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09호
SSN 확보를 위한 대 주변국 외교 전략
서론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확보 논의는 단순한 군사 기술 문제를 넘어, 동북아 안보 질서와 동맹 정치 전반에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특히, SSN은 특성상 전략 자산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주변국의 위협 인식과 안보 딜레마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SSN 확보의 성패는 기술적 완성도보다도 이를 둘러싼 외교적 관리 전략, 특히 한미일 삼각 안보 구조 내에서의 조율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글은 이러한 주변국의 우려를 핵심 변수로 설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 기반의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중국 관리 전략의 한계와 현실적 접근
중국은 한국의 SSN 확보를 미·중 전략 경쟁 구도의 연장선에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 관리에서 중요한 점은 설득의 성공 여부보다는 반대의 강도와 파급 효과를 관리하는 것이다. 한국은 SSN의 주된 임무를 북한 SLBM 대응, 한반도 주변 해역 방어, 해상교통로 보호 등 방어적 목적에 한정함으로써, 중국이 제기할 수 있는 ‘대중 포위망 참여’ 프레임을 완화해야 한다.
다만 중국 관리 전략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이 통제 가능한 외교 대상이 아니다. 반면 일본은 한국이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핵심 관리 대상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본의 예상되는 우려
일본이 한국의 SSN 확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해군력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 오랫동안 질적 우위를 유지해왔다. 한국의 SSN 도입은 이러한 상대적 우위가 역전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다.
둘째, 의도치 않은 군비경쟁 압박에 대한 우려이다. 일본은 헌법적·정치적 제약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군사력 정상화를 추진해 왔으나, 한국의 SSN 확보는 일본 내 보수 세력에게 “일본 역시 동일한 수준의 전략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담 요인이 된다.
셋째, 한미일 협력 구조 내에서의 위상 변화에 대한 우려이다. 한국이 SSN을 보유할 경우, 한미 연합 수중작전에서 한국의 역할은 질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일본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는 지위에 상대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 우려 극복의 핵심: 배제 아닌 ‘동반 진입’ 전략
이러한 일본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한국의 SSN 확보를 일본을 배제하는 단독 전력 증강이 아니라, 한미일 공동 안보 구조의 진화 과정으로 프레이밍하는 데 있다.
첫째, 한국은 일본에 대해 SSN을 경쟁 자산이 아닌 보완 자산으로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국방정책 연구기관인 NIDS는 ‘22년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단순한 군사력 경쟁이 아닌 ‘억제 구조의 재편’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수중 영역에서의 역할 분담형 동맹 협력을 일본 안보의 핵심 전제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 SSB/SSBN 탐지·추적 임무에서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협의 하에 사전 조율된 해역에서의 대잠·대수상 감시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 구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미일 수중 정보 공유 체계의 제도화가 중요하다. 실시간 수중 음탐 정보, 작전 패턴, 위협 평가를 공유하는 체계 속에서 한국 SSN의 존재는 일본의 작전 부담을 경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일본 내부 우려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셋째, 보다 전략적인 접근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SSN 확보를 병렬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즉, 한국의 SSN 도입을 일본의 SSN 논의와 연계하여, 이를 개별 국가의 독자적 군비 경쟁이 아닌 한미일 공동 억제 구조의 단계적 진화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고도의 원자력 기술과 잠수함 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정치적 결단을 유보해 온 상태이며, 한국의 사례는 일본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SSN 논의를 경쟁 구도가 아닌 역할 분담형 억제 구조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자이다. 특히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비확산 원칙, 저농축 우라늄 사용, 투명한 국제 사찰을 명문화할 경우, 일본이 우려하는 국제적 비난과 외교적 부담 역시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한국의 SSN 확보를 위한 주변국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이다. SSN은 그 자체로 강한 전략적 상징성을 지닌 자산이기 때문에, 보유 여부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정당화하느냐가 주변국의 위협 인식과 외교적 반응을 좌우한다. 특히 국내 담론에서 ‘잠재적국 핵심표적 타격’이나 ‘대일 견제’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필요성 논리가 확산될 경우, SSN은 방어적 억제 수단이 아닌 공세적 전략 자산으로 오인될 위험이 있다. 이는 중국의 경계와 일본의 불신을 동시에 증폭시켜 한미일 협력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SSN 확보전략은 군사·기술 계획과 병행하여 국내·동맹·주변국을 구분한 다층적 메시지 관리 체계를 필요로 하며, SSN은 일관되게 북한 SLBM 억제를 위한 방어적 전력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SSN 억제력의 효과를 완성하는 핵심 구성 요소이다.
결론
한국의 SSN 확보는 단순한 군사 자산 도입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 관계를 재조정하는 고난도 외교 프로젝트이다. 중국의 반발은 관리의 대상이지만, 일본의 우려는 설계와 협력을 통해 해소해야 할 핵심 변수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정제된 메시지를 통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한국이 일본을 전략적 파트너로 포섭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 속에서 SSN을 공동 억제 구조의 일부로 제도화할 수 있다면, SSN은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협력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동맹 질서를 설계하는 능동적 해양 전략국가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 약력
원태호 소장은 경기대학교 안전보장학과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안보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민국 국방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해군사관학교 제32기로 졸업했다.
군 경력으로는 해군제3함대사령관, 해군사관학교장, 합동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하였고, 전역 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과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그리고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Kosuke Takahashi. “Japan Weighs Nuclear Submarines as New Defense Minister Koizumi Signals Break from Postwar Nuclear Taboo.” Naval News, November 12, 2025.
- Honourway Asia Pacific Limited. “Debate on Introducing Nuclear-Powered Submarines: A Historic Turning Point for Japan’s Defense Policy?” World Insight, November 10, 2025.
- Asia Pacific Task Force. “Trilateral Momentum: U.S., Japan & South Korea Forge Deeper Strategic Alignment.” Beyond the Horizon International Strategic Studies Group, October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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