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423호
한반도 주변 해역도 ‘그림자 선단’의 무대가 되고 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13가지에 이르는 경제·군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석유·가스와 자원으로 얻는 수익이 전쟁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원유 거래·가격 통제, 전쟁 물자 무역·금융·해운 등에 대한 제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재에도 러시아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고 전쟁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오히려 늘어났고 국방비도 증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제재 결의안을 처음 채택한 이후 2017년까지 5차례에 걸쳐 금융·무역·수출입을 제한하는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제재를 피해 원자재, 구호품, 사치품 등을 수입하고 있고, 철광석, 석탄, 직물, 무기 등을 수출하고 있다. 여기서 얻는 수익으로 여전히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암흑 선단’(dark fleet) 또는 ‘유령 선단’(ghost fleet)이라 불리는 제재를 피해 불법으로 운용되는 선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그림자 선단을 제재, 안전·환경 규제, 보험비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운영되거나 국제기준에 미달한 선박 운영, 기국이나 항만국 통제를 회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선박 식별 장치를 끄는 행위를 하는 선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원유나 가스와 같은 에너지 자원을 운송하는 탱커선이 대분이다. 그 규모에 대해 600여 척에서 1400여 척까지 추측이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림자 선단의 규모가 커지고 있고, 활동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해상을 통해 수출된 러시아 원유의 62%가 그림자 선단의 탱커선에 의해 운반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면서 그 규모가 급증했다. 2025년 그림자 선단을 통해 거래된 석유는 약 37억 배럴에 달하고, 이것은 전 세계 유통량의 6-7%에 달한다.
러시아 그림자 선단이 감시의 눈을 피해 석유를 운송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석유 시장에서 러시아산 석유가 필요한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러시아산 석유가 완전히 퇴출되면 세계 경제는 고유가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요가 크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의 협력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산 석유를 들여오는 데 주로 이용된다. 미국이 이란산 석유 구매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은 해상 환적 방식으로 구매하고, 이를 말레이시아나 오만산으로 위장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뿐만 아니라 그림자 선단으로 남아메리카 공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오징어 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 외에도 감시를 따돌리는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해운업계의 관행, 국제법을 교묘히 활용하여 그 세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림자 선단의 대표적인 회피 수법을 소개한다.
1) 위치 추적·식별 장치 조작
불법적인 운송을 하는 경우 감시·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동선박식별장치(AIS) 나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대형 선박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장거리위치추적장치(LRIT)를 꺼버리는 것이 가장 흔한 수법이다. 또한 불법 활동을 하는 선박이 자신의 위치나 식별 데이터를 조작하는 스푸핑(spoofing) 수법을 활용한다.
2) 해상 선박 환적(ship to ship transfer)
제재 대상 국가의 금수 물품을 운반하는 선박이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환적하여 운송함으로써 연안국의 추적이나 나포를 피하는 수법이다. 제재 대상 선박은 입항하지 않고 공해상 벙커링(bunkering)을 통해 연료나 선박용품을 조달받는다. 공해상 환적이나 벙커링은 공해에서 기국주의에 의해 연안국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는 국제법의 틈을 이용하는 것이다.
3) 선박 등록 및 정체 세탁
안전관리가 허술한 편의치적국에 선박 등록을 하여 제재 대상국 선박에서 벗어나고, 안전, 환경, 선원 복무 등에 관한 엄격한 국제기준을 피해 가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오랜 관행인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제도를 활용한다.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셜제도, 몽골 등 40여 개국에 달하는 편의치적국에 등록함으로써 제재를 피해 간다. 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편의치적국은 자국 선박으로 등록한 선박의 국제법, 국제기준 준수 여부 등 관리·감독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국기를 바꿔 달거나 선박 식별 불능화, 해상 환적, 노후 유조선 운영 등이 가능해진다.
4) 선박 번호 위조 및 불투명한 선박 소유관계
그림자 선단을 운영하는 해운선사들은 가짜 IMO 선박 번호를 사용하여 정체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 항만 당국이 식별에 시간이 걸리는 IMO 선박 번호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림자 선단으로 이용되는 선박은 복잡한 소유관계에 있고, 관리 체계가 매월 바뀔 정도로 지배관계가 불투명하다. 이같이 불투명하고 복잡한 선박 지배·관리 구조는 그림자 선단 운영으로 얻는 수익이 어디로 들어가고 쓰이는지 확인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국제법의 틈새를 활용하여 감시와 단속을 교묘히 피해 가는 그림자 선단의 특징과 감시·단속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해상에서 기국의 배타적 관할권이 보장되는 점을 이용하여 공해상 환적을 통해 연안국의 법 집행 관할권을 피해 가고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금수 물품을 운반하는 선박이나 해적 행위, 마약 운송 등 유엔해양법협약 상 금지되는 행위가 아닌 한 공해상에서 기국주의가 적용되어 타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이나 나포에는 제약이 있는 점을 활용한다.
둘째,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제재 대상인 그림자 선단을 공해상에서 나포하는 것의 문제이다. 유엔총회나 안보리 결의에 의한 제재 대상인 경우와 달리 미국이나 EU와 같은 특정 국가나 지역이 채택한 선박을 자국 관할권 해역이 아닌 공해상에서 나포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합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셋째, 편의치적제도를 이용하여 기국의 관리·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은 ‘떠다니는 고철선’으로 불릴 만큼 노후화된 선박이 대부분이다. 편의치적 선박인 경우가 많고 은밀하게 운용되기 때문에 안전관리 및 근로 조건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고의 위험성과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의 위험성도 높다.
넷째, 불투명한 실질적 소유와 복잡한 운영 관계이다. 그림자 선단 중 60퍼센트가 실질적 소유나 지배관계가 불투명하다. 그림자 선단은 선박 보험이나 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적절한 피해 보상이나 사후 처리가 이루어지기 곤란하다. 이와 함께 그림자 선단이 회색지대 전술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위험성이다. 그림자 선단은 해저 케이블의 의도적 손상, 불법 드론 발사 등을 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전후해 그림자 선단의 나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림자 선단이 중국, 러시아와 가까운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도 활동하며, 동해에서 러시아산 석유를 환적 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제 한반도 주변 수역도 그림자 선단의 무대가 되고 있다.
그림자 선단의 단속은 민감하고 복잡한 국가 간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국가 단독으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 때문에 수년 전 미국 코스트 가드 함정과 해양경찰이 공동으로 유엔제재 위반 선박 단속에 나섰던 것처럼 우호국 해상치안기관과 협력하여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보공유, 합동 순찰이나 단속으로 실행의 효과성을 높이고, 단속으로 초래될 수 있는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줄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 약력
김석균 박사는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서대학교 해양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양문제를 중심으로 해양안전·안보, 해양법집행 등 국제해양문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Stephanie Connor. “When Economic Warfare Meets Gunboat Diplomacy: What to Know About the US Seizures of Shadow Fleet Tankers.” Atlantic Council, February 5, 2026.
- Anna Matilde Bassoli and Emma Isabella Sage. “Old Ships, Modern Menace: How to Tackle the World’s Shadow Fleets.”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 January 28, 2026.
- James Fennell. “Shadow Tankers, Hard Power, and an Unready UK.” Center for European Policy Analysis (CEPA), January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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