대한 위협 요인이다.
셋째, 초연결 첨단과학기술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스마트 기술 기반의 사회는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테러 및 범죄집단의 해양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자국이 물리적으로 대응이 제한되는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넷째,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테러 조직과 범죄 집단은 국가의 경계가 모호한 해양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기존의 법 집행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다.
다섯째, 다양한 하이브리드 복합위협의 등장이다. 해양에서 테러 및 범죄집단은 재래식 항해 수단을 이용하지만 초연결의 첨단과학기술을 손쉽게 획득하여 가성비 높은 수단을 이용한다든지 사이버 공격 등 복합 위협을 유발하고 있다.
드론, 무인 수상정(USV),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등 첨단 군사 기술이 테러 집단이나 범죄 조직과 같은 비국가 행위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선박의 GPS를 교란하거나 항만 운용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 타격 없이도 물류 대란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요인은 군사적 대응과 비군사적 대응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을 가속화하며 안보환경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 해양 인간안보의 구체적 위협 분석
해양 영역에서는 앞서 언급한 비전통적 위협들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인간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첫째, 기후변화에 의한 생존 기반의 붕괴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는 산호초를 파괴하고 어족 자원을 고갈시켜 연안 주민의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 특히 그림 2와 같이 해수면 상승은 몰디브, 투발루 등 저지대 도서국가 국민의 영토적 생존권을 박탈하며,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을 양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해상 폭력의 조직화와 흉악화 및 국제 범죄의 악용이다.
해적과 해상 무장 강도(Armed Robbery)는 과거의 단순한 화물 약탈을 넘어, 그림 3과 같이 고도로 조직화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승조원을 납치하여 몸값을 요구하거나 살해하는 등 인간의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유린한다. 또한 광활한 해양은 마약 밀수, 인신매매, 불법 무기 거래 등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의 주된 이동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셋째,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에 따른 갈등 심화다.
특정 국가들이 암초를 매립해 군사 기지화하거나, 해상 민병대(Maritime Militia)를 동원하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타국 선박을 위협하는 행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회색지대 전략’은 전면적인 군사 충돌 직전의 긴장을 유발하며, 민간 선박의 안전한 항행의 자유와 어민들의 정당한 조업권을 침해하여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피해를 민간에게 전가시킨다.
- 안보전략적 대응 방향
이처럼 해양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위협을 해결하고 인간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1) 다층적 해양 인간안보 거버넌스 구축
해양 범죄, 환경 파괴, 대규모 재난 등은 개별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군, 민간 전문가, 그리고 국제기구가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다층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2)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안보 연대 강화
이념이나 영토 분쟁을 초월하여, 인간안보를 매개로 한 국제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재난 구호(HA/DR), 인도적 지원, 해양 수색구조(SAR) 등을 위한 다국적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위협 공동 대응 능력을 높이고 역내 국가 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3) 비전통 위협 대응을 위한 군사력의 임무 확장 및 재편
해군력의 역할은 전통적인 전쟁 억제를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 해양 재난 구조, 대규모 감염병 해상 방역 지원, 해적 퇴치 및 해양 치안 유지 등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력 구조와 교리를 발전시켜야 한다.
4) 국가안보와 인간안보의 균형적 조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과도한 해양 통제는 자칫 어민의 생존권이나 일반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해양 안보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안보와 인권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5) 보호책임(R2P)의 해양 적용을 위한 실효적 대안 마련
기존의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은 내정 간섭 논란으로 인해 해상 난민 문제 등에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해상에서의 인권 유린 행위 차단이나 난민 보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과 현장 작전 예규(ROE)를 수립해야 한다.
- 결론
바다는 더 이상 낭만의 공간이 아닌, 기후 위기, 초국가적 범죄, 기술적 위협이 교차하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이러한 위협은 국가안보 넘어 인간 개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에서의 인간안보 강화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안보 전략이다. 오늘 제시한 거버넌스 구축, 국제 연대 강화, 그리고 군사력의 유연한 운용을 통해 점증하는 복합적인 해양 위협으로 부터 바다를 ‘평화와 공존의 바다’로 지켜내야 할 것이다.
- 약력
배일수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45기로 대전대학교에서 석사학위(국방전략)를 취득하고, 서울 상명대학교에서 박사학위(안보학)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육군대학에서 전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국내외 추천자료
- Vice Admiral Issah Adam Yakubu. “Understanding and Addressing the Drivers Behind the Growing Nexus of Terrorism and Transnational Maritime Crime.”Transatlantic Institute, November 2025.
- Jose M. Macias III and Benjamin Jensen. “Signals in the Swarm: The Data Behind China’s Maritime Gray Zone Campaign Near Taiwan.”CSIS. October 8, 2025.
- Ziya Guo. “What China’s 2025 White Paper Says About Its Maritime Strategy.”CSIS. August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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